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장 “잘못 준 빗썸 코인 팔았다면 재앙… 코인 사서 반납해야”

  • 동아일보

“새로 사는 가격 비싸도 당사자 부담”
금감원 “유령코인 보완과제 드러나
빗썸 위법 발견땐 즉시 검사 방침”
투자자 “빗썸 기다리란 말만 반복”

9일 서울 강남구 빗썸라운지 삼성점 앞에 비트코인 증정 이벤트 광고 문구가 표시돼 있다. 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9일 서울 강남구 빗썸라운지 삼성점 앞에 비트코인 증정 이벤트 광고 문구가 표시돼 있다. 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9일 가상자산 거래소 빗썸의 대규모 오지급 사고로 130억 원어치 비트코인이 미회수된 것과 관련해 “(비트코인을 판 사람은) 재앙적 상황에 처했다”고 말했다.

‘비트코인 벼락’에 코인을 팔아 현금을 챙긴 이용자는 ‘원물 반환’ 원칙에 따라 현금이 아닌, 비트코인을 다시 사서 반납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이미 판 가격보다 앞으로 사는 가격이 비싸면 차액은 당사자가 부담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금감원은 빗썸의 위법 사항이 발견되는 즉시 현장 검사에 나설 방침이다.

● “오지급 코인은 반환 대상”

이 원장은 9일 서울 영등포구 금감원에서 열린 ‘2026년 업무계획 발표’에서 빗썸의 오지급 사태에 대한 견해를 밝혔다. 이 원장은 “잘못 입력된 가상의 데이터로 (비트코인) 거래가 일어났다는 게 이번 사건의 본질”이라며 “오기입이 가능한 전산 시스템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고 했다.

앞서 빗썸은 6일 오후 7시쯤 이벤트에 참여한 고객 중 249명에게 1인당 평균 2490개의 비트코인을 실수로 지급했다. 총 62만 개에 달하는 비트코인으로 당시 거래금액(9800만 원) 기준 61조 원이 넘는 액수다. 당시 비트코인을 지급 받은 249명 중 86명은 이를 처분했고, 빗썸은 아직 125개 비트코인(약 129억 원)을 돌려받지 못했다.

이 원장은 오지급된 비트코인이 반환 대상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앞서 빗썸은 ‘랜덤박스 이벤트’로 1인당 2000원씩의 당첨금을 주겠다고 공지한 바 있다. 그는 “(비트코인을) 판 사람들은 재앙적인, 불안정한 위치에 처했다”며 “거래소에 (비트코인 지급 사실을) 확인하지 않고 이를 팔아 현금화한 사람들은 원물 반환 의무에 (거래) 차액까지 발생하게 됐다”고 했다. 그는 또 “빗썸에 ‘자신에게 보낸 게 맞냐’고 확인한 사람들은 책임 문제가 없지만, 나머지 사람들은 책임 문제가 끝까지 발생할 것”이란 말도 덧붙였다.

금감원 측은 “당국이 비트코인을 판 고객에게 원물을 돌려달라고 요구하거나 명령할 권한은 없다”고 밝혔다. 다만 당국 책임자가 이용자의 민사적 책임을 거론한 만큼, 향후 발생할 수 있는 법적 분쟁에서 당국이 오지급 코인을 이용자 소유로 인정하긴 어려워 보인다.

● “빗썸 위법 발견 시 현장 검사 전환”

금감원은 빗썸에 대한 현장 점검에서 법 위반 사항을 발견하는 즉시 검사로 전환할 방침이다. 이 원장은 “(이 사안은) 정부 차원에서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로, 유령 코인 문제의 해소 없인 가상자산 시장이 제도권으로 들어올 수 없다”면서 “가상자산법의 2단계 입법 과정에서 보완해야 할 과제가 도출된 것”이라고 했다.

코인 오지급 사흘째를 맞으면서, 당시 상황을 겪은 이용자들의 얘기도 속속 전해지고 있다. 경북 안동시에 거주하는 강모 씨(32)는 6일 빗썸 앱에서 ‘2000개의 비트코인’이 지급됐음을 확인하고 “겁부터 났다”고 털어놨다. 강 씨는 6일 오후 9시 8분경 고객센터에 연락했지만 “(코인이) 잘못 지급됐고 곧 회수될 테니 기다리라”란 답변만 반복해 들었다. 강 씨는 “상담원에게 물어봐도 아무런 조치가 없었으며,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다른 게시글과 댓글을 보고 상황을 파악해야 했다”고 말했다. 빗썸이 공지로 사고 경위를 밝힌 것은 7일 0시 23분. 사태가 발생한 지 5시간 23분이 흐른 뒤였다. 강 씨는 “가상자산에 투자하는 게 과연 맞는지 근본적으로 의심하게 됐다”라고 했다.

일부 거래소가 신규 고객 유치 차원에서 소액의 비트코인을 주는 마케팅을 적극적으로 펼친 점도 이번 사태를 키운 원인으로 꼽힌다. 코인게코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시장에서 거래량 기준 빗썸의 점유율은 28.3%로 1위 업비트(68.9%)와 격차가 크지만 빗썸은 공격적인 판촉을 내세워 격차를 꾸준히 줄였다. 업비트는 이달 6일까지 신규 고객에게 1인당 최대 5만 원어치 비트코인을 지급하는 이벤트로 맞불을 놓기도 했다.

#금융감독원#빗썸#비트코인#오지급 사고#가상자산#원물 반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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