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오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농림축산식품부 앞에 과천 경마장 이전을 반대하는 주민들이 설치한 화환이 놓여 있다. 세종=이상환 기자 payback@donga.com
‘과천 경마 공원 지켜내라.’
13일 오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농림축산식품부 앞에는 이 같은 내용의 문구가 담긴 화환 수십 개가 놓여있었다. 경기 과천시 주민들이 경마장 이전 계획에 반대하며 설치한 것이다. 화환에는 ‘과천 시민 패싱, 즉각 중단하라’ ‘동의 없는 정부 결정, 정부가 책임져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정부가 국내 최대 경마장인 과천 렛츠런파크 서울을 이전하기로 한 가운데, 과천 주민과 한국마사회 등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주민들의 반발에도 정부는 예정대로 경마장 이전을 추진하겠다는 방침이다.
올 1월 정부는 서울 용산구, 경기 과천시 등 수도권에 약 6만 채 주택을 공급하겠다는 ‘1·29 공급 대책’을 통해 과천 경마장 이전 계획을 발표했다. 과천시 주암동 일대 경마장과 방첩사를 이전하고 143만㎡ 용지에 9800채 규모의 주거 단지를 조성하겠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발표 이후 주민들은 반대 시위에 나섰다. 과천 주민 등이 모여 만든 과천 경마 공원 이전 반대비상대책위원회 1000여 명은 이달 5일 과천 중앙공원에 모여 “주민 동의 전혀 없는 주택개발 철회하라”고 비판했다.
1000여 명의 과천시 주민들이 경기 과천시 중앙공원에 모여 경마장 이전 계획 철회를 요구하는 집회를 벌이고 있다. 과천=뉴시스. 이날 마사회 노동조합 소속 조합원 100여 명 역시 마사회 본관 앞에서 모여 “2만4000여 말산업 종사자의 생존권을 위협하는 일방적 행정 폭거”라며 이전 계획을 비판했다. 전국 경마장 마필관리사 노동조합 등 관계기관도 성명서를 내고 “말산업 생태계 붕괴를 초래할 것”이라고 이전 계획 철회를 촉구했다.
정부는 예정대로 경마장 이전을 추진하겠다는 계획이다.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앞선 기자간담회에서 “마사회 근로자, 경마 산업, 주택 공급 모두 중요하기 때문에 각 의견의 균형을 잡아 기울어진 운동장이 되지 않도록 충분히 협의해 나가겠다”면서도 “경기도 내 다른 지역으로의 이전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최근 경기도는 국토교통부 측에 ‘경마장의 경기 북동부 미군 반환 공여지·서해안 간척지 이전’을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이전 후보지로는 서해안의 경기 시흥·안산시 시화지구와 화성시 화옹지구 등이 거론된다. 경마장을 지을 수 있는 넓은 부지를 가지고 있고, 서해안고속도로 등이 있어 수도권 내 이동이 쉽다는 이유에서다. 화성 화옹지구의 경우 이미 마사회가 90만㎡ 용지에 경주마 조련 단지 건설을 추진 중이다.
정부는 올 상반기(1~6월) 중에는 부지 선정을 포함한 이전 계획을 마련하겠다는 방침이다. 특히, 2030년까지 새로운 경마장 착공을 시작하기로 했다. 통상 경마장 착공부터 준공까지는 2~3년 가까이 소요된다. 이르면 2032년부터 새로운 경마장에서 경마가 시작될 전망이다.
이에 대해 마사회 노조는 과천 경마장 이전으로 연간 180만 명의 이용객이 줄어들고, 최대 1조 원이 넘는 매출이 줄어들 것이라고 비판한다. 경마 공원 이전이 확정되면 대체 용지 조성까지 장기간 공백이 불가피한데, 그 사이 이용객이 이탈하고 매출이 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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