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코딱지 먹는 이유…정말 ‘천연 예방접종’일까?[건강팩트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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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6년 2월 9일 10시 51분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코딱지 한 번 안 먹고 자란 사람이 있을까? 코 파기는 어른이 되어서도 한다. 하지만 성인 대부분 그걸 먹진 않는다. 적어도 겉보기엔 그렇다.

아이들은 왜 코딱지를 먹을까? 혹시 그 행동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는 걸까?

사람만 코딱지를 먹는 것은 아니다. 최소 12종의 영장류가 코딱지를 먹는 습성을 가졌다.

스위스 베른 대학교의 진화생물학자 앤 클레어 파브르(Anne-Claire Fabre) 부교수는 아이아이(aye-aye)라고 불리는 특이한 생김새의 원숭이를 관찰하다가 길고 가는 손가락을 콧구멍에 넣어 묻힌 점액을 깨끗하게 핥아먹는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랐다.

파브르 부교수는 직접 관찰과 문헌 조사를 통해 고릴라, 보노보, 침팬지, 카푸친 원숭이 등 다른 영장류도 코를 파서 점액을 먹는다는 증거를 발견했다. 다만 이러한 관찰이 곧바로 인간, 특히 어린이의 행동이 진화의 흔적이라는 의미는 아니다.

파브르 부교수는 점액의 성분은 물이 98% 이상이라고 과학 전문 매체 ‘라이브사이언스’에 설명했다. 나머지는 뮤신(mucin)이라고 부르는 단백질-탄수화물 복합체와 염분으로 이뤄져 있다.

일부 과학자들은 콧속 점액을 섭취하는 이유가 어떤 건강상 이득을 얻기 위해서라고 추정한다.

콧물은 우리가 숨을 들이마실 때 먼지, 포자, 병원성 미생물을 붙잡아 폐에 도달하지 못하도록 막는 보호막 역할을 한다.

캐나다 서스캐처원대학교의 생화학자 스콧 내퍼 부교수는 2013년 “점액이 세균을 붙잡아 몸에 들어오지 못하게 막지만, 만약 우리가 그 점액을 섭취한다면 그 안에 담긴 세균에 면역 체계가 훈련되면서 면역 반응을 훈련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라는 가설을 제시했다. 하지만 이 가설은 실증 연구로 검증되진 않았다.

2016년 독일 튀빙겐대학교 연구진은 사람의 콧속에 사는 세균 포도상 구균 루그두넨시스(Staphylococcus lugdunensis)가 루그더닌(lugdunin)이라는 항균 물질을 만들어 낸다는 사실을 발견하여 국제 학술지 네이처(Nature)에 발표했다. 루그더닌은 코점막에 사는 특정 세균이 합성하는 새로운 항생 화합물(일종의 항생제)이다. 다만 코딱지 자체에서 루그더닌을 발견한 것이 아니라, 콧속 세균이 루그더닌을 생성한다는 사실을 확인한 것이라 코딱지 자체가 항균 효과를 가진다고 보기는 어렵다.

코딱지가 이른바 ‘천연 예방접종’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주장은 현재로선 과학적 설득력이 높지 않다.

그렇다고 건강상 문제를 일으키는 것도 아니다. 실제로 대부분의 사람은 의식하지 못한 채 비강 점액을 삼켜 소화기관으로 보내고 있으며, 이 과정 자체가 건강에 특별한 문제를 일으킨다는 근거는 없다.

2001년 청소년 대상 코 파기 연구를 수행한 인도 벵갈루루 국립 정신건강·신경과학연구소 치타란잔 안드라데 박사는 “점액 속에서 건조 과정을 견디는 면역 관련 물질은 매우 소량일 가능성이 크고, 섭취 후에도 소화될 가능성이 높다”라고 라이브사이언스에 설명했다. 코딱지의 면역력 향상 주장을 반박한 것.

다른 전문가들은 비강 점액이 폐렴을 일으키는 박테리아를 전파할 수 있으므로, 면역저하자가 주변에 있을 때 아이들의 코 파기와 코딱지 먹기 행동은 제어할 필요가 있다고 경고한다.

코딱지가 면역력을 높인다는 주장을 뒷받침할 과학적 근거는 현재까지 거의 없다. 이에 연구자들은 아이들이 코딱지를 먹는 행동에 관한 보다 직관적인 이유를 찾고 있다.

코딱지는 가려움, 압박감, 불편함을 유발할 수 있고, 그로 인해 아이들이 코를 파게 되며, 호기심 많은 아이는 결국 그것을 맛보게 될 수 있다는 것이 파브르 부교수의 추측이다.

2009년 출간된 한 책의 저자는 아이들에게 왜 코딱지를 먹는지 직접 물어본 결과를 한 장(chapter)에 실었다. 이는 동료 평가를 거친 논문은 아니었고, 표본도 10명으로 매우 적었다. 아이들은 “식감과 맛이 좋아서”라고 코딱지를 먹는 이유를 댔다.

안드라데 박사는 아이들이 코딱지를 먹는 습관을 갖게 되는 이유는 아직 그 행동에 부정적인 사회적 의미가 부여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본다.

“아이들은 공개적으로 그 행동을 하고, 어른들에게 들키면 꾸중을 듣는다. 코를 파는 것과 먹는 행위 모두 낙인이 찍히기 때문에, 내 생각엔 아이들이 나이가 들면서 적어도 공개적으로는 그 행동을 반복하지 않게 되는 것이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2019년 미취학 어린이(3~4세) 39명을 대상으로 한 실험 연구에서는 아이들에게 비누로 손 씻기, 휴지 사용 등 코 위생을 높이는 행동을 격려하는 놀이 기반 교육을 시행한 결과, 휴지로 코딱지를 제거하고, 올바르게 버리는 행동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코를 파고 먹는 행동 자체에 관한 연구는 아니지만, 위생 습관 교육을 통해 코를 파는 행동을 줄일 가능성을 보여줬다.

코 파는 행동이나 습관을 정신과적으로 접근한 연구도 있다.

일부 연구에서는 이런 행동이 불안, 강박행동(OCD)과 연관될 수 있다고 보고했다. 이는 모든 아이에게 해당하는 설명은 아니며, 반복적·강박적 행동으로 나타나는 일부 사례에 국한된다.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서, 아이들이 ‘단순히 코를 파고 먹는 행동’을 다룬 진짜 실험 연구는 매우 희소하다. 따라서 아이들이 왜 코딱지를 먹는지 그 원인을 직접적으로 규명하는 실험 연구가 나오기 전까지는 정확한 답을 알 수 없다.

파브르 부교수는 아이들의 발달 과정에서 코딱지를 먹는 행동이 어떤 이점이나 해로움을 가질 수 있는지 이해하기 위해 더 연구할 가치가 있다고 본다.

하지만 궁극적으로는 아이들의 말을 그대로 받아들인다. 아이들이 코딱지를 먹는 이유는 단순히 좋아서일 더 모른다는 것이다. “바삭하고 약간 짭짤하거든요.”

전문가들은 코딱지를 먹는 행동 자체보다 손 위생과 비강 손상 예방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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