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장녀 최윤정의 무기는…암세포 콕집어 공격 ‘방사성 미사일’

  • 동아일보
  • 입력 2026년 2월 9일 20시 06분


암 세포만 골라 없애는 ‘방사성의약품(RPT)’ 시장이 최근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암 세포 제거에 탁월한 효과를 보이는 방사성 물질을 암 세포에만 타격할 수 있어 부작용이 적다는 장점때문이다. 시장이 확대됨에 따라 최근 글로벌제약사들은 방사성의약품의 상용화 시기를 앞당기기 위해 방사성 물질의 확보부터 생산까지 ‘공급망’ 확충에 분주하다.

9일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최근 2~3년간 방사성의약품 개발 기업들을 활발하게 인수합병(M&A)에 나섰던 글로벌 제약사들이 이제는 공급망 구축에 나섰다. 방사성의약품 시장의 선두주자인 노바티스는 올해 초 미국 플로리다주 윈터파크 지역에 4번째 방사성의약품 전용 생산 시설을 마련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를 통해 방사성의약품 공급망을 안정화하고 글로벌 시장의 왕좌를 지키겠다는 의도다.

●2034년 50조 원대 시장 전망

방사성의약품은 암세포 표면에 달라붙는 항체와 방사성 물질을 결합한 물질이다. 방사선을 쪼이는 항암 치료의 경우 암세포 주변의 정상 세포까지 망가트리며 여러 부작용을 불러온다. 방사성의약품은 이런 부작용을 최소화하면서, 암세포와 근접한 거리에서 방사선을 쪼일 수 있기 때문에 효과가 뛰어나다는 장점이 있다. 시장조사기관 프레시던스 리서치는 글로벌 방사성의약품 시장이 2024년 118억5000만 달러(17조3768억 원)에서 2034년에는 350억4000만 달러(51조3827억 원) 규모를 돌파할 것으로 전망했다.

방사성의약품의 가능성을 보여준 것은 노바티스의 전립선암 치료제 ‘플루빅토’다. 2022년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허가 승인을 받은 플루빅토는 지난해 전년 대비 42% 늘어난 19억9400만 달러(2조9240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다만 방사성 물질은 다른 의약품과 다르게 생산과 취급이 어렵고, 방사성 물질의 반감기(방사능 세기가 절반으로 줄어드는 데 걸리는 시간)도 짧아 생산 거점 확보가 큰 과제다.

4번째 전용 생산 시설 구축을 앞둔 바스 나라시만 노바티스 최고경영자(CEO)는 “방사성의약품 공장 신설을 통해 환자들에게 더욱 신속하고 안정적으로 약물을 제공할 것”이라며 “목표대로 윈터파크 공장이 2029년 가동되면 99% 이상의 방사성의약품 투약률을 유지할 수 있다”고 밝혔다.

후발주자들도 아예 방사성의약품 생산 시설을 갖춘 바이오 기업을 인수해 공급망 리스크를 해소해 나가고 있다. 브리스톨마이어스스큅(BMS)은 2024년 미국 바이오 기업 레이즈바이오를 41억 달러(6조 122억 원)에 인수하며 미국 인디애나주 생산 시설을 가동 중이며, 아스트라제네카 역시 제조 시설을 갖춘 퓨전파마슈티컬스를 24억 달러(3조5194억 원)에 인수했다.

●韓에서는 SK바이오팜이 주도

국내에서는 뇌전증 신약을 개발해 차세대 ‘신약 명가’로 이름을 올린 SK바이오팜이 방사성의약품 개발에 뛰어들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장녀인 최윤정 SK바이오팜 전략본부장이 전권을 잡고 주력하고 있는 사업이기도 하다.

SK바이오팜 역시 미국, 독일, 벨기에 등 여러 곳에 생산 거점을 마련하고 나섰다. 회사는 2024년 홍콩 풀라이프 테크놀로지스로로부터 첫 방사선의약품 후보물질 ‘SKL35501’을 도입하고, 올해 1월 12일 FDA로부터 임상 1상 시험계획(IND)을 승인받았다. 약물을 개발하는 동시에 미국 테라파워, 벨기에 판테라, 독일 에커트앤지글러 등 글로벌 방사선의약품 원료 기업들과 공급 계약을 맺고 지역별 생산 거점을 마련했다. 이동훈 SK바이오팜 사장은 올해 신년사를 통해 “방사성의약품은 아직 명확한 글로벌 선도자가 부재한 시장”이라며 “선점의 기회를 반드시 성과로 연결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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