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지원

최지원 기자

동아일보 산업1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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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산업1부에서 과학계 및 바이오 업계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jwchoi@donga.com

취재분야

2024-03-28~2024-04-27
산업22%
우주/천체15%
인사일반15%
경제일반15%
기업9%
기획9%
국제일반6%
과학일반3%
인물/CEO3%
교육3%
  • “점수보다 성장 따지는 美문화 덕에 성공”

    “공학도가 ‘문제 푸는 사람’이라는 생각을 바꿔야 합니다. 공학도가 사회 문제를 제시하고 다른 분야와 협력해야 요즘 같은 기술패권시대에 살아 남을 수 있습니다.”24일 서울 강남구의 한 호텔에서 만난 박아형 미국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UCLA) 새뮤얼리공대 학장은 “기술이 사회를 이끌어가는 시대가 된 만큼 공학도들이 좀 더 전면에 나서는 용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문제를 푸는 사람은 결국 문제를 정의하는 사람보다 한참 뒤에 오게 된다. 이제는 이를 바꿀 ‘패러다임 시프트’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했다. ● 절대 점수보다는 발전하는 모습에 긍정적 평가박 학장은 한인 여성 최초로 미국 공대 학장에 선임된 인물이다. 간혹 한국계 미국인이 공대 학장에 선임되는 경우는 있었지만 ‘토종 한국인’이 미국 유수 대학의 공대 학장이 된 것은 처음이다. 박 학장은 한국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캐나다에서 브리티시컬럼비아대를 졸업했다. 2007년 미국 컬럼비아대에서 교수직을 지내다 지난해 9월 UCLA 공대 학장으로 취임했다. ‘동양 여성’이라는 다소 불리한 조건 속에서 학장에 이르는 데 어려움은 없었을까. 그는 “미국은 ‘미, 미, 미(me, me, me)’ 문화라고 해서 적극적으로 나서는 게 체화돼 있다. 내가 처음 컬럼비아대 교수로 취임했을 때 선배 교수들이 가장 먼저 한 말이 ‘여기선 손이 빨라야 한다(빠르게 손을 들어야 한다)’는 것이었다”고 회상했다. 조용하고 튀지 않아야 한다는 사회 풍토 아래 자라온 한국 여성으로서 이를 극복하는 것이 가장 어려웠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미국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은 학생이나 교수를 평가할 때 ‘몇 점’이라는 정량적 평가가 아닌 ‘얼마나 발전했는지’를 정성적으로 평가하는 문화 덕분이었다. 지금 당장은 “제가 하겠습니다”라고 나서지는 못하더라도 꾸준히 적극성이 발현된다면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는 것이다. 박 학장은 “가령 첫 시험에서 90점, 다음 시험에서 또 90점을 받는 학생보다 70점에서 80점으로 발전한 학생을 더 높게 평가한다. 나는 ‘몇 점짜리’ 학생이라는 일종의 ‘주홍글씨’가 없다”고 했다. 이어 “이공계는 실험이 주를 이루기 때문에 실패란 늘 따라온다. 이를 부끄러워하기 시작하면 연구에 발전이 없다. 공대에서 공부하는 학생들, 특히 완벽주의를 지향하는 여학도들에게 ‘망가질 수 있는 용기’를 가지라고 꼭 말해주고 싶다”고 했다.● UCLA에 학문을 뛰어넘는 ‘연결성’ 강조이런 미국의 문화는 학장을 선발하는 과정에도 고스란히 담겨있다. 박 학장은 UCLA의 학장 선발을 떠올리며 “총장, 부총장은 물론 여러 교수님들, 학생들까지 최소 100명 이상의 사람을 만났다”며 “그들이 학장에게 요구하는 것은 뛰어난 연구 실력이 아니라 앞으로의 비전이다”라고 했다. 우리나라에서는 통상 논문 수, 게재 저널 등 정량적인 지표로 교수를 평가하지만, UCLA에서는 공대의 미래와 흑인, 여성 등 소수에 대한 지원을 어떻게 할 것인지 등을 가장 중요한 평가 요소로 삼는다는 것이다. 수많은 UCLA 구성원들을 설득한 박 학장의 비전은 ‘연결성’이었다. 다양한 분야가 복잡하게 얽혀있는 요즘 시대에는 공대도 사회학, 정치학, 경제학 등 다양한 학문과 교류하고 강한 연결고리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는 의미다. 이런 철학은 수십년 간 ‘탄소 포집’ 연구를 하면서 자연스럽게 형성됐다. 탄소 포집은 석탄을 태울 때 나오는 연기, 정유 공장에서 나오는 부산물에서 이산화탄소를 포집해 재활용하는 기술이다. 최근 ‘지속가능한 사회’가 글로벌 이슈로 떠오르며 탄소 포집 기술 역시 차세대 미래 기술로 손꼽히고 있다.박 학장은 “지속가능한 사회를 만들려면 정말 다양한 학문을 연구하는 사람들이 머리를 맞대야 한다. 기술을 개발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전혀 생각치도 못한 질문을 제시해줄 수 있기 때문”이라며 한 일화를 소개했다. 그가 한 학회에 참석해 탄소 포집 기술을 발표하는데 한 교수가 “이런 기술이 결국 화력 발전을 지속시키고 환경을 오염시키는 것”이라는 지적을 했다. 박 학장은 “탄소 포집 기술은 화력 발전으로 인한 환경 오염 리스크를 낮춰주는 기술이다. 하지만 이런 관점이 있다는 것을 깨닫는 계기가 됐고, 향후 기업이나 정부와 커뮤니케이션을 할 때 이 기술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를 알게 해준 경험이었다”고 했다.● 韓 이공계 기피 현상 심각한 우려박 학장은 최근 의대 선호 현상 등으로 인한 국내의 이공계 기피 현상에 대해서는 크게 우려를 표했다. 그는 “전 세계적으로 이공계 인력이 부족하다. 최근 대만 반도체 기업인 TSMC를 방문했는데, 대만 본사에만 매년 1만 명의 인력이 필요하다고 했다”며 “TSMC는 인재 유치를 위해 3교대를 최소화하는 등 혼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고 했다.반도체 공장 특성상 3교대는 불가피했지만, TSMC는 원격 조정 시스템을 도입해 대만이 낮일 때는 대만 인력들이, 밤일 때는 미국에서 원격 조정으로 공장을 운영하는 방식으로 바꾸고 있다는 것이다. 박 학장은 “한국 정부나 기업에서도 인재를 유치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이공계 학생들이 졸업해도 의사 못지 않은 대우를 받는다는 걸 정부 차원에서 보여주고, 기업도 매력적인 직업 환경임을 보여줘야 이공계 인력을 키워낼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최지원 기자 jwchoi@donga.com}

    • 1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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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발사체 임무명 ‘B.T.S’… 한국 첫 초소형 군집위성 궤도 올랐다

