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모를 이유로 음반사로부터 계약 해지를 당했다고 밝힌 한 젊은 여성 가수가 체중 감량 목적으로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 수용체 작용제(GLP-1 RA)를 의사 처방 없이 구입 해 복용한 후 심각한 부작용에 시달리고 있다고 밝혀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GLP-1은 우리 몸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으로 식욕을 조절하고 혈당 항상성 유지에 관여한다. GLP-1 계열 치료제는 이 호르몬의 작용을 모방해 식욕을 줄이고, 포만감을 오래 유지하며, 혈당을 안정시키는 효과로 체중 감량을 돕는다.
미국 애리조나 피닉스 출신의 에이버리(Avery·30)는 자신의 이야기를 인스타그램 계정을 통해 공유했다. 이에 따르면, 그녀는 오젬픽(Ozempic)을 약 1년 정도 투여했다. 이후 만성 통증에 시달렸다. 병원 검사 결과 신체 일부에서는 골다공증이, 다른 부위에서는 골감소증이 발견됐다.
오젬픽은 당뇨 치료제로 잘 알려졌다. 하지만 같은 회사의 비만 치료제 위고비와 성분 차이가 사실상 없다. 기본적으로 작용 기전이 거의 같으며, 부작용 또한 유사하다. 다만 허가된 적응증과 최대 용량에는 차이가 있다.
의사 처방 없이 오젬픽을 우회 구입해 1년 복용후 골다공증과 골밀도 감소 부작용을 겪고 있다고 밝힌 미국 가수 에이버리. 인스타그램 캡처.
두 약물 모두 의사의 처방전이 없으면 구매할 수 없는 전문 의약품이다. 하지만 에이버리는 의사의 처방 없이 비공식 경로로 구매해 투여했다고 밝혔다.
골다공증은 골밀도가 감소해 뼈의 미세 구조가 약화하면서 골절 위험이 크게 높아진 상태이며, 골감소증은 정상보다 뼈 밀도가 낮아진 상태이다.
오젬픽이 이를 직접적으로 유발한다는 명확한 증거는 없다. 하지만, GLP-1 RA 사용으로 급격한 체중 감소가 동반될 때 골 흡수 증가, 골밀도 감소가 관찰됐다는 일부 연구 결과가 있다. 골 흡수가 증가했다는 것은 새로운 뼈를 만드는 ‘골 형성’ 속도보다 낡은 뼈를 분해·흡수하는 ‘골 흡수’ 속도가 더 빨라진 상태를 가리킨다. 이렇게 되면 장기적으로 뼈의 강도가 약화해 골감소증이나 골다공증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
약 25만 명의 팔로워를 둔 여가수는 “상당한 골 손실이 있었다”고 밝히며, “(자신의 건강 상태를) 설명해야 할 의무는 없지만, 앞으로 나아가고 다시 긍정적인 콘텐츠를 올리기 위해 설명하고 싶었다”라고 밝혔다. 단, 이 사례는 개인의 경험에 기반한 것으로, GLP-1 RA 사용이 골다공증을 직접 유발한다고 일반화할 수는 없다.
그녀는 이 약이 필요하지 않은 사람이 복용할 경우 어떤 일이 생길 수 있는지에 대한 경각심을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
실제 정상 체중인 사람들이 미용 목적으로 이를 사용하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에이버리는 “요즘은 오젬픽을 구하기 너무 쉽다. 문제는 필요하지도 않은 사람들이 이 약을 많이 사용하고 있다는 점”이라며 “나는 일부 사람이 말하듯 오젬픽을 악마화하려는 게 아니다. 이 약이 누군가의 생명을 구한 사례도 있다는 걸 알고 있다. 하지만 이 약은 특정 체중 대의 사람들을 위한 게 아니다. 비만과 당뇨병 치료를 위해 만들어진 약”이라고 지적했다.
그녀는 또한 섭식장애를 앓고 있으며, 현재 오젬픽 부작용과 함께 치료받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어떤 종류의 섭식장애인지는 구체적으로 공개하지 않았다. 섭식장애는 정신과 질환으로 분류되며, 신경성 식욕부진증(거식증), 신경성 과식증(폭식증)이 대표적이다.
에이버리는 애플 뮤직, 스포티파이 등에 활동 이력이 있는 싱어송라이터이지만,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진 스타급은 아니다. 최근 오젬픽 부작용 공개로 언론에 오르내리며 지명도가 올라갔다.
비만 치료제를 미용 목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비정상적 경로로 구입하는 일은 미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당뇨나 고도비만 환자가 아니면 이들 약물을 처방받기 까다롭다. 하지만 사각지대가 비교적 넓게 존재한다. 온라인에서는 해외 직구 대행 불법 유통 경로가 다양하게 존재한다.
일부 의료기관에서는 비급여 이윤 등을 이유로 미용 목적 환자에게 의약 분업 원칙을 어기고 병원 안에서 직접 약을 판매(원내 조제)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우회로도 등장했다. 후쿠오카, 도쿄 등지의 일부 일본 미용 클리닉에서는 체질량지수(BMI)와 무관하게 처방을 내주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일본에서 약물을 구매해 들여오는 사례도 생겼다. 전문 의약품이지만 여행자가 직접 들여오는 경우, 전수조사가 이뤄지지 않는 한 사실상 자유롭게 세관을 통과할 수 있다.
오젬픽과 위고비의 제조사 노보 노 디스크(Novo Nordisk) 측은 반드시 의사와 상담 후 사용하라고 경고한다.
업체 측은 “오젬픽은 처방전이 있어야만 사용할 수 있는 전문 의약품이다. 즉, 의료 전문가의 엄격한 감독 아래에서만 처방돼야 한다”며 “유효한 처방 없이 또는 의료진의 관리 없이 전문 의약품을 사용하는 것은 건강에 직접적인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라는 처지를 밝혔다.
전문가들은 GLP-1 계열 약물을 사용할 때 체중 변화뿐 아니라 골밀도, 근육량, 영양 상태를 함께 관리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빠른 체중 감량 과정에서 근육량 손실이 흔히 동반된다. 이는 곧 기초대사량 감소와 신체 기능 저하로 이어져 낙상 위험을 키운다.
골밀도 감소도 뒤따르기 쉽다. 체중이 감소하면 뼈가 받는 하중이 줄어들고 그에 따라 뼈의 재형성 과정이 약화할 수 있다. 또한 식사량이 감소하면서 단백질·칼슘·비타민 D 섭취가 부족해지면 뼈 대사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약물 자체가 골밀도를 저하시킨다고 단정할 근거는 아직 제한적이다. 그러나 급격한 체중 감소가 골흡수 증가와 골밀도 저하를 통해 골다공증 위험을 높인다는 점은 다수의 연구로 뒷받침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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