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조원 규모 캐나다 차기 잠수함
한화-HD현대, 티센크루프와 경쟁
韓, 가격, 기술-성능, 납기 등 강점
‘나토 유대감’ 넘어야 수주 가능성
스티븐 퓨어 캐나다 국방조달 특임장관 일행이 4일 경기 판교 HD현대 글로벌 R&D 센터(GRC)에서 HD현대 관계자들로부터 잠수함 모형에 대한 설명을 듣는 모습. HD현대 제공
“장벽이 높은 선진국 방산 시장의 빗장을 열어야 하는 도전적 과제.”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은 이달 6일 스티븐 뷰어 캐나다 국방조달 국무장관과 면담 후 페이스북에 캐나다 잠수함 사업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캐나다 잠수함 수주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도 했다. 캐나다 차세대 잠수함 사업(CPSP) 수주를 위해선, 단순히 잠수함만 잘 만드는 것을 넘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 간 안보 동맹의 벽을 넘어야 한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한화오션이 건조한 장보고III Batch-II 잠수함. 한화오션 방산업계에서도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으로 이뤄진 ‘K 원팀’이 NATO를 중심으로 한 안보 동맹의 장벽을 넘지 못하면 수주에 성공하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우수한 건조 기술과 고성능 잠수함, 납기 준수 등을 최대한 부각해 ‘안보 장벽‘을 넘어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은 ‘창’ VS 독일은 ‘방패’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이 캐나다에서 마크 카니 총리를 만나 이재명 대통령의 친서를 전달하고 있다. 강훈식 비서실장 페이스북 캡처. CPSP는 3000t급 잠수함을 8척에서 최대 12척 도입하는 캐나다의 국책 사업이다. 사업 규모는 총 60조 원으로 건조비용 20조 원에 유지·보수·관리(MRO)에 40조 원이 든다. 한국형 차기 구축함 사업(KDDX) 이후 국내 발주가 사실상 끊긴 상황에서 캐나다 잠수함 사업 수주는 국내 조선 업계의 유일한 방산 부문 일감이 될 전망이다.
한국은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최종 후보에 올랐다. 수주에 성공하면 두 회사는 잠수함을 나눠 건조하게 된다. K 원팀은 독자 기술로 개발한 3000t급 장보고-Ⅲ(KSS-Ⅲ) 배치-Ⅱ를 캐나다에 제시했다. KSS-III는 디젤 잠수함으로 최신형 리튬전지 체계를 장착한 최고 성능의 잠수함으로 평가받는다. 특히 핵잠수함이 아님에도 수직발사관을 탑재해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운용할 수 있다.
대한민국 1번 잠수함인 1200t급 장보고함이 18일 경남 진해 해군기지에 정박해 있는 모습. 해군 제공 티센크루프마린시스템(TKMS)을 중심으로 수주전에 나선 독일은 ‘Type 212CD’ 잠수함을 전면에 내세웠다. Type 212CD은 노르웨이와 공동으로 개발 중인 잠수함이다. 약 2500t급 중형 잠수함으로 수소 연료전지 체계를 탑재했고 수직발사관은 운영되지 않는다. 어뢰와 대함 미사일 위주의 발사 체계를 가지고 있다. Type 212CD의 가장 큰 장점은 극강의 은밀성과 NATO 작전 체계와 완벽히 호환된다는 것이다. 반면, 아직 설계 단계로 실물이 없다는 것이 약점이다.
이 같은 한국과 독일의 잠수함 성능 차이를 두고 한국은 ‘창’, 독일은 ‘방패’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절충외교·나토장벽 넘어야
해군 ‘장영실함’ (장보고III Batch-II 1번함인 3600t급) 진수식. 방산업계에선 잠수함 성능만 놓고 보면 캐나다 수주전에 한국이 유리한 위치에 있다고 본다. 특히 한국은 납기 기한을 9년에서 6년으로 단축하겠다는 제안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만큼 캐나다 해상 전력 공백을 독일보다 빠르게 메울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문제는 NATO 장벽이다. 캐나다는 NATO 창설국 12개국 중 한 곳이다. 그만큼 캐나다 잠수함은 자국 내 해상 전력을 키우는 것을 넘어 NATO 동맹 관계 안에서 북미 대륙의 서쪽 해상을 담당하는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NATO 회원국과의 정치적 유대감, 상호 군사 작전 간 호환성을 무시할 수 없는 셈이다. 이런 이유로 캐나다 일부 여론은 ‘나토 표준’인 독일 잠수함을 선택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더욱이 독일은 폭스바겐 등 자국 자동차 기업을 중심으로 캐나다 투자 확대를 절충교역으로 제시한 점이 K 원팀이 극복해야 할 점이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도 이번 캐나다 특사단에 합류해 현지 투자를 조율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캐나다에 생산 공장을 지을 투자 여력이 부족할 수 있다는 것이 분석이 나온다.
대한민국 1번 잠수함인 1200t급 장보고함. 해군 제공 이재명 대통령은 이달 10일 마크 루터 NATO 사무총장과 전화 통화를 하고 한국과 나토 간 협력 확대 방안을 논의했다. 그러면서 강조한 것이 한국의 우수한 방위산업 역량을 바탕으로 한 NATO와의 안보 협력이다. NATO 신뢰를 얻는 것이 북미, 유럽 대륙으로의 K 방산 수출에 핵심 열쇠인 점을 부각한 것으로 풀이된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폴란드 잠수함이 스웨덴에 밀린 건 결국 NATO 존재가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며 “캐나다 잠수함 수주 전에선 그 벽을 넘어야 할 텐데, 쉽지 않은 싸움일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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