    국내 첫 초소형 군집위성 ‘네온샛’ 1호가 무사히 궤도에 안착해 ‘생존 신고’를 마쳤다. 최근 스타링크, 아마존 등 글로벌 주요 기업들이 지구 저궤도에 작은 위성 수천 대를 쏘아올리는 상황에서 한국도 본격적인 ‘뉴 스페이스’ 시대를 열게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24일 오전 7시 32분 뉴질랜드 북쪽 마히아 발사장에서 초소형 군집위성 네온샛 1호를 발사했다고 밝혔다. 네온샛 1호는 발사 약 50분 만인 오전 8시 22분 정상적으로 발사체와 분리돼 목표 궤도에 안착했다. 발사 4시간 25분 뒤인 오전 11시 57분, 이미 지구 두 바퀴를 돌고 온 네온샛 1호는 대전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지상국에 데이터를 송신했다. 이후 오후 2시 13분 남극 세종기지 지상국과 양방향 교신에도 성공했다. 네온샛 개발을 총괄한 KAIST 인공위성연구소 이철 위성연구2실장은 “태양전지판도 정상적으로 전개했고 안정적인 전력을 생산하는 등 위성이 잘 돌아가고 있는 것을 확인했다”고 했다.● 한 번에 대한민국 7배 면적 볼 수 있어 초소형 군집위성 네온샛은 100kg 미만의 작은 관측 위성이며 총 11기가 군집을 이뤄 운영될 예정이다. 올해 1호 발사를 시작으로 2026년, 2027년에 각각 5기씩 발사할 예정이다. 11기가 모두 궤도에 안착하면 매일 3번 이상 한반도 상공을 지나가게 된다. 네온샛 1호는 약 500km 상공에서 해상도 흑백 1m급, 컬러 4m급의 광학 영상을 공급할 예정이다. 네온샛 1호를 싣고 간 미국 로켓랩은 네온샛 발사에 ‘B.T.S(Beginning of The Swarm·군집의 시작)’라는 임무명을 붙이기도 했다. 국내 아이돌 그룹인 방탄소년단(BTS)의 이름을 딴 작명이기도 하다. 천이진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위성우주탐사체계설계부장은 “1대로 운영되는 기존의 관측 위성은 28∼30일 주기로 한반도 상공을 지나가게 된다”면서 “하지만 네온샛은 11기가 일정한 간격으로 배치돼 도는 군집위성이기 때문에 같은 지점을 24시간 이내에 재촬영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네온샛은 한반도를 촬영하며 재난 재해 상황을 모니터링하는 역할을 맡게 된다. 기존의 고해상도 정찰위성과 협력해 주요 표적에 대한 감시 체계를 강화할 수도 있다. 과기정통부에 따르면 군집위성 10기를 기준으로 70만 km²에 이르는 대용량 영상을 획득할 수 있다. 대한민국의 약 7배에 해당하는 면적을 한 번에 볼 수 있다는 의미다.● 양산 체계 구축 ‘K스타링크’도 가능해 이번 네온샛 발사가 한국의 ‘뉴 스페이스’ 시대를 여는 데 큰 이정표가 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그간 우리나라 통신 및 관측 위성은 모두 1대로 운영되는 중대형 위성이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스타링크, 아마존, 원웹 등 글로벌 주요 기업들이 지구 저궤도에 군집위성을 쏘아 올려 위성통신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초소형 위성 시장이 크게 성장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밴티지마켓리서치에 따르면 세계 소형 위성 시장은 2022년 29억 달러(약 4조 원)에서 2030년 88억6000만 달러(약 12조 원)로 약 3배로 커질 전망이다. 한국이 스타링크와 같이 위성 통신을 위한 군집위성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한 번에 여러 대의 위성을 빠르고 값싸게 제작할 수 있는 양산 시스템이 필요하다. 네온샛 제작을 맡은 쎄트렉아이의 대전 연구소에는 네온샛 양산 공정이 마련돼 있다. 외부 환경에 민감한 부품들이 많다 보니 일반 제조업처럼 컨베이어벨트식의 양산 체계는 아니지만 네온샛에 최적화된 부품, 조립 기계 등의 시스템이 구축돼 있다. 쎄트렉아이 관계자는 “현재 양산 시스템을 약간 정비하면 스타링크와 같은 통신 위성도 제작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최지원 기자 jwchoi@donga.com}

    • 2024-0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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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삼바 1분기 9000억대 매출 기록…역대 최고 실적 달성

    삼성바이오로직스가 1분기(1~3월) 기준 역대 최대 매출을 달성했다. 지난해 6월부터 전면 가동하기 시작한 4공장 매출이 반영된 결과라는 해석이다. 24일 삼성바이오로직스가 공시한 내용에 따르면 1분기 매출은 9469억 원으로 전년 동기(7209억 원) 대비 31%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2213억 원으로 역시 전년 동기(1917억 원) 대비 15%가 늘었다.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1분기 기준 역대 최고 실적이다. 올해 매출 상승을 견인한 것은 지난해 6월부터 풀가동을 시작한 4공장이다. 4공장의 생산 규모는 24만L로 단일 공장 기준 최대 규모다. 회사는 4공장의 가동률이 점진적으로 늘고 있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내년 4월 준공을 목표로 5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5공장은 1~4공장의 최적 사례를 집약한 18만 L 규모의 생산 공장이다. 회사는 6~8공장 역시 5공장과 동일한 설계로 마치 도장 찍어내듯 건설해, 빠르게 생산 규모를 확대하겠다는 계획이다. 5공장이 완료되면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생산능력은 총 78만4000L가 된다.삼성바이오로직스의 자회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약진도 눈에 띈다. 삼성바이오에피스의 1분기 매출은 2801억 원, 영업이익은 381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31%, 6%가 늘었다. 바이오시밀러 개발 및 판매를 맡고 있는 삼성바이오에피스는 미국, 유럽 등 해외 시장에서의 판매가 늘었다고 설명했다. 회사는 현재 11종의 바이오시밀러 제품을 보유하고 있으며, 건선 치료제인 엔브렐,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휴미라 등 7종의 제품을 글로벌 시장에서 판매하고 있다. 매출 기준 전 세계 1위 의약품인 면역항암제 키트루다의 바이오시밀러도 개발 중으로, 포트폴리오를 점점 강화해나가겠다는 계획이다.최지원 기자 jwchoi@donga.com}

    • 2024-0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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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NASA 고위임원 출신 존 리, 우주항공청 R&D 총괄 맡는다

