韓매장 비슷한 간판에 케이팝 틀어
베이커리는 메뉴-포장지까지 비슷
법적 대응엔 하세월…여러 분야 피해
“정부 차원 지재권-브랜드 보호 필요”
최근 중국에서 한국 브랜드를 모방하거나 한국 기업으로 오인하도록 유도하는 ‘가짜 K브랜드’가 속출하면서 우리 기업이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중국 제품을 한국 제품으로 잘못 알고 구입하는 소비자가 늘어날 경우 브랜드 이미지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중국 후난성 창사와 리우양에는 한국 헬스·뷰티(H&B) 스토어 ‘올리브영’을 연상케 하는 ‘온리영(ONLY YOUNG)’ 매장이 등장했다. 연두색 간판과 로고, 매장 인테리어, 상품 진열 방식까지 올리브영과 유사하며 매장에서는 K팝이 흘러나온다. 한류 이미지를 가져다 쓴 것이다.
올리브영은 지난해 국내 오프라인 매장에서만 외국인 소비자 대상 누적 판매 금액 1조 원을 돌파하며 한국을 대표하는 ‘쇼핑 성지’로 자리매김했다. 그러나 중국 내 모방 매장 확산으로 K뷰티 브랜드 전반의 신뢰도가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최근 상하이 대한민국 임시정부 청사 맞은편에는 한국 베이커리 ‘런던 베이글 뮤지엄’을 그대로 모방한 ‘뉴욕 베이글러스 뮤지엄’이 들어섰다. 인테리어와 메뉴, 포장지까지 흡사한 이 매장은 상하이 뿐 아니라 베이징 등에도 문을 열었다.
저가형 생활용품 판매를 주로 하는 중국 유통업체 ‘MUMUSO(무무소)’는 매장 간판에 ‘KOREA’의 약자인 ‘KR’을 넣어 운영해 외국인 소비자들이 한국 기업으로 오인할 소지가 크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처럼 중국발 ‘가짜 K-브랜드’가 확산하면서 소비자 피해를 넘어 한국 기업의 브랜드 경쟁력까지 위협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짝퉁’ 수준을 넘어 한국의 이미지를 전면에 내세워 상업적으로 활용하는 양상이 반복되고 있기 때문이다.
2025년 9월 특허청에 따르면 최근 5년 간 해외 114개국 1604개 플랫폼에서 적발·차단된 K브랜드 위조 상품은 87만3754건에 달한다.
더 큰 문제는 ‘짝퉁’ 제조사들이 국내 브랜드 상표권을 먼저 등록하는 ‘무단 선점’이다. 특허청에 따르면 한국 기업의 상표권을 무단 선점한 것으로 의심되는 상표는 2022년 4654건에서 2023년 5015건, 2024년 9520건으로 급증했다.
한국지식재산보호원 조사에서도 주요 6개국에서 상표권 무단 선점 의심 피해 기업은 2019년 1001개에서 2024년 6100개로 6 배 가량 늘었다. 최근 5년간 모니터링된 무단 선점 2만 891건 중 51.7%는 중국에서 발생했다.
중국 상표 브로커들은 ‘한국산’ 이미지를 활용한 짝퉁 브랜드를 만든 뒤 상표권을 선점하고, 정작 한국 기업이 현지 진출을 시도하면 높은 합의금이나 사용료를 요구하는 방식으로 이익을 취하고 있다.
피해는 화장품, 프랜차이즈, 의류, 전자제품, 식품 등 산업 전반에 걸쳐 나타난다. 2014년 이후 무단 선점 의심 상표는 화장품 4985건, 프랜차이즈 4761건, 의류 4471건, 전자·전기 4706건, 식품 2671건 등으로 집계됐다.
하지만 중국을 포함한 다수 국가가 ‘선출원 우선권 제도’(먼저 상표권을 출원한 자에게 우선권을 주는 원칙)를 채택하고 있어 한국 기업이 권리를 되찾기까지는 막대한 시간과 비용이 소요된다.
일례로 프랜차이즈 빙수 브랜드 ‘설빙’은 2015년 중국 진출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설빙원소’라는 유사 브랜드가 상표권을 먼저 등록하고 짝퉁 매장을 운영 중인 사실을 뒤늦게 확인했다.
‘설빙’은 수년간의 소송 끝에 2022년 상표권 무효 판결을 받았지만 이미 수년간의 소송전으로 거액의 피해를 보고 결국 중국 진출을 포기했다.
해외 시장에서 모방 브랜드와 상표권 무단 선점 사례가 급증하면서, 사후 대응 중심의 전략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해외 진출 이전 단계에서 핵심 국가에서 상표를 미리 등록해 권리를 확보하는 것이 현실적인 대응 방안이라는 지적이다. 브랜드명뿐 아니라 로고, 캐릭터, 제품명까지 포괄적으로 등록하는 방식이다.
아울러 무역 당국과 특허청, 업계 단체가 협력해 해외 지식재산 침해 사례를 공동 대응하고, 현지 법률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정품 브랜드를 구별할 수 있는 인증 시스템을 강화하는 것도 방안으로 꼽힌다.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는 “한국의 브랜드 가치가 전 세계적으로 높아지자, 한국 관련 매장인 양 속여 소비자를 끌어들이겠다는 전형적인 꼼수”라며 “관련 기업의 개별 대응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정부 차원의 지식재산권 보호 협력과 현지 법 집행 연계가 절실히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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