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공공시설에 ‘임산부 주차구역’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1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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市의회 내년부터 의무화 조례 추진
배 부른 임산부 승하차 편의 위해 장애인주차구역 규격으로 설치
법률미비 탓 과태료는 부과 못해… ‘여성 전용구역’처럼 무용지물 우려

2015년 서울 서초구청에 설치된 임산부 전용 주차구역. 서초구 제공
2015년 서울 서초구청에 설치된 임산부 전용 주차구역. 서초구 제공
내년부터 서울시 공공시설 주차장과 공유지 시설물에 딸린 일정 규모 이상의 주차장에 임산부 전용 주차구역이 생길 것으로 보인다.

20일 서울시의회에 따르면 김선갑 시의원(더불어민주당·광진3)이 발의한 ‘서울특별시 임산부 전용주차구역 설치·운영에 관한 조례’ 제정안이 해당 상임위원회에서 심사 중이다. 다음 달 20일까지인 정례회기에서 본회의 통과가 유력하다.

이 조례안에 따르면 서울시 본청과 산하기관, 시가 관리하는 공공시설의 주차장과 시유지(市有地)나 구유지(區有地)에 있는 시설물에 딸린 주차 규모 30대 이상 주차장은 임산부 전용 주차구역을 만들어야 한다. 주차구역 바닥에는 임산부 전용 표시를 해야 한다. 승하차가 불편하지 않도록 장애인주차구역(3.3m×5m)만큼 넓어야 한다. 임신 중이거나 분만 후 6개월 미만인 산모가 탑승했을 때만 이용할 수 있다. 운전자는 임산부 탑승 차량임을 알아볼 수 있는 표지를 시에서 발급받아 차량 전면에 부착해야 한다.

서울시에 앞서 17개 광역단체 가운데 2012년부터 공공시설 주차장에 임산부 주차구역을 설치하도록 한 충남도를 비롯해 부산시 인천시 광주시 울산시 전남도 충북도에서 유사한 조례가 시행되고 있다. 주차난이 심각한 서울에선 2015년 서초구를 시작으로 일부 자치구가 자체 조례를 만들었다. 하지만 규격이 지자체마다 제각각이다. 일부 지자체는 옛 일반주차장 최소 규격인 폭 2.3m 주차면을 임산부 전용으로 바꿔 놓기만 한 경우도 있다.

아이를 가졌을 때 주차장 이용에 불편을 겪었던 여성들은 조례를 반기는 분위기다. 지난해 첫째를 출산한 장선정 씨(30)는 “옆 차가 운전석 쪽에 바짝 붙여 주차해 놓은 바람에 부른 배로는 도저히 타지 못해 지나가는 사람한테 내 차를 좀 빼달라고 부탁한 적도 있다. 염치없는 일인 줄 알면서도 장애인 주차구역에 차를 대기도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관련 내용을 담은 법률은 없어 임산부 주차구역에 일반인이 차를 대더라도 과태료를 부과하지 못한다.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 김현아 자유한국당 의원 등이 임산부 주차구역 설치와 어겼을 경우 처벌 등을 담은 ‘장애인·노인·임산부 등의 편의증진 보장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냈지만 국회에 계류 중이다.

이 때문에 여성 전용 주차구역처럼 무용지물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실제 일부 자치구가 설치한 임산부 전용 주차구역에서는 임산부 표지를 붙이지 않은 차량이 주차한 것을 숱하게 볼 수 있지만 제재를 가할 방법은 없다. 한 자치구 관계자는 “임산부 주차구역이라고 알리면 ‘빈 곳이 여기밖에 없는데 어떡하느냐’며 되레 역정을 내는 사람도 있다. 시민의 양심에 맡길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애를 낳은 여성의 차량도 주차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은 적절치 않다는 지적도 있다. 박천수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책임연구원은 “출산을 마친 산부에게까지 전용 주차구역을 준다면 형평성을 위해 장애인은 아니지만 노인을 비롯해 몸이 불편한 사람들에게도 주차구역을 할당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올 수 있다. 그럴 경우 주차장만 더 비좁아질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황태호 기자 taeho@donga.com
#공공시설#임산부 주차구역#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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