    우주항공청의 초대 우주항공임무본부장에 존 리 전 미국항공우주국(NASA) 고위임원(사진)이 내정된 것으로 확인됐다. NASA와 미국 백악관에서 총 30년가량 근무하며 주요 우주 프로그램을 관리해 왔던 인물인 만큼 우주항공청의 연구개발(R&D)을 총괄하는 인물로 적격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23일 정부와 대통령실 등에 따르면 우주항공청장, 임무본부장 등 주요 보직에 대한 인선안이 이르면 24일 발표될 예정이다. 초대 임무본부장으로 내정된 존 리 전 고위임원은 2021년까지 NASA 고다드 우주비행센터 수석어드바이저로 근무하며 미국 우주 프로젝트의 운영과 관리를 이끈 인물이다. 고다드 우주비행센터는 허블 우주 망원경 등 국가 간 국제 협력을 주도하는 NASA의 주요 연구센터다. 정부가 과학 R&D 분야에서 ‘국제 협력’을 강조한 만큼 이곳에서 주요 프로젝트를 이끌었던 존 리 전 고위임원을 높게 평가한 것으로 풀이된다. 임무본부장은 우주항공청의 R&D 기획 및 실행을 총괄하는 자리다. 우주항공청장에 이은 ‘넘버 2’에 해당하는 보직으로, 청장과 함께 우주항공청의 비전과 R&D의 방향성을 제시하는 역할을 맡게 된다. 우주항공청 조직 구성안에 따르면 임무본부장 아래 우주수송, 인공위성, 우주과학탐사, 항공혁신 등 4개 부문이 포함된다. 앞서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임무본부장의 연봉을 2억5000만 원으로 책정했다고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을 제외하면 공무원 중 가장 높은 연봉 수준으로, 차관급인 우주항공청장(약 1억4000만 원)보다도 1억 원 이상 많다. 한국 국적만 임용이 가능한 우주항공청장과는 달리 임무본부장은 외국인(복수 국적자 포함)도 임용이 가능하다. 존 리 전 고위임원은 한국계 미국인이다. 앞서 정부는 NASA와 같은 세계적인 우주 기관 출신의 ‘해외파’ 인물을 영입하겠다는 의지를 수차례 밝힌 바 있다. 이와 함께 임무본부장을 비롯해 민간에서 채용하는 우주항공청 임기제 공무원에게는 주식백지신탁 의무가 제외된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민간 전문가, 해외파 인재를 영입하는 데 있어 걸림돌이 돼 왔던 많은 제약을 없애려고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5월 27일 개청을 앞둔 우주항공청은 현재 주요 보직을 제외한 임기제 공무원 채용을 진행하고 있다. 청장과 임무본부장 등 주요 보직의 인선이 마무리되면 프로그램장(4급) 이상에 대한 인선은 시일을 두고 진행할 방침이다.최지원 기자 jwchoi@donga.com}

    • 2024-0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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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주굴기’ 속도내는 중국… 내일 톈궁에 7번째 우주인 보낸다

    중국이 25일 우주정거장 ‘톈궁’에 우주인 3명을 보낸다. 국제우주정거장(ISS) 퇴역이 5년여 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중국은 톈궁 규모를 확대해 다른 나라 우주인까지 수용하겠다는 방침이다. 이에 더해 재사용발사체 개발에 속도를 내며 글로벌 우주 산업 전반에서 세(勢)를 확장해 가고 있다. 중국 유인우주국(CMSA)은 25일 오전 9시 주취안 위성발사센터에서 발사체 ‘창정 2F(Long March 2F)’를 발사할 계획이다. 창정 2F의 꼭대기에는 우주인 3명을 태울 우주선 ‘선저우 18호’가 있다. 우주인들은 발사 약 7시간 뒤인 25일 오후 4시경에 톈궁에 도달해 약 6개월간 체류하며 우주에서 할 수 있는 다양한 실험을 진행하게 된다. 중국이 톈궁에 우주인을 보내는 것은 이번이 7번째다. 현재 지구 저궤도를 돌고 있는 우주정거장은 미국, 러시아, 캐나다, 유럽, 일본이 공동으로 만든 ISS와 중국이 자체적으로 개발 및 운영하는 톈궁, 단 두 개뿐이다. 미국 정부가 중국의 ISS 사용을 전면 금지하자 독자적으로 우주정거장 설립을 추진한 중국은 2022년 11월 3개의 모듈로 구성된 톈궁을 완성했다. 16개 모듈로 이뤄진 ISS에 비해 크기는 약 3분의 1 수준으로 작지만 중국 정부는 톈궁에 3개의 모듈을 추가해 두 배로 확장할 계획이다. 반면 20년 이상 운영돼 노후화된 ISS는 2030년 퇴역을 앞두고 있다. ISS 퇴역 이후에는 미국의 민간 기업들이 ISS 뒤를 이을 우주정거장을 발사해 운영하겠다는 계획이지만 일정대로 진행될지는 미지수다. 만약 퇴역 시점까지 민간 우주정거장이 마련되지 못하면 톈궁은 유일한 우주정거장이 된다. 지난해 중국은 톈궁에 다른 나라의 우주비행사를 수용하겠다는 의지를 밝히며 영향력을 확장하고 있다. 안형준 국가우주정책연구센터 정책연구팀장은 “그간 ISS를 포함해 국제외교적으로 리더십을 강조해 온 미국 입장에서는 톈궁이 유일한 우주정거장이 되는 상황은 매우 자존심이 상하는 일”이라고 했다. 우주정거장에 이어 중국은 재사용발사체 기술까지 개발하며 글로벌 발사체 시장에도 본격적으로 뛰어들 준비를 하고 있다. 중국 국영 기업인 중국항천과기집단(CASC)은 2025년과 2026년에 각각 우주인을 태울 재사용발사체를 시험 발사할 예정이다. 중국 민간 기업인 아이스페이스는 지난해 고도 343m까지 재사용발사체를 띄워 올렸다가 다시 착륙시키는 데 성공했다. 현재 재사용발사체 기술을 가지고 있는 기업은 미국의 스페이스X가 유일하다. 스페이스X는 재사용발사체로 발사 비용을 10분의 1 수준으로 낮춰 우주 발사 시장을 독점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미국이 발사 시장을 독점하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의 재사용발사체 개발은 미국에 큰 위협으로 다가올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실제 미국 국방부는 2022년 발간한 ‘우주 산업 기지 현황’ 보고서에서 “중국이 2045년까지 경제적, 외교적, 군사적으로 세계를 지배하는 우주 강국이 되기 위해 (미국을) 쫓고 있다”며 “미국이 중국에 대한 우위를 유지하려면 장기적이고 초당적인 정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최지원 기자 jwchoi@donga.com}

    • 2024-0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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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존 리 前NASA 임원, 우주항공청 초대 임무본부장으로 온다

