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 축소-일부 증세’ 땐 반발만… 조세개혁 공론화할 듯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2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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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세없는 복지’ 정면 충돌]복지-조세 구조조정 어떻게
고소득자 무상시리즈 축소 불가피
전업주부 보육지원금이 ‘1차 대상’… ‘줬다가 뺏는 정부’ 정치적 부담
증세 합의 이루면 전면개혁 유력… 법인세 구간 단순화하면 세수 늘어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유승민 신임 원내대표가 박근혜 대통령의 ‘증세(增稅) 없는 복지’ 공약을 강력히 비판하고 나선 가운데 정부 내에서도 복지사업의 구조조정과 증세를 검토하는 쪽으로 궤도를 수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연말정산 사태를 계기로 더이상 표 안 나게 세금을 많이 걷는 방식이 통하지 않게 됐고, 복지수요는 여전히 급증하는 상황을 감안할 때 비현실적 공약을 계속 밀어붙이기 어려울 것이란 이유에서다.

하지만 기존 복지를 축소하는 일은 쉽지 않다. 정부 지지율이 떨어진 상황에서 세목 신설, 세율 인상 등 본격적인 증세는 더 어렵다. 이 때문에 여당과 정부 모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수렁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 증세보다 힘든 복지 구조조정

올해 116조 원에 이르는 복지 사업비 중 가장 먼저 줄여야 할 항목으로는 무상보육, 무상급식, 빈곤층 지원대책이 꼽힌다.

무상보육은 0∼2세에 대한 영유아보육사업과 3∼5세에 대한 누리과정사업으로 나뉜다. 영유아보육비는 중앙정부가 65%를 대고 나머지 35%를 지방자치단체가 부담한다. 누리과정은 정부가 지방에 주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을 재원으로 지방교육청이 추진하는 사업이다. 재정이 열악한 지방은 재정지원이 더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중앙정부는 더는 어렵다는 식의 갈등이 반복된다. 이에 따라 일하는 엄마에게는 현행 보육 지원을 유지하되 전업주부가 있는 고소득 가구에 대한 보육지원금을 축소하는 방안이 거론되지만 정부로선 당사자들을 설득할 수단이 마땅치 않다.

모든 초등학생과 중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무상급식의 경우 소득 수준이 상대적으로 높은 계층까지 복지비를 지원하고 있어 효율성이 떨어지지만 제도개편 논의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근로장려세제 등 빈곤층 지원사업도 자금이 빈곤층 가구에 제대로 집행되는지 검증이 필요하다. 기획재정부 당국자는 “한 번 지급한 복지비를 축소하거나 취소하는 것은 증세만큼이나 어려운 일”이라고 고개를 가로저었다.

○ 전면적인 조세개혁 가능성

지출을 아무리 줄여도 복지 수요를 도저히 감당할 수 없다면 남는 카드는 증세뿐이다. 여당의 증세 요구가 거세질 경우 정부가 모든 세목에 대해 전반적인 세제개혁을 추진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찔끔찔끔 개혁으로는 어디에서건 반발이 생길 수밖에 없고 그 과정에서 국론이 분열돼 개혁의 성과를 낼 수 없기 때문이다. 이는 새누리당 신임 유 원내대표의 생각과도 일치한다. 유 원내대표는 최근 “당은 법인세든 부가가치세든 백지 상태에서 다 검토할 수 있다”고 했다.

야권이 요구하고 있는 법인세와 관련해서는 현행 3단계인 세율 구간을 2단계로 줄이는 방안 등을 우선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조세전문가들은 본다. 대부분의 선진국이 2단계 세율을 적용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낮은 세율 구간에 속했던 기업들의 세 부담이 늘면서 전체적인 법인세수가 다소 증가하는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 소득세의 경우 비과세 소득을 과세로 전환하고 주식양도차익 등에 대한 과세범위를 넓히는 식으로 조정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복지 구조조정은 고용 교육 출산 등 핵심 분야에 대한 지원은 늘리고 나머지 지원은 줄이는 방향으로 추진하고, 증세는 고소득 자산가 계층을 중심으로 자본소득에 세금을 더 매기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세종=홍수용 legman@donga.com·김준일 기자
#증세없는 복지#복지 축소#증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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