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암으로 투병하던 할리우드 배우 제임스 밴 더 비크가 48세를 일기로 사망했다. 인스타그램 캡처.
국내에서도 방영된 미국 인기 TV 드라마 ‘도슨의 청춘 일기’에서 주인공 도슨 역을 맡았던 배우 제임스 밴 더 비크가 11일(현지 시각) 세상을 떠났다. 향년 48세.
밴 더 비크는 2024년 대장암 3기 진단을 받은 뒤 약 2년 반 동안 투병하다 생을 마감했다.
그의 사망 소식은 55세 미만 젊은 성인층에서 대장암 발병이 증가하는 우려스러운 추세를 다시 한번 상기시켰다.
뉴욕타임스·피플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그는 46세라는 비교적 젊은 나이에 대장암 진단을 받았다. 그에 앞서 영화 ‘블랙 팬서’로 유명한 할리우드 배우 채드윅 보즈먼이 40세에 대장암 3기 진단을 받았고, 2020년 43세를 일기로 사망했다.
할리우드 배우 채드윅 보즈먼은 43세에 대장암으로 숨졌다. 영화 ‘블랙 팬서’의 한 장면.
대장암은 전 세계에서 폐암과 유방암에 이어 세 번째로 흔한 암이다. 국내에서는 갑상샘암, 폐암에 이어 발병 3위다(2023년 국가 암 등록 통계).
전반적으로 대장암 발병률은 줄어드는 추세다. 미국암학회(American Cancer Society)에 따르면, 미국에서는 전체 대장암 발생률은 지난 10년간 감소한 반면, 50세 미만에서는 매년 약 2%씩 증가하고 있다.
이런 흐름은 국내도 비슷하다. 특히 2023년 기준 우리나라 20~49세 젊은 성인의 대장암 발병률이 인구 10만 명당 12.9명으로 조사 대상국 42개국 중 1위라는 연구 결과가 권위 있는 학술지 ‘랜싯’에 게재돼 큰 충격을 준 바 있다. 다만 이는 환자 수가 가장 많다는 의미는 아니며, 인구 대비 발생률이 다른 나라보다 높게 나타났다는 뜻이다.
대장암의 위험 요인은 크게 개인이 통제하기 어려운 것과 생활습관을 통해 조절 가능한 요인으로 나눈다.
노화와 유전은 전자에 속한다. 식습관, 신체활동 부족, 당뇨, 비만, 흡연, 음주 등은 후자에 속한다. 다수의 연구는 대장암 위험에 기여하는 비중이 유전적 요인 약 10~30%, 환경·생활 요인 70~90%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한다.
젊은 대장암 환자는 ‘식이섬유가 부족한 초가공 식품을 즐기고 신체활동은 거의 하지 않아 정상 체중 범위를 벗어난 사람’이라고 떠올리기 쉽다. 하지만 현실은 이와 아주 다르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젊은 대장암 급증 이유
하버드대학교 의과대학 계열 의료시스템인 ‘매사추세츠 종합병원 브리검 암 연구소’(Mass General Brigham Cancer Institute)에서 ‘젊은 성인 대장암 센터’를 이끄는 위장관 종양 전문의 아파르나 파리크 박사는 “우리가 진료실에서 보는 많은 환자는 과체중이 아니다. 젊고, 건강하며, 활동적인 사람들이다. 이것이 바로 환경적 요인이 무엇인지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이유다. 안타깝게도 제임스는 이런 사례를 잘 보여준다”라고 피플에 말했다.
대장암으로 투병하던 할리우드 배우 제임스 밴 더 비크가 48세를 일기로 사망했다. ‘피플’ 표지에 실린 밴 더 비크.
파리크 박사는 “젊은 성인의 대장암 발병 증가를 단 하나의 원인으로 설명할 순 없다”라며 “환경적 요인, 식습관 변화, 가공식품 섭취 증가, 장내 미생물 변화, 미세플라스틱 노출 논란, 그리고 이미 알려진 위험 요인인 비만, 가공육 섭취, 과도한 음주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라고 설명했다.
각국 연구자들은 젊은 성인의 대장암 발병 증가 이유를 이해하기 위해 다양한 측면에서 접근하고 있다.
파리크 박사는 “만성 염증이 대장암 발생을 촉진한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라며 “ 전 세계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많은 연구는 사람들이 평생 노출되는 모든 소인 중에서 만성 염증 상태로 이어질 수 있는 요인이 무엇인지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젊은 대장암의 가장 큰 문제는 초기 증상이 거의 없어 진단이 늦어지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라고 지적한다. 이에 한국과 미국 모두 대장암 선별검사 시작 연령을 50세에서 45세로 낮췄다.
세계 최고의 병원으로 종종 언급되는 메이오 클리닉에 따르면, 다음과 같은 생활 습관이 대장암 위험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대장암 위험 낮추는 생활 습관
첫째, 채소와 건강한 지방 섭취. 연구에 따르면 섬유질이 적고 고지방, 고당분, 고단백이 특징인 서구식 식단은 대장암에 취약하다. 젊은 대장암 환자 급증은 패스트푸드와 초가공 식품을 즐기는 식문화와 관련 있다. 이들 식품에는 식이섬유가 부족하다. 섬유질이 풍부한 식단을 섭취하는 사람은 대장암에 걸릴 위험이 낮다. 사과 키위와 같은 과일, 양파와 같은 채소, 아몬드와 같은 견과로, 콩류, 현미 같은 덜 정제한 곡물류 등에 섬유질이 풍부하다.
둘째, 신체활동 증가. 운동은 심장 건강과 체중 유지에 도움이 된다. 대장암 위험도 낮춘다. 매일 30분 이상 규칙적으로 걷기 달리기 자전거 타기와 같은 유산소 운동을 하면 대장암 발생 위험이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보건기구(WHO) 등은 유산소 운동과 함께 일주일에 최소 두 번 근력운동을 병행할 것을 권장한다.
셋째, 체중 관리. 비만은 만병의 근원이다. 최근에는 비만 자체를 하나의 질병으로 간주한다.
넷째, 최소한의 음주와 금연. 최근 미국 암학회(ACS) 학술지 캔서(CANCER)에 실린 연구에 따르면, 한 주에 알코올 함량 16% 소주(360㎖) 4.3병 또는 4.5% 맥주(500㎖) 11캔 수준의 ‘과음’을 평생 해온 사람은 음주량이 거의 없는 사람에 비해 대장암 위험은 25%, 특히 직장암에 걸릴 위험은 두 배 가까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흡연은 전신 염증을 증가시키고 발암물질 노출과 DNA 손상, 장내 미생물 변화까지 유발해 대장암 위험을 높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섯째, 대장암 검진 지침 준수. 증상이 없고 평균 위험군이라면 45세부터 10년에 한 번 대장내시경 검사가 권장된다(한국도 동일). 용종이 발견되었거나 가족 가족력이 있다면 검사 간격은 3~5년에 1번으로 짧아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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