    우주항공청의 초대 우주항공임무본부장에 존 리 전 미국 항공우주국(NASA) 고위임원(사진)이 내정된 것으로 확인됐다. NASA와 미국 백악관에서 총 30년가량 근무하며 주요 우주 프로그램을 관리해왔던 인물인 만큼 우주항공청의 연구개발(R&D)을 총괄하는 인물로 적격이라는 평가가 나온다.23일 정부와 대통령실 등에 따르면 우주항공청장, 임무본부장 등 주요 보직에 대한 인선안이 이르면 24일 발표될 예정이다. 초대 임무본부장으로 내정된 존 리 전 고위임원은 2021년까지 NASA 고다드 우주비행센터 수석 어드바이저로 근무하며 미국 우주 프로젝트의 운영과 관리를 이끈 인물이다.고다드 우주비행센터는 허블 우주 망원경 등 국가간 국제 협력을 주도하는 NASA의 주요 연구센터다. 정부가 과학 R&D 분야에서 ‘국제협력’을 강조한 만큼 이곳에서 주요 프로젝트를 이끌었던 존 리 전 고위임원을 높게 평가한 것으로 풀이된다.임무본부장은 우주항공청의 R&D 기획 및 실행을 총괄하는 자리다. 우주항공청장에 이은 ‘넘버 2’에 해당하는 보직으로, 청장과 함께 우주항공청의 비전과 R&D의 방향성을 제시하는 역할을 맡게 된다. 우주항공청 조직 구성안에 따르면 임무본부장 아래 우주수송, 인공위성, 우주과학탐사, 항공혁신 등 4개 부문이 포함된다.앞서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임무본부장의 연봉을 2억5000만 원으로 책정했다고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을 제외하면 공무원 중 가장 높은 연봉 수준으로, 차관급인 우주항공청장(약 1억4000만 원)보다도 1억 원 이상 많다.한국 국적만 임용이 가능한 우주항공청장과는 달리 임무본부장은 외국인(복수국적자 포함)도 임용이 가능하다. 존 리 전 고위임원은 한국계 미국인이다. 앞서 정부는 NASA와 같은 세계적인 우주 기관 출신의 ‘해외파’ 인물을 영입하겠다는 의지를 수차례 밝힌 바 있다.이와 함께 임무본부장을 비롯해 민간에서 채용하는 우주항공청 임기제 공무원에게는 주식백지신탁 의무가 제외된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민간 전문가, 해외파 인재를 영입하는 데 있어 걸림돌이 돼 왔던 많은 제약을 없애려고 노력했다”고 설명했다.5월 27일 개청을 앞둔 우주항공청은 현재 주요 보직을 제외한 임기제 공무원 채용을 진행 중이다. 청장과 임무본부장 등 주요 보직의 인선이 마무리되면 프로그램장(4급) 이상에 대한 인선은 시일을 두고 진행할 방침이다.최지원 기자 jwchoi@donga.com}

    • 2024-0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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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과학기술-정보통신 유공자 157명 포상

    “3대 게임 체인저 기술인 인공지능(AI)·반도체, 첨단 바이오, 퀀텀 분야에 대한 집중 투자를 통해 2030년 대한민국이 과학기술 글로벌 3대 국가로 도약할 수 있도록 육성하겠다.” 22일 윤석열 대통령은 경기 과천 국립과천과학관에서 열린 ‘2024 과학기술·정보통신의 날’ 기념행사에 참석해 이같이 밝혔다. 기념식에서는 국가 과학기술·정보통신 유공자 157명에 대한 시상이 진행됐다. 과학기술진흥 부문에서 과학기술 창조장(1등급)은 한국화학연구원에서 38년간 근무하며 최첨단 고분자인 폴리이미드 수지의 상업화를 이끌어낸 이미혜 화학연 명예연구원이 수상했다.최지원 기자 jwchoi@donga.com}

    • 2024-0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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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미 손잡고 ‘핵 비확산’ 연구용 원자로 만든다

    정부가 미국 에너지부와 협력해 ‘핵 비확산’ 기술을 강화한 연구용 원자로를 개발하기로 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22일 이창윤 제1차관이 질 흐루비 미국 에너지부 핵안보 차관 겸 국립핵안보청(NNSA) 청장을 만나 핵 확산 저항성 최적화 사업 ‘프로-X’ 협력을 위한 공동성명서를 체결했다고 밝혔다. 연구용 원자로가 핵무기 등 다른 목적으로 전용될 가능성을 기술적으로 차단하는 것이 해당 협력의 목표다. 한국에서 수출국이 요구하는 성능에 맞게 설계 변경이 가능한 연구용 원자로 파일럿 모델을 설계하면, 미국 국립연구소가 핵 확산 저항성 관점에서 검토해 공동 보고서를 작성하게 된다. 과기정통부는 “세계적으로 핵무기 확산 방지가 중요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협력이 수출용 원자로의 상품성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한국, 미국, 일본 등 3개국의 연구기관 간 협력도 추진한다. 지난해 8월 한미일 캠프 데이비드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사항으로, 첨단 분야의 과학기술 협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다. 이와 관련해 과기정통부 산하 정부출연연구소와 미국 에너지부 산하의 3개 국립연구소(로런스리버모어, 로스앨러모스, 샌디아 국립연구소), 일본 연구기관 간 공동 연구 및 인력 교류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양해각서(MOU)를 이번 주 내 체결할 계획이다.최지원 기자 jwchoi@donga.com}

    • 2024-0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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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中 겨냥’ 美 생물보안법, 의약품 부족 부추길 우려

    미국이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생물보안법(biosecure act) 제정을 추진하고 있지만 그 법으로 인해 미국의 의약품 부족 문제가 더 커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21일 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미국 상원 국토안보위원회는 지난달 중국 바이오 기업과 거래를 제한하는 생물보안법을 통과시켰다. 특히 기술 유출이 우려되는 중국 바이오 기업 4곳(우시앱텍, 베이징게놈연구소, MGI, 컴플리트 제노믹스)도 적시했다. 미국의 타깃이 된 중국의 우시앱텍과 그 계열사인 우시바이오로직스는 미국에서 사용하는 주요 의약품 생산의 상당 부분을 맡고 있다. 이 중에는 항암제 등 빠른 수급이 필요한 의약품도 포함돼 있다. 생물보안법으로 우시앱텍 등에서 의약품을 조달받지 못하면 환자들이 피해를 볼 수 있는 것이다. 현재 미국은 20여 년 만에 최악의 의약품 부족 사태를 경험하고 있다. 미 월스트리트저널은 최근 미국병원약사회 자료를 인용해 1분기(1∼3월) 미국에서 총 323종의 약물이 부족하다고 보도했다. 약의 재료가 되는 ‘원료 의약품’이 인건비가 저렴한 중국과 인도에서 주로 생산되는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 공장 가동을 멈췄던 중국, 인도 기업들이 아직도 제대로 원료 의약품을 생산해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생물보안법까지 제정되면 중국으로부터 의약품을 공급받기는 더 어려워진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존슨앤드존슨의 자회사인 얀센과 애브비가 함께 판매하는 백혈병 치료제 ‘임브루비카’, GSK의 자궁내막암 치료제 ‘젬펄리’, 낭포성섬유증 치료제 ‘트라이카프타’ 등도 우시바이오로직스에서 생산되고 있다. 특히 낭포성섬유증은 체내에 점액이 너무 많이 생산돼 폐를 막는 유전 질환으로, 미국에만 4만여 명의 환자가 있다. 치료제가 많지 않아 미국 환자들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클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애가 타는 것은 환자뿐만이 아니다. 미국 바이오 전문 매체 바이오센추리가 105개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절반 이상이 의약품 생산에 있어 중국 기업을 대체하기 매우 어려울 것이라고 답했다.최지원 기자 jwchoi@donga.com}

