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김호경]탁상행정에 헛바퀴 돈 ‘푸드트럭 규제개혁’

김호경기자 입력 2014-12-30 03:00수정 2014-12-30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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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경·산업부
푸드트럭이 합법화된 지 134일이 지났다. 당초 정부는 푸드트럭 관련 규제가 사라지면 6000명의 일자리와 400억 원의 부가가치가 창출될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지금까지 영업신고를 한 푸드트럭은 3대뿐. 나머지 푸드트럭들은 여전히 단속의 위험을 안고 불법영업을 하고 있다. 정부의 장밋빛 예상이 빗나간 원인은 무엇일까.

관련 업계에서는 당초 정부가 실태조사도 하지 않고 관련 법률부터 성급하게 고친 것을 가장 큰 문제로 꼽는다. 올 3월 푸드트럭 이슈가 불거지자 국무조정실 산업통상자원부 국토교통부 식품의약품안전처 등 관계 부처들은 일사불란하게 푸드트럭 영업을 가로막는 관련 법률을 개정했다. 하지만 가장 먼저 진행했어야 할 실태조사는 지금까지 단 한 차례도 벌이지 않았다.

그나마 식약처가 올 6월 각 기초지방자치단체에 요청해 자체 실태조사를 벌였지만 주먹구구식이었다. 식약처는 6월 말 기준으로 서울지역 35대 등 전국적으로 푸드트럭이 총 447대 있는 것으로 파악했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아예 응답을 하지 않은 기초지자체가 적지 않았다.

서울의 경우 25개 자치구 가운데 푸드트럭이 있다고 답한 곳은 강남구 은평구 관악구 광진구 노원구 등 5곳뿐. 나머지 20개 자치구는 어느 동네에서나 쉽게 찾아볼 수 있는 푸드트럭이 단 1대도 없다고 답했다. 서울시는 이 결과를 아무런 검증 없이 식약처에 전달했다. 모든 부처가 전국에 푸드트럭이 몇 대가 있는지 기본적인 실태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않은 채 규제부터 풀겠다고 나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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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정이 이렇다 보니 푸드트럭 규제 개선에 따른 예상 효과도 주먹구구식으로 산출됐다. 국무조정실 관계자는 “전국 유원지 355곳에서 푸드트럭 영업을 허용한다고 가정하고 규제 개선 예상 효과를 계산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현재 전국 유원지 355곳 가운데 푸드트럭 영업을 허용한 유원지는 단 두 곳에 불과하다. 계약할 의사를 밝힌 곳도 9곳뿐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규제는 암덩어리’라고 정의하고 규제개혁을 강조하는 발언을 여러 차례 쏟아냈다. 하지만 대통령의 거센 질타에도 중앙부처에서 기초지자체에 이르기까지 공무원 사회의 탁상행정은 요지부동이었다. 공무원이 바뀌지 않는 한 푸드트럭은 ‘규제개혁의 아이콘’이 아니라 ‘실패의 아이콘’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김호경 기자 whalefisher@donga.com
#푸드트럭#규제#합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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