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등 부추기는 정치가 통합 저해” 44%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4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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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 충전 코리아]
사회통합 가로막는 요인은

한국 사회가 해결해야 할 최우선 과제는 ‘사회통합’인 것으로 조사됐다. 동아일보-리서치앤리서치(R&R) 여론조사에 따르면 사회통합지수는 3.97점(10점 만점 기준)으로 위험수준이었다. 국익은 뒷전인 채 정쟁에만 몰두하는 정치권, 일자리와 연금을 둘러싼 세대 간의 대립, 영남과 호남의 해묵은 지역 갈등, 보수와 진보의 치열한 이념 경쟁 등 다양한 갈등요인이 사회통합을 저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 “문제는 정치”

한국인의 정치혐오증은 이번 조사 결과에서도 뚜렷하게 드러났다. 응답자의 43.8%가 사회통합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정치 갈등을 꼽았다. 여야 정치권이 국익보다는 정파적 이해득실에 의한 정치적 셈법에만 매달리는 모습에 세대와 지역을 망라하고 강한 반감을 드러낸 것이다.

윤희웅 민정치컨설팅 여론분석센터장은 “갈등을 해결하는 것이 정치의 목적인데 오히려 정치가 갈등을 부추기고 있다는 사실이 아이러니하다”라며 “말로만 구태정치 청산, ‘새 정치’를 외칠 것이 아니라 실제 국민의 요구에 부합하는 결과물을 보여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빈부갈등(23.4%) 역시 심각한 수준으로 조사됐다. ‘돈=행복’으로 인식하는 생각이 늘어나면서 연령, 지역, 학벌에 관계없이 돈을 둘러싼 갈등이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 한 50대 응답자는 “회사에서 사고를 당해 장애인이 되니까 생산성이 낮다고 퇴직을 강요당했다. 마침 그때 아내가 유방암 선고를 받고 투병 중이었다”며 “돈이 사람을 살리기도 하고 죽이기도 한다는 사실을 실감했다”고 말했다.

○ “소득-교육수준이 차별 발생시켜”

차별을 가장 심각하게 발생시키는 요인으로는 ‘소득수준’이 꼽혔다. 응답자의 63.3%(1순위+2순위를 합한 비율)가 차별요인으로 소득수준을 지목했다. 차순위인 교육수준(32.1%)보다 2배가량 높았다. 특히 실제 경제생활의 주체인 30, 40대의 경우 소득수준을 차별의 근본요인으로 꼽은 비율이 70%대에 이르렀다.

반면 젊은 세대일수록 교육수준, 즉 학벌에 의한 차별이 심각하다고 여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10대 응답자의 42.1%가 교육수준에 따른 차별이 심각하다고 지적한 반면 60대 이상은 응답자의 21.3%만이 ‘그렇다’고 답했다. 한 10대 응답자는 “아직도 우리 사회가 스펙을 중시하는 모습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며 “성적을 더 올려야 소위 ‘인(In)서울’ 학교에 갈 수 있는데 자칫 인생의 첫 출발부터 낙오하는 것은 아닌지 두렵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20대 응답자는 “학벌은 대한민국에 살면서 지워지지 않는 꼬리표”라며 “학창 시절에 좀 더 공부해서 더 나은 학벌을 갖지 못한 게 후회된다”고 말했다. 취업을 앞둔 20대의 경우 외모(19.3%)에 의한 차별을 꼽은 비율이 다른 연령층에 비해 높은 점이 눈길을 끌었다.

호남 지역에 거주하는 응답자는 ‘출신지역 따른 차별이 가장 심각하다’고 답한 비율이 타 지역에 비해 높았다. 차별요인으로 출신지역을 꼽은 비율이 수도권 영남 충청 등에선 10%대에 그쳤지만 호남에선 33.2%로 2∼3배 높았다. 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은 “호남의 지역적 낙후성과 상대적 박탈감이 김대중, 노무현 정부 때에 비해 크게 개선되지 않은 점이 이번 조사에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 사회통합은 정부와 국민 공동의 몫

응답자들은 정치·빈부 갈등을 극복하고 소득과 학벌에 따른 차별을 해소하기 위해선 정부(67.5%·1순위+2순위를 합한 비율)와 국민 개개인(51.2%)의 공동 노력이 필요하다고 내다봤다. 대통령 직속으로 국민대통합위원회를 설치하고 복지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한 정책을 마련하는 등 정부 차원의 노력도 중요하지만 학벌이 아닌 실력으로 평가하는 사회 분위기를 만들어가는 식의 국민 개개인의 인식 변화도 뒤따라야 한다는 얘기다.

‘사회의 창(窓)’인 언론(34.4%)이 제대로 된 역할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많았다. 언론이 이념에 따라 갈등을 부추길 것이 아니라 사회통합의 메시지를 던지며 통합 어젠다를 주도적으로 이끌어 나가야 한다는 설명이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언론은 사회 갈등을 조정하는 역할을 할 때 돋보이는 법”이라며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고 사회 문제를 공론화해 이를 해결하는 언론 본연의 역할에 대한 국민의 기대가 크다는 방증이다”라고 말했다.

손영일 기자 scud2007@donga.com
#사회통합#정치#국민#소득수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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