    • 2024-0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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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미사이언스, 노용갑 부회장 영입…임주현 부회장과 2인체제 돌입

    한미사이언스가 노용갑(65) 전 한미약품 사장을 부회장으로 영입했다고 19일 밝혔다. 한미의 경영권 분쟁 직전에 부회장으로 선임된 임주현 한미사이언스 부회장과 함께 2인 체제로 운영될 전망이다. 노 부회장은 한국MSD에서 영업·마케팅 전문가로 활동하다 2005년 한미약품에 영입됐다. 이후 2006년에는 한미메디케어 대표이사, 2011년부터 2012년까지 한미약품 영업·마케팅 부문 사장을 지냈다. 2021년부터 2023년까지는 한미사이언스 고문으로 활동했다. 임종윤·종훈 형제가 경영권을 확보한 이후 한미사이언스의 첫 임원 영입인 만큼 업계의 관심이 모이고 있다. 업계에서는 본격적인 임원진 ‘물갈이’가 시작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달 21일 기자간담회에서 임종윤 사내이사는 “경영권을 확보할 경우 한미그룹을 떠난 임원들을 다시 불러 모으겠다”고 언급한 바 있기 때문이다. 임종윤 형제측 관계자는 “직접적인 관계는 없다”고 선을 그었지만, 앞으로 임원 영입이 이어질 것이라는 가능성에 대해서는 부정하지 않았다. 제약 업계 관계자는 “임 형제가 언급한 올드 멤버들은 주로 연구개발(R&D) 분야의 전문가들인 것으로 알고 있다. 한미에 몸담았던 임원들도 현재는 자기 사업체나 다른 기업에 중책을 맡고 있는 경우가 많아 영입까지 시간이 다소 걸리는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R&D 분야에서 임원 영입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고 했다.최지원 기자 jwchoi@donga.com}

    • 2024-0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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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기 먹는 하마, 양자기술로 해결”

    “인공지능(AI) 발전의 제약은 변압기 공급과 전력 확보다.”(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 글로벌 빅테크 간 생성형 AI 개발 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AI가 사용하는 엄청난 양의 전력이 문제가 되고 있다. 오픈AI,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등은 ‘전기 먹는 하마’인 AI의 전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돌파구로 양자 인공지능(QAI)에 주목하고 있다. 18일 양자 학계에 따르면 최근 오픈AI가 미국 실리콘밸리 기반의 양자컴퓨터 개발 기업인 사이퀀텀에서 양자컴퓨터 설계자로 일하던 벤 바틀릿 박사를 영입했다. 외신들은 오픈AI가 이번 영입을 시작으로 양자 전문가들을 수소문하고 있다고 전했다. 학계에서는 이런 오픈AI의 움직임에 대해 본격적으로 양자 AI를 연구하고 궁극적으로 서비스에 활용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최근 오픈AI는 AI 반도체 등 AI 운영에 필요한 전력을 줄이기 위한 다양한 방편을 고심 중이다. 양자 AI는 양자컴퓨터와 AI를 결합해 양자컴퓨터로 AI를 학습하거나 효율적인 연산 처리가 가능한 양자 알고리즘을 개발하는 분야다. 이론적으로 양자 AI는 기존 컴퓨터 대비 100만분의 1 수준의 에너지만 사용한다. 이준구 KAIST 전기및전자공학부 교수는 “양자컴퓨터에서는 큐비트(양자컴퓨터의 연산 단위) 1개만 추가하면 계산 용량을 2배 늘릴 수 있다”며 “양자는 물리적인 최소한의 에너지 상태를 가지고 계산을 하기 때문에 AI 서비스 운영에 들어가는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다”고 했다. 오픈AI가 챗GPT 서비스를 운영하는 데 드는 전기 비용 및 서버 운영비는 1년에 약 3000억 원 이상으로 추산된다. 이미 글로벌 빅테크들은 수년 전부터 양자 AI를 연구해 왔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글로벌데이터에 따르면 2020년부터 2022년까지 3년간 양자 AI와 관련한 특허 출원 건수는 410만 건에 이른다. 기업 중에는 구글이 가장 많은 특허를 출원했으며 IBM과 캐나다의 디웨이브가 뒤를 이었다. 당초 AI의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관련 연구를 시작했지만, 최근 전력 문제가 불거지며 일석이조 효과를 누리게 된 것이다.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는 이미 관련 서비스도 출시한 상황이다. 양자컴퓨터가 없어도 양자 AI 알고리즘을 쉽게 설계하도록 돕는 플랫폼 서비스다. 구글은 2020년 ‘텐서플로 퀀텀’을, 마이크로소프트는 지난해 ‘애저 퀀텀 코파일럿’을 출시했다. 국내에서도 양자 AI 솔루션을 개발하는 기업들이 하나둘 등장하고 있다. 이준구 교수가 창업한 큐노바는 신소재 설계에 특화된 양자 AI 서비스를 개발하고 있다. 향후에는 신약 후보 물질을 발굴하는 서비스까지 확장해 나갈 계획이다. 또 다른 국내 스타트업인 퀀텀인텔리전스는 파생상품의 흐름을 예측하는 양자 AI 알고리즘을 개발 중이다. 파생상품의 예측 모델은 워낙 많은 데이터 및 계산이 필요하기 때문에 양자 AI의 잠재력이 큰 분야 중 하나로 손꼽힌다. 최지원 기자 jwchoi@donga.com}

    • 2024-0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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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구수당에 대한 퇴직금 지급하라”…항우연 연구진 집단 소송 제기

