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에서/김희균]아무도 모른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0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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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균 정책사회부 차장
김희균 정책사회부 차장
지난달 교육부가 2015 교육과정 개정안을 발표하자 중학교 1학년 아들을 둔 선배가 물었다. “왜 하필 우리 애부터 교육과정이랑 대학수학능력시험이 바뀐다는 거야. 안 그래도 만날 뭐가 바뀌는 것 같던데, 뭘 어떻게 시켜야 하는 거야”라고.

내 답은 이랬다. “그건 며느리도 모르죠. 선배 애가 대학 갈 때까지 대통령선거도 있으니 대학입시 몇 번은 더 바뀔걸요. 그나마 중학교 1학년인 게 다행이에요. 지금 중학교 2학년은 재수하면 큰일이에요”라고.

교육 담당 기자를 하다 보니 종종 주변에서 자녀 교육에 대해 질문을 한다. “우리 애가 반에서 5등 정도 하는데 자율형사립고 보낼까. 아니면 일반고에서 내신 챙길까”, “내신 때문에 불리해도 외국어고가 좋겠지”라는 식의 질문들. 하지만 시원하게 대답을 한 기억은 없다. 이유는 크게 세 가지다.

일차적으로는 워킹맘, 즉 당장 내가 사는 동네 학교 평판이나 학원 정보도 모르는 ‘정보맹’인 내가 이런 고난도 질문에 답을 할 수 있을 리 만무하다.

두 번째로는 일반적으로는 좋은 학교나 학원이라고 해도 아이의 특성에 따라 궁합이 다르기에 정답을 찾기 어렵다. 혼자서는 공부를 꽤나 잘하는 아이인데 유독 경쟁에 대한 스트레스에 취약해서 특목고에 갔다가 어려움을 겪는 경우를 심심치 않게 봤다.

이런 이유야 모두 개인적인 특성에 따른 것이니 문제랄 것은 아니다. 진짜 문제는 세 번째 이유에 있다. 나름대로 교육 분야를 오래 취재했는데도 교육제도가 어떻게 달라질지 한 치 앞을 모르겠다는 것이다.

12년에 걸친 우리나라 초중고교 교육과정은 안타깝게도 대학입시라는 블랙홀로 이어져 있는 것이 현실이다. 교육과정을 이리저리 바꿔 봤자 결국 대학입시가 어떻게 달라지느냐가 관건이 된다. 그러다 보니 고등학교 입학 체계도 대학입시의 영향을 고스란히 받는다. 2000년대 중반 특목고의 인기가 절정에 달했던 것도 결국 상위권 대학들이 특기자 전형을 많이 만들고, 수시모집에서 특목고생을 우대한다고 알려졌기 때문이다.

괜찮은 일자리가 충분치 않은 이상 자녀의 앞길을 위해 조금이라도 더 나은 교육 여건을 찾으려는 학부모들의 열기를 막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정부가 사교육 대책을 내놓아 봤자 무용지물이 되는 원인이기도 하다. 아이러니한 것은 정부가 뭔가를 내놓을수록 공교육은 더 무력해지고, 사교육은 더 기승을 부린다는 것이다.

정권이, 그리고 교육부 장관이 바뀔 때마다 대학입시는 이리저리 바뀐다. 최근 10년간 대입제도만 봐도 정신이 없다. 수능의 경우 등급제와 A·B형 선택제가 도입됐다가 1년 만에 사라졌다. 한국사 필수, 영어 절대평가 등 과목과 평가 방식도 자꾸 바뀐다. 대학별 전형을 보면 단기간에 입학사정관제를 도입했다가 정권이 바뀌자 사그라들고, 수시모집을 확대하면서 논술을 장려했다가 줄이라고 하고, 대학마다 특기자 전형을 이리저리 바꾸고, 적성고사가 몇 년 유행하다 사라지고…. 제아무리 교육 전문가라 해도 종잡을 길이 없다.

지난 정부는 수능 영어를 국가영어능력평가시험(NEAT)으로 대체한다며 막대한 예산을 쏟아 부었지만 정책의 효과(?)를 본 것은 ‘NEAT 특강’으로 재미를 본 영어학원뿐이었다. 이번 정부는 영어 학습 부담을 줄이겠다며 수능 영어를 절대평가로 전환한다지만 학부모들은 벌써부터 다른 과목의 풍선효과를 우려한다. 지난 정권의 NEAT 무산 책임을 이제와 아무도 지지 않는 것처럼, 3년 뒤 영어 절대평가의 파장이 어떤 식으로 나타나든 역시 책임질 사람은 없을 것이다. 정부가 제아무리 좋은 명분으로 교육정책을 바꿔도 현장은 냉소로 가득한 까닭이다.

김희균 정책사회부 차장 foryo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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