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 “새벽배송 허용 환영하지만 쿠팡 견제 역부족”

  • 동아일보

14년 규제속 쿠팡 年매출 50조 육박
“월 2회 의무휴업 규제도 풀어줘야”
소상공인-시민단체 “골목상권 말살”

정부와 여당이 대형마트의 새벽 배송을 14년 만에 허용하기로한 9일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 배송 안내문이 붙어 있다. 대형마트 새벽 배송 금지 규제는 2012년 전통시장·골목상권 보호와 근로자 건강권·휴식권 보장을 명목으로 도입됐으나 지난 8일 더불어민주당과 정부, 청와대가 고위당정협의회를 열어 대형마트 새벽 배송 허용을 골자로 한 유통발전산업발전법 개정을 추진하기로 했다. 2026.02.09 뉴시스
정부와 여당이 대형마트의 새벽 배송을 14년 만에 허용하기로한 9일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 배송 안내문이 붙어 있다. 대형마트 새벽 배송 금지 규제는 2012년 전통시장·골목상권 보호와 근로자 건강권·휴식권 보장을 명목으로 도입됐으나 지난 8일 더불어민주당과 정부, 청와대가 고위당정협의회를 열어 대형마트 새벽 배송 허용을 골자로 한 유통발전산업발전법 개정을 추진하기로 했다. 2026.02.09 뉴시스
대형마트의 새벽배송 허용이 가시화되면서 14년 동안 쿠팡의 몸집을 40조 원 이상으로 키워준 국내 유통 환경에 변화가 예고된다. 규제 완화를 환영하는 목소리가 우세한 가운데, 또 다른 규제인 월 2회 의무 휴업일 등도 풀어야 연 매출 30조 원이 채 안 되는 대형마트가 이커머스(전자상거래)와 경쟁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9일 마트 업계에 따르면 주요 업체들은 전날 당정청이 유통산업발전법 개정 추진을 공식화하자 새벽배송 운영을 위한 논의에 착수했다. 0시부터 오전 10시까지 대형마트의 영업행위(포장, 반출, 배송 등)를 금지한 현행법에서 ‘전자상거래’는 예외를 두는 게 핵심이다. 민주당이 제출한 개정안이 통과되면 마트 점포를 중심으로 한 새벽배송이 가능해진다.

마트업계는 이번 결정을 반기고 있다. 2012년 도입된 유통산업발전법은 대형마트와 대기업슈퍼마켓(SSM)의 △매월 2회 의무 휴업일 지정 △영업시간 제한(0시부터 오전 10시) △전통시장 반경 1km 내 출점 제한을 골자로 한다. 그간 유통산업발전법은 오프라인에서 이커머스 중심으로 바뀐 유통 환경을 반영하지 못해 대형마트에 ‘기울어진 운동장’이란 지적을 받아 왔다. 쿠팡의 연간 매출은 2023년부터 이마트·홈플러스·롯데마트 등 대형마트 3사 합산 매출을 넘었다. 쿠팡의 지난해 1∼9월 매출은 36조3000억 원으로 업계에서는 연간 매출이 50조 원에 근접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반해 이마트·롯데마트·홈플러스 3사의 지난해 합산 매출은 2024년의 27조4000억 원 수준일 것으로 보는 전망이 많다.

유통업계에서는 새벽배송 허용만으로 단기간에 실적 개선이 이뤄지기는 어렵다는 의견도 있다. 점포를 활용한 배송은 고정비 지출이 많고, 포장과 배송 인력 추가 채용은 물론이고 물류 시스템도 구축해야 해 초기 비용이 많이 든다. 한 관계자는 “온라인 배송센터 운영을 위해서는 최소 20명 이상을 고용해야 한다”고 했다.

소상공인과 시민단체 등이 잇달아 반대 입장을 밝히고 있어 이를 넘을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는 전망도 나온다. 자영업자 단체인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는 이날 성명을 내고 “대형마트 새벽배송 허용을 위해 유통산업발전법을 개정하는 것은 골목상권의 마지막 숨통을 끊어놓겠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좀 더 근본적으로는 새벽배송 외 다른 규제 전반이 완화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정연승 단국대 경영학부 교수는 “14년간 묶여 있던 법안이 유연해진 것은 긍정적”이라며 “다만 쿠팡 생태계가 굳어진 상황인 만큼 의무 휴업일 폐지 등 전반적인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대형마트#새벽배송#규제완화#유통산업발전법#이커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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