    한국항공우주연구원 345명이 항우연에 연구수당에 대한 퇴직금을 지급하라는 집단 소송을 제기했다. 최근 법원에서 연구수당을 임금이라고 인정한 만큼 그간 퇴직금 산정 시 제외돼 있던 연구수당에 대한 퇴직금도 지급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만약 연구자들이 승소할 경우 항우연은 최소 5억 원 이상의 퇴직금 차액을 지급해야 한다.전국과학기술노동조합(과기노조) 항우연지부는 17일 항우연 연구원 345명이 항우연을 상대로 퇴직금 및 퇴직연금 차액을 청구하는 소송을 대전지방법원에 제기했다고 밝혔다. 소송에는 재직 중인 약 900명의 연구원 중 3분의 1에 해당하는 340명과 퇴직한 연구원 일부가 참여했다.항우연지부는 “연구수당이 퇴직금 및 퇴직연금에 산입돼야 한다”며 “재직 중에 지급받은 연구수당에 근로소득세를 과세하면서 임금으로 취급받지 않는 것이 부당하다”고 소송 배경을 설명했다. 원고측은 우선 1인당 150만 원을 청구했으나, 실제 청구할 퇴직금·퇴직연금 차액은 평균 1000만 원이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이에 따르면 연구원들이 승소할 시 항우연이 지급해야 할 퇴직금 차액은 최소 5억 원이다.이번 소송은 지난해 11월 대전지방법원이 국내 최초의 달 탐사선 ‘다누리’ 개발에 참여한 연구원들에게 지급되는 연구수당이 근로기준법상 ‘임금’에 해당한다는 판결을 내린 데 따른 것이다.앞선 소송에 참여한 다누리 개발 연구원들은 2019년 다누리 개발이 설계 문제로 중단된 5개월간 항우연이 연구수당을 지급하지 않았다며, 2020년 4월 항우연을 상대로 소송을 냈다. 하지만 연구원들은 이 기간에도 관련 연구를 수행했기 때문에 연구수당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으며, 대전지방법원은 1심과 2심에서 모두 연구원측의 손을 들었다. 이어 2심에서는 연구수당이 임금에 해당한다는 판결이 나오며 이번 집단 소송으로 이어지게 된 것이다. 항우연은 앞선 판결에 불복해 지난해 12월 대법원에 상고하고, 대형 로펌을 고용하는 등 강경하게 맞서고 있다. 지난 1월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이상률 항우연 원장은 “(미지급된) 연구 수당을 주는 것은 문제가 아니다. 하지만 이걸 임금으로 보는 것은 다른 문제다. 연구직은 모두 연구 수당을 받는데 이걸 임금으로 보면 퇴직금 등이 감당이 안 된다”고 설명했다. 이번 소송에 대한 항우연의 입장 역시 동일하다. 항우연 관계자는 “앞선 소송이 대법원 심리 진행 중으로 대법원 판결을 지켜봐야 한다”며 “연구수당의 퇴직금 산입과 관련한 인건비 재원은 마련돼 있지 않다”는 입장이다. 이어 “만약 연구수당에 대한 퇴직금 산입이 인정된다면 다른 정부출연연구소들에게도 영향을 미칠 수 있어 단순한 문제가 아니”라고 덧붙였다.최지원 기자 jwchoi@donga.com}

    • 2024-0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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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주항공청 간부 경쟁률 11.7 대 1… 외국인은 4.7%

    개청을 한 달여 앞둔 우주항공청 공무원 모집에 외국인(복수국적자 포함) 지원자 수가 예상보다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외국인에게도 문호를 개방한다며 대대적으로 홍보했지만 경남 사천이라는 지리적 요건이 발목을 잡은 것으로 해석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우주항공청설립추진단은 15일 마감한 우주항공청 프로그램장(과장급) 이상의 간부급 18개 직위에 212명이 지원해 11.7 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고 16일 밝혔다. 지원자 가운데 외국인은 10명으로 4.7%에 그쳤다. 과장급보다 낮은 선임연구원 이하 직위에는 총 807명이 지원했고 이 가운데 외국인 지원자는 28명(3.5%)에 불과했다. 정부는 국내의 부족한 우주 항공 업계 인재 풀을 보완하고 우주항공청의 전문성을 강화하기 위해 외국인 연구자를 적극적으로 임용할 계획이었다. 조성경 전 과기정통부 1차관까지 나서 유럽과 미국을 방문해 인재 영입에 공을 들이기도 했다. 일부에서는 외국인 지원자 비율을 20∼30% 정도로 예상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우주 업계 전문가는 “우주항공청이 들어설 경남 사천의 지리적 여건이 발목을 잡고 있는 것 같다”며 “정주 여건을 개선한다고 하지만 당장 개청 이후 하반기(7∼12월) 임용에서 외국인이 얼마나 지원할지 의문”이라고 했다.최지원 기자 jwchoi@donga.com}

    • 2024-0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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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쭉 늘려도 화질 유지하는 QLED 국내 개발

    국내 연구진이 화면을 쭉 늘려도 화질이 그대로 유지되는 퀀텀닷발광다이오드(QLED) 기술을 개발했다. 디스플레이를 원하는 형태로 만들 수 있는 자유 형상 디스플레이 시대가 열릴 것으로 전망된다. 기초과학연구원(IBS) 나노입자연구단의 현택환 단장, 김대형 부연구단장 연구팀은 UNIST, DGIST와 협력해 늘리고 비틀어도 성능이 유지되는 ‘스트레처블’ QLED를 개발해 국제학술지 ‘네이처 일렉트로닉스’ 15일자에 발표했다. 스트레처블 디스플레이는 폴더블, 롤러블을 넘어 신축성을 가진 차세대 디스플레이다. 기존에 개발된 스트레처블 디스플레이는 늘리거나 줄일 때 빛이 나는 발광부를 제외한 배선부만 느는 구조였다. 이 때문에 화면을 늘리면 면적만 늘게 돼 화질이 떨어지는 한계가 있었다. IBS 연구진은 배선부와 발광층이 모두 늘어나 화질을 그대로 유지할 수 있는 디스플레이 기술을 개발했다. 연구진은 적색, 녹색, 청색의 퀀텀닷과 탄성을 가진 고분자 등의 물질을 균일하게 섞은 용액을 제작했다. 이후 이 용액을 40nm(나노미터·1nm는 10억분의 1m) 두께의 균일한 발광층으로 만들었다. 이렇게 제작한 소자는 양 옆으로 쭉 늘려도 기계적 손상이나 발광 성능이 저하되지 않았다. 또 최대 1.5배까지 늘려도 소자 내 퀀텀닷 간의 거리에 큰 변화가 없는 것을 확인했다. 즉 이 소자로 20인치 QLED TV를 만든다면 30인치까지 잡아당겨도 동일한 발광 성능을 유지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이번 연구를 이끈 김 부연구단장은 “자동차 내부 곡면과 같이 기존의 디스플레이를 적용하기 어려운 곳에 우리 연구진이 개발한 기술이 적용될 수 있다”고 했다.최지원 기자 jwchoi@donga.com}

    • 2024-0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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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걸을때 생기는 정전기로 오염수 정화한다

    한국과 중국 공동 연구팀이 걷기만 하면 오염수가 식수로 정화되는 기술을 개발했다. 매년 오염된 식수로 80만 명 이상이 사망하는 개발도상국의 공중 보건에 큰 보탬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연구재단은 김상우 연세대 신소재공학과 교수와 중국 런민대·칭화대 국제 공동 연구팀이 물에서 사는 수인성 병원균을 제거하는 휴대용 장치를 개발했다고 15일 밝혔다. 이 장치는 걸어다니면서 발생하는 정전기를 이용해 물통 속에 있는 병원균을 제거한다. 정전기로 전기장을 만들면 병원균의 세포막 주변에 압력이 발생한다. 이 압력으로 인해 세포막에 구멍이 뚫리면서 균이 사멸하는 원리다. 전기장의 크기가 클수록 균을 쉽게 제거할 수 있기 때문에 연구진은 휴대용 물병에 ㎚(나노미터·1㎚는 10억분의 1m) 수준의 얇은 금속 선(전도성 고분자 나노로드)을 설치했다. 연구진이 실제로 휴대용 물병을 들고 걸어본 결과 10분만 걸어도 99.9999%의 병원체가 사멸되는 것을 확인했다. 연구를 주도한 김 교수는 “보행으로 얻는 지속 가능한 에너지로 병원균을 직접 소독하는 기술은 안전한 식수를 제공해 주민들의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다”고 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연구재단이 추진하는 개인기초연구사업을 통해 수행된 이번 연구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워터’ 12일자에 게재됐다.최지원 기자 jwchoi@donga.com}

