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료 구하려 소화기 들고 홀로 불길 뛰어들었다가 참변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2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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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내 돌아오지 못한 60대 작업소장… “다리도 성치않았는데” 가족들 오열
고물수집까지 하던 일용직 家長… 20대 두피마사지사 등도 희생

 “어쩐지 오늘따라 연락이 안 되더니….”

 4일 오후 경기 오산시 오산한국병원. 경기 화성 동탄신도시 메타폴리스 단지 내 부속 상가 화재로 숨진 이모 씨(62) 부인이 남편의 시신을 두 눈으로 확인하고 오열했다. 이 씨는 화재가 발생한 놀이시설 ‘뽀로로파크’ 철거업체 현장소장이었다.

 평소 일하다 전화를 받지 못할 때면 ‘어 전화했었네?’ 하고 다시 연락하는 남편이었지만, 이날은 아니었다. 이 씨는 이날 상가 관리사무소 직원 등 9명과 한창 작업 중이었다. 쉬는 시간을 틈타 동료들과 흡연 공간에서 담배를 태우던 이 씨는 곧 점포 내부에 연기가 치솟는 것을 확인했다. 이를 본 동료들은 점포 안으로 선뜻 들어가지 못했다. 그때 이 씨가 옆에 있던 소화기를 챙겨들곤 연기 속으로 사라졌다. 생존한 동료들이 기억하는 이 씨의 마지막 모습이었다. 이 씨의 부인과 두 딸은 “현장소장으로서의 책임감 때문에 홀로 뛰어들었을 것”이라며 “무릎관절 수술로 다리도 성치 않은 아버지가 어떻게 불길에 뛰어들었대…” 하고 말을 잇지 못했다.

 이날 이 씨와 함께 화재 현장에서 발견된 정모 씨(49) 유족들도 망연자실했다. 일용직 노동자였던 정 씨는 평소 배달 일에 고물 수집까지 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정 씨의 유가족들은 “혼자 생계를 책임지려 쉬지 않고 일했는데 불쌍해서 어쩌냐”며 애통해했다.

 평범한 한 가정의 딸도 화마 속에서 목숨을 잃었다. 뽀로로파크 건너편 두피클리닉에서 일하던 직원 강모 씨(27·여)였다. 강 씨의 남동생은 “화재가 났다는 뉴스를 보고 누나에게 ‘괜찮냐’고 카톡을 보냈다. 우리 누나에게 일어난 사고인지 몰랐다”며 울었다. 가족들에게 강 씨는 착하고 다정한 딸이자 누나였다. 강 씨의 아버지는 “어렸을 때부터 지금까지 한 번도 말썽부린 적 없는 장한 딸이었다”며 “고등학교 졸업하고 바로 일을 시작하며 악착같이 살았던 아이”라고 말했다. 강 씨의 이모부는 “화재가 나던 날 엄마한테 ‘오후 5시에 퇴근하면 같이 삼겹살 먹자’고 말했다던데 이게 마지막 인사였다”라며 고개를 떨궜다.

 두피 마사지를 받으러 왔다 사망한 강모 씨(44)는 초등학생 아들 둘을 둔 평범한 회사원이다. 강 씨의 부인은 “매주 토요일 오전 10시에 예약된 일정이었다”며 “그날 엘리베이터 앞까지 배웅했는데, 가지 말라고 할걸 너무 후회된다”고 말했다.

 화성과 수원, 오산 등 3개 병원에 안치된 시신들은 부검이 끝나는 대로 오산장례식장으로 옮겨져 빈소가 차려질 예정이다.

화성=최지연 기자 lim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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