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北김정은에 “지역평화 노력” 축전

구자룡특파원 입력 2015-10-10 03:00수정 2015-10-10 0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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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10일 노동당 창건 70주년]
10일 北 노동당 창건 70주년 맞아… 北中 우호-도발 중단 동시 메시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북한 노동당 창건 70주년(10일)을 하루 앞둔 9일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에게 축전을 보냈다. 또 중국 권력서열 5위인 류윈산(劉雲山) 공산당 중앙정치국 상무위원은 이날 대표단을 이끌고 평양에 도착하는 등 북-중 관계에 변화 조짐이 일고 있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시 주석은 축전에서 “최근 몇 년간 김정은 제1서기 동지는 김일성 주석, 김정일 총서기의 유지(遺志)를 계승해 조선노동당과 조선 인민을 이끌며 경제 발전과 민생 개선 등 방면에서 진전을 이뤘다”고 평가했다.

시 주석은 이어 “조선(북한) 인민의 위대한 영수 김일성 주석, 김정일 총서기의 지도 아래 조선노동당은 조선 인민을 이끌며 거듭되는 곤란을 극복했고 국가 독립과 인민 해방을 실현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축전은 관계 개선을 위한 강한 메시지로 풀이된다.

시 주석은 다만 “우리는 조선 동지들과 함께 노력해 중-조 우의를 수호하는 한편 공고하게 하고 지역 및 세계 평화 안정을 위해 건설적 작용을 발휘하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지역과 세계 평화 안정을 위해 노력하자’는 표현은 5년 전 후진타오(胡錦濤) 주석이 노동당 창건 65주년을 맞아 김정일 국방위원장에게 보냈던 축전에서는 없던 구절이다. 북한에 장거리 미사일 발사나 추가 핵실험으로 긴장 조성을 하지 말도록 요구하는 완곡한 표현이자 ‘핵 불용’에 대한 의지를 나타낸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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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주석이 ‘김일성 유지’를 강조한 것도 북한의 핵보유 주장을 우회 지적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과거 북한 당국은 ‘조선반도 비핵화는 김일성 주석의 유훈’이라고 밝혔지만 2013년 1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 결의안에 반발해 비핵화 포기를 선언했다.

한자로 400자 안팎 분량인 시 주석의 축전은 김정은이 1일 중국 국경절을 맞아 100자 남짓에 단 두 줄에 불과한 ‘냉랭한’ 축전을 보냈던 것과 대조가 된다.  

▼ 시진핑 ‘김일성 遺志’ 언급… 北에 비핵화 우회 촉구 ▼

북한 김정은에 축전
中서열 5위 류윈산 평양 도착… 4일간 머물며 김정은 면담 예상

류윈산 상무위원(사진)은 이날 오전 평양에 도착해 4일간의 방북 일정에 들어갔다. 류 상무위원은 김정은 제1위원장과 만나 시 주석의 친서를 전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치국 상무위원의 방북은 김정은 체제가 등장한 2011년 이후 4년 만에 처음이다.

류 상무위원은 3박 4일 일정으로 평양에 머무를 예정이다. 이는 2011년 10월 리커창(李克强) 총리의 2박 3일보다도 더 길다. 이 기간 그가 몇 차례 김정은을 만나 어떤 대화를 나눌지가 관심이다. 류 상무위원은 노동당 70주년 기념행사와 북한이 대대적으로 준비한 것으로 알려진 열병식을 함께 지켜보는 등 공개 행사에도 등장하며 우의를 나타낼 것으로 예상된다.

이 같은 중국의 태도는 최근 북한이 공개적으로 중국에 대한 불만을 터뜨리는 등 냉랭한 분위기 속에 나와 주목을 받고 있다. 일각에서는 “노동당 창건 70주년 기념식을 계기로 악화된 북-중 관계를 회복하기 위해 중국이 먼저 손을 내민 것”이라고 풀이하기도 했다.

중국이 최근 북-중 관계 회복에 적극 나서는 것에 대해선 여러 해석이 나온다. 시 주석의 축전과 류 상무위원의 방북은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와 4차 핵실험을 상당 기간 중단 또는 포기시키겠다는 의도를 담고 있다는 관측도 그중 하나다. 이 경우 시 주석의 축전은 ‘중국의 역할론’을 보여주기 위한 사전 포석이다.

베이징 외교가에서는 또 “한국과 중국 간의 관계가 밀접해지면서 중국이 북한을 달래야 할 필요도 있다”는 목소리도 들린다. 북한이 중국의 심기를 거스르는 행위를 되풀이했다고 해도 북-중 관계 악화가 중국의 이해관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한 대북 소식통은 “시 주석의 축전과 류 상무위원 방북에 따라 중국이 공개적으로 언급한 ‘한반도의 긴장을 유발하는 도발’ 행위로 중국의 뒤통수를 치지는 않을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분석했다. 신화통신은 “류 상무위원이 북한 지도자들과 만나 양자 관계와 공동의 관심 이슈들을 논의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하지만 류 상무위원의 방북 이후에도 북-중 관계의 회복을 예단하기 어렵다는 관측도 동시에 제기됐다. 한 중국 전문가는 “이번이 중국과 북한의 마지막 악수가 될지도 모른다”며 “노동당 창건 기념식 이후에도 북한의 태도가 바뀌지 않는다면 중국의 압박이 새로운 단계에 들어설 수 있다”고 내다봤다.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김정은#지역평화#시진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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