    • 2024-0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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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암흑에너지 비밀 밝힐 3차원 우주지도 공개

    한국이 참여하는 국제 공동 연구팀이 사상 최대 규모의 우주 3차원 지도를 공개했다. 연구팀은 3차원 지도의 범위를 넓혀가며 아직 비밀에 싸여 있는 암흑에너지를 비롯해 우주의 기원까지 밝히겠다는 계획이다. 한국천문연구원은 15일 암흑에너지분광장비(DESI)를 이용해 제작한 3차원 우주 지도를 공개했다. 1주년을 맞은 이 공동 프로젝트에는 11개 나라 70개 기관의 연구자 900여 명이 참여하고 있다. 이 장비는 미국 애리조나주 키트피크 산꼭대기에 있으며 먼 은하에서 오는 빛을 정밀하게 관측할 수 있다. 암흑에너지는 현재 우주 전체 에너지의 약 70%를 차지하고 있는 물질로 우주의 팽창 속도를 점점 빠르게 만드는 작용을 한다. 하지만 암흑에너지가 정확히 무엇이고 어떤 성질을 갖는지 밝혀지지 않았다. 이를 알아내기 위해서는 먼 은하의 위치를 최대한 많이 관측해 우주의 물질 분포가 어떻게 변화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국제 공동 연구팀은 지난 1년간 지구로부터 최대 110억 광년 떨어진 은하와 퀘이사의 빛을 관측해 우주가 얼마나 빨리 팽창했는지를 오차범위 0.5% 내로 측정했다. 지금부터 80억∼110억 년 전 사이의 초기 우주 역사를 1% 오차 이내로 정확하게 측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형목 중력파우주연구단 단장은 “이번 결과는 초기 우주의 역사를 가장 정확하게 분석한 결과”라고 했다.최지원 기자 jwchoi@donga.com}

    • 2024-0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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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상 최대 규모의 ‘3차원 우주 지도’ 공개…“우주의 기원까지 밝힐 것”

    한국이 참여하는 국제공동 연구팀이 사상 최대 규모의 우주 3차원 지도를 공개했다. 연구팀은 3차원 지도의 범위를 넓혀가며 아직 비밀에 쌓여있는 암흑에너지를 비롯해 우주의 기원까지 밝히겠다는 계획이다. 한국천문연구원은 15일 암흑에너지분광장비(DESI)를 이용해 제작한 3차원 우주 지도를 공개했다. 1주년을 맞은 이 공동 프로젝트에는 11개 나라 70개 기관의 연구자 900여 명이 참여하고 있다. 이 장비는 미국 애리조나 주 키트피크 산꼭대기에 있으며 먼 은하에서 오는 빛을 정밀하게 관측할 수 있다. 암흑에너지는 현재 우주 전체 에너지의 약 70%를 차지하고 있는 물질로 우주의 팽창 속도를 점점 빠르게 만드는 작용을 한다. 하지만 암흑에너지가 정확히 무엇이고 어떤 성질을 갖는지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이를 알아내기 위해서는 먼 은하의 위치를 최대한 많이 관측해 우주의 물질 분포가 어떻게 변화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국제 공동 연구팀은 지난 1년간 지구로부터 최대 110억 광년 떨어진 은하와 퀘이사의 빛을 관측해 우주가 얼마나 빨리 팽창했는지를 오차 범위 0.5% 내로 측정했다. 지금부터 80억~110억 년 전 사이의 초기 우주 역사를 1% 오차 이내로 정확하게 측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연구진은 향후 총 300만 개의 퀘이사와 3700만 개의 은하를 포함하는 우주 지도를 만들 계획이다. 이형목 중력파우주연구단 단장은 “이번 결과는 초기 우주의 역사를 가장 정확하게 분석한 결과”라고 했다. 최지원 기자 jwchoi@donga.com}

    • 2024-0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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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노벨상 사관학교’ 회장 “과학 지원, 규모보다 지속 중요”

    “우리가 (과학연구) 협력국으로 한국을 선정한 것은 전 세계적으로 최고의 국가이기 때문이다. 여러 평가지표로 봤을 때 한국은 단연코 최상위 국가다.” 11일 한국을 찾은 패트릭 크래머 막스플랑크위원회(MPG) 회장은 연세대 백양누리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한국을 과학연구 분야 최고 국가 중 하나로 꼽았다. 크래머 회장이 한국을 찾은 것은 기초과학연구원(IBS)과의 국제 협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다. 두 기관은 연구 협력 및 젊은 연구자 육성 프로그램 강화를 약속했다. 또 IBS 나노의학연구단과 막스플랑크연구소(MPI) 의학연구소 간 ‘나노의학 연구 허브’를 구축하는 협력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IBS와 나노의학연구단이 있는 연세대는 나노의학 연구 허브를 기반으로 한국에 첫 막스플랑크센터를 설립하겠다는 계획이다. 현재 센터 설립을 위한 준비는 모두 마친 상태이며 내년께 막스플랑크위원회에 센터 설립 신청서를 제출할 예정이다. ‘노벨상 사관학교’라고 불릴 만큼 많은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해 낸 막스플랑크연구회는 독일 전 지역 및 세계 9개국에 퍼져 있는 막스플랑크연구소를 관장하는 기구다. 현재 독일 내 84개의 막스플랑크연구소가 있고, 해외에는 4개의 연구소와 18개의 센터가 있다. 아시아 국가 중 막스플랑크센터가 있는 곳은 일본이 유일하다. 크래머 회장은 “막스플랑크센터가 생기면 유능한 인재들이 몰려들게 될 것이다. (기존 협력보다) 예산도 늘어나 좀 더 높은 차원의 과학 문제를 연구해 나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크래머 회장은 기초과학을 수행하는 데 있어 꾸준한 연구 예산의 중요성을 여러 번 강조했다. 크래머 회장은 “정치인은 빠른 결과를 원하지만 기초과학의 난제를 해결하는 데에는 오랜 시간이 걸린다. 막스플랑크가 배출한 노벨상 수상자들도 매우 오랜 시간에 걸쳐 연구한 결과 수상하게 됐다”며 “예산의 규모보다는 꾸준하고 지속적인 예산 지원이 필요하다”고 했다. 연구회 수장의 임기가 최대 12년으로 비교적 긴 것도 중장기적인 연구 계획을 수립하는 데 큰 장점이다. 막스플랑크연구소의 재정은 독일 연방정부와 연구소가 속한 주정부의 예산으로 구성된다.최지원 기자 jwchoi@donga.com}

    • 2024-0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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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암 치료 게임체인저 ‘개인 맞춤형 백신’ 성큼… 美 FDA “관련 시장 허가 준비 마쳐” 첫 언급

