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중 감량이 목표라면, 운동이 생각만큼 효과적이지 않은 이유[바디플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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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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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을 꾸준히 하는데, 체중계 숫자는 거의 변화가 없다. 체중 감량을 목표로 운동한다면 매우 실망스러운 상황이다. 많은 사람이 ‘운동=체중 감소’라고 믿지만, 실상은 다르다.

운동을 하면 칼로리를 태우니 살이 빠질 것 같지만, 우리 몸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연구에 따르면 운동량이 늘어나면 몸은 이를 보상하려는 방향으로 반응한다. ‘에너지 보상(energy compensation)’ 이론이다. 식욕이 증가하거나 무의식적인 일상 활동량(기초대사·면역·호르몬 기능 등)에서 에너지 소비를 줄여 균형을 맞춘다.

실제로 대규모 연구에서 운동만 늘린 사람들의 체중 감소는 6개월에 몇 kg 미만인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2024년 발표된 무작위 대조 연구에서도 식단 변화 없이 규칙적으로 운동한 중년 과체중 참가자들은 체력과 대사 지표는 개선됐지만 체중 변화는 거의 없었다.

나이가 들수록 이 현상은 더 뚜렷해진다. 기초대사량은 감소하고 근육량(근감소증)이 줄면서 같은 운동을 해도 에너지 적자가 쉽게 생기지 않는다. 결국 체중을 눈에 띄게 줄이려면 현실적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의 운동량이 필요하다. 하지만 직업 운동선수가 아닌 일반인에겐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깝다.

‘에너지 보상’ 가설을 반박하는 일부 연구 결과도 있긴 하다. 최근 ‘미국 국립과학원 회보’(Proceedings of 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s·PNAS)에 실린 국제 연구에 따르면, 몸은 운동량이 늘면 실제로 하루 전체 에너지 소비를 더 늘리며, 이를 다른 생리 기능에서 상쇄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단, 조건이 있었다. 열량을 충분히 섭취한 상태에서만 그러했다. 다만 이 연구 역시 운동만으로 큰 체중 감소가 자동으로 이뤄진다는 의미는 아니다.

이러한 결과는 체중 감량을 위해 섭취 칼로리를 극단적으로 줄이기보다 충분히 먹으면서 장기간 꾸준히 몸을 움직이는 전략이 체중 감량에 더 유리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그래서 과학은 운동을 바라보는 관점을 새롭게 바꿀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운동을 ‘살 빼는 수단’이 아니라 건강을 지키는 도구로 다시 생각해야 한다는 것이다.

운동 동기와 근육 유지가 어떻게 건강한 노화와 장수로 이어지는지를 다룬 책 ‘PUSH: 건강한 노화와 장수를 위한 운동 동기 부여의 과학’의 저자이자 미국 뉴욕의 ‘특수 외과병원’((Hospital for Special Surgery) 소속 스포츠의학 전문의인 조던 D. 메츨(Jordan D. Metzl)은 최근 워싱턴포스트를 통해 “운동은 체중 감량에는 그다지 효과적이지 않지만, 신체·정신적 건강에는 엄청난 이점을 제공한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운동을 수단으로 삼아 살을 빼려다 실패한 사람들은 “효과 없다”라고 느낄 수 있겠지만, 애초에 운동은 체중 감량을 주된 임무로 설계된 것이 아니라고 설명한다.

메츨에 따르면 운동의 진짜 강점은 신진대사 건강 증진이다. 인슐린 감수성 개선, 내장지방 감소, 혈당 안정, 심혈관 질환 위험 감소 등이 과학적으로 입증된 운동의 이점이다.

이런 변화는 체중이 줄지 않아도 나타난다. 겉보기엔 그대로지만, 몸속은 분명히 달라진다.
전문가들은 체중계 숫자 대신 허리둘레(내장지방), 근육량, 심폐 체력, 혈당과 같은 지표에 주목할 것을 권한다. 이런 지표들은 실제 질병 위험과 더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

최근 연구에서는 하루에 몇 분씩 나눠서 하는 ‘틈새 운동(exercise snacks)’만으로도 질병 위험이 의미 있게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1분 안팎의 짧은 운동(계단 한두 층 빠르게 오르기, 빠르게 걷기 등)을 하루 중 여러 차례 나눠서 하는 방식인데, 심박수를 조금 더 빠르게 뛰게 하는 게 핵심이다. 즉, 운동은 양보다 ‘꾸준한 자극’이 중요하다.

실제로 체중과 무관하게 체력이 좋은 사람은 체력이 나쁜 사람보다 오래 산다는 점도 여러 연구에서 반복 확인됐다. 대표적으로 ‘비만 역설’이라고 불리는 관찰 연구 결과들이 있다. 노년기에 약간 높은 체중이 오히려 사망 위험을 낮추는 경향을 보였는데, 질병이나 생리적 스트레스 상황에서 저장된 에너지와 근육량이 보호 작용을 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다만 이는 인과관계를 증명할 수 없고, 모든 상황에서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최근 GLP-1 계열 비만 치료제 보급으로 체중 감량이 한결 쉬워졌다. 비만은 많은 합병증을 유발하기에, 약물이 많은 사람에게 도움이 되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체중 감소가 곧 건강을 담보하는 것은 아니다.

약물로 빠르게 살이 빠지면 근육 손실, 기초대사량 저하, 낙상·골절 위험 증가 같은 문제가 뒤따를 수 있다.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은 근육 감소다. 근육은 단순히 힘을 쓰는 조직을 넘어 이동성, 혈당 조절, 노년기 자립과 장수를 좌우하는 핵심 자산이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메츨은 운동의 목표를 바꿀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체중 감량의 수단이 아니라 ‘건강한 노화와 장수의 도구’로 삼으라는 것이다.

아울러 운동을 따로 시간 내서 하는 것이 아니라 일상으로 끌어들일 필요가 있다.
누구나 바로 실천할 수 있는 ‘틈새 운동’을 예로 들면 다음과 같다.

대중교통 + 걷기: 한 정거장 먼저 내려 걷기
계단 오르기: 엘리베이터 대신 계단
걸어서 장보기: 장바구니 들고 귀가 = 자연스러운 근력 운동
짧고 자주 움직이기: 식후 또는 업무 중간에 5~10분이라도 하루 여러 번


이런 활동만으로도 근육과 뼈, 심혈관 건강에 충분한 자극을 줄 수 있다. 핵심은 강도와 꾸준함이다. 1분 안팎의 틈새 운동이라도 심장을 자극하는 강도로 하루 여러 차례 실천하면 건강 개선을 기대할 수 있다.

체중 변화가 없다고 운동을 포기하기보다는, 몸이 어떻게 기능하고 있는지를 기준으로 삼을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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