    암 치료의 ‘게임체인저’로 평가되는 개인 맞춤형 암 백신 시대가 곧 열릴 것으로 전망된다. 가장 빠른 속도로 개발 중인 모더나의 암 백신 출시를 위해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관련 제도를 정비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미 FDA의 피터 마크스 생물의약품평가연구센터(CBER) 소장은 이달 1일(현지 시간)부터 사흘간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세계백신총회(WVC)’에서 개인 맞춤형 암 백신에 대해 “FDA는 관련 시장을 열기 위해 (허가 심사 등을) 검토할 준비를 마쳤다”고 말했다. FDA가 암 백신의 허가 제도에 대해 직접적인 언급을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개인 맞춤형 암 백신은 사람마다 서로 다르게 가지고 있는 암세포 표면 단백질(신생항원)을 면역 세포가 공격하도록 하는 ‘치료용 백신’이다. 지금까지는 공통적인 유전자 변이를 타깃으로 하는 표적치료제 위주로 개발돼 왔다. 최근에는 환자마다 서로 다른 신생항원을 제거하는 방식의 개인 맞춤형 암 백신이 개발되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비즈니스 리서치 인사이트는 글로벌 암 백신 치료제 시장 규모가 2028년 4억8090만 달러(약 6500억 원)로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재 가장 빠른 속도로 개발 중인 곳은 모더나와 바이오엔테크다. 모더나는 2030년까지 개인 맞춤형 암 백신을 출시할 계획이다. 바이오엔테크는 글로벌 제약사 로슈와 손잡고 임상 2상을 진행 중이다. 바이오 기업들의 암 백신이 후기 임상에 진입하자 주요국들은 임상 및 출시를 위한 지원책을 마련하고 있다. 미 FDA는 올해 2월 ‘첨단 제조기술 지정 프로그램’이라는 제도 초안을 마련하고, 해당 제도로 암 백신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영국은 지난해 2030년까지 최대 1만 명의 환자들이 암 백신 임상에 참여할 수 있도록 바이오엔테크와 장기 파트너십을 맺었다. 한국은 관련 제도를 검토 중인 단계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해 암 백신 개발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발표했지만, 안전성 평가나 품목 허가에 대한 내용은 포함되지 않았다. 식약처는 “미국도 아직 해당 제도를 적용한 사례가 없기 때문에 해외 움직임을 지켜보고 있다”고 했다.최지원 기자 jwchoi@donga.com}

    • 2024-0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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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임체인저’ 암 백신 시대 열리나…美 FDA, 관련 제도 정비

    암 치료의 ‘게임체인저’로 평가되는 개인 맞춤형 암 백신 시대가 곧 열릴 전망이다. 가장 빠른 속도로 개발 중인 모더나의 암 백신 출시를 위해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관련 제도를 정비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적극적으로 나서는 미국에 비해 국내선 아직 기초적인 논의만 이뤄지고 있어, 관련 업계에서는 “좀 더 선제적인 제도 검토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미국 식품의약국(FDA)의 피터 마크스 생물의약품평가연구센터(CBER) 소장은 이달 1일(현지시간)부터 사흘간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세계백신총회(WVC)’에서 개인 맞춤형 암 백신에 대해 “FDA는 관련 시장을 열기 위해 (허가 심사 등을) 검토할 준비를 마쳤다”고 했다. FDA가 암 백신의 허가 제도에 대해 이렇게 직접적인 언급을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개인 맞춤형 암 백신은 사람마다 서로 다르게 가지고 있는 암세포 표면 단백질(신생항원)을 면역 세포가 공격하도록 하는 ‘치료용’ 백신이다.암은 기본적으로 유전적 변이에 의해 발생한다. 암종에 따라 많은 환자들이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는 유전자 변이가 있는가 하면, 사람마다 전혀 다른 유전자 변이도 있다. 지금까지는 공통적인 유전자 변이를 타깃으로 하는 표적치료제 위주로 개발돼 왔지만, 최근에는 환자마다 서로 다른 신생항원을 제거하는 방식의 개인 맞춤형 암 백신이 개발되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비즈니스 리서치 인사이트는 글로벌 암 백신 치료제 시장 규모가 2028년 4억8090만 달러(약 6500억 원)로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현재 가장 빠른 속도로 개발 중인 곳은 모더나와 바이오엔텍이다. 두 기업 모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을 개발하기 전부터 mRNA를 이용한 개인 맞춤형 암 백신을 개발해 왔다.현재 모더나는 미국 머크(MSD)와 함께 흑색종, 비소세포폐암 환자를 대상으로 각각 임상 3상을 진행 중이다. 모더나의 암 백신 ‘mRNA-4157’과 MSD의 면역항암제 ‘키트루다’의 병용투여를 평가하는 임상이다. mRNA-4157은 앞서 흑색종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 2b상에서 키트루다 단독 치료 대비 원격 전이 또는 사망 위험을 62% 감소시켰다. 회사는 2030년까지 개인 맞춤형 암 백신을 출시하겠다는 계획이다.바이오엔텍은 글로벌 제약사 로슈와 손잡고 췌장관세포암(PDAC) 환자를 대상으로 ‘오토진 세부메란(BNT122)’의 임상 2상을 진행 중이다. 로슈의 면역항암제 ‘티쎈트릭’과의 병용투여를 평가할 예정이다.주요 바이오 기업들의 암 백신이 후기 임상에 진입하며 각국은 임상 및 출시를 위한 지원책을 마련하고 있다. 미국 FDA는 올해 2월 ‘첨단제조기술 지정 프로그램’이라는 제도 초안을 마련하고, 해당 제도로 암 백신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이 제도에 따르면 첨단제조기술로 지정된 기술로 생상된 의약품은 추가적인 허가 절차를 밟지 않아도 된다. 영국은 지난해 2030년까지 최대 1만 명의 자국 환자들이 암 백신 임상에 참여할 수 있도록 바이오엔텍과 장기 파트너십을 맺었다.반면 우리나라는 아직 관련 제도가 미비한 상항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해 암 백신 개발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발표했지만, 안전성 평가나 품목 허가에 대한 내용은 포함되지 않았다. 국내의 한 종양내과 의료진은 “치료제가 부족한 암종의 경우 이런 혁신적인 치료제가 절실한 상황”이라며 “정부의 적극적인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했다. 식약처는 “미국도 아직 해당 제도를 적용한 사례가 없기 때문에 우리도 지켜보고 있는 상황”이라며 “검토할 여지는 있다”고 했다.〈개인 맞춤형 암백신 주요 개발 현황〉회사대상질환임상단계백신 방식 모더나흑색종, 비소세포폐암임상 3상mRNA바이오엔텍췌장관세포암임상2상mRNA아티바 바이오메디컬교모세포종임상3상면역세포(수지상세포) 활용지니어스 테라퓨틱스대장암임상 2·3상DNA 플라스미드출처: 각사 홈페이지최지원 기자 jwchoi@donga.com}

    • 2024-0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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