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미리 서울연구원 도시경쟁력센터장 “한국인들 극심한 스트레스 속병”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4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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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 충전 코리아]
“장년층 노후불안에 고립감… 국민행복 평가제 도입 필요”

“대한민국 국민의 행복도(10점 만점에 6.18점)는 점수만으로는 세계에서 보통 이상 수준이에요. 그러나 이번 연구 결과의 행간을 읽어보면 우리나라의 현실은 실제로는 불행하다고 느낄 가능성이 높습니다.”

서울연구원(옛 서울시정개발연구원) 도시경쟁력센터장인 변미리 박사(사회학·사진)는 동아일보-리서치앤리서치의 행복 여론 조사 결과를 이렇게 풀이했다. 한국의 2014년 행복도는 유엔의 ‘세계행복보고서’(2012)에서 행복도가 가장 높았던 북유럽 4개국(덴마크 노르웨이 핀란드 네덜란드·평균 7.6점)과 비교해도 나쁘지 않다. 서울연구원의 2013년 조사에서 서울시민의 평균 행복도(6.8점)는 본보의 전국 조사보다 약간 높았다.

그러나 변 박사는 “한국 사람은 다른 이의 눈을 의식해 불행을 드러내지 않는 경향이 있다. 겉으론 행복하다면서도 속으론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40대 이상의 행복도가 평균 이하인 점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40, 50대 중년층은 우리 사회의 허리를 형성하고 있는 중심축이다. 60대 이상 장년층은 대한민국의 성장을 이끈 주역이다. 그러나 이들이 느끼는 행복도는 각각 5.95점, 5.79점에 머물렀다. 삶에 대한 불안감에서 40대 이상은 보통(5점)에 미치지 못하는 4점대에 머물렀다. 사회통합 부문 역시 40대는 3.74점, 50대는 4.04점, 60대 이상은 3.98점에 불과했다. 이는 한국 사회가 크게 흔들리고 있다는 ‘적신호’라는 게 변 박사의 분석이다.

“정치인들은 반성해야 합니다. 이번 조사에서 공동체의 사회통합을 저해하는 원인 중 하나가 ‘정치 갈등’이었어요. 많은 행복 연구에 따르면 사람을 행복하게 하는 요인으로 사회적 신뢰와 연대감 등 사회통합적 요소가 꼽힙니다.”

변 박사는 우리 사회가 빠르게 고령화되는 상황에서 나이가 들수록 불행해지는 현상에 대해 포괄적인 사회적 대책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부모를 돌보고 자식을 챙겨야 했던 허리세대들, 이제 그들은 자신들의 노후에 대해 심각한 불안감을 느끼고 있어요. 최선을 다해 살아왔는데 정작 자신의 노후는 어디에도 없다는 ‘고립감’이 불행의 주요 원인일 수 있죠.”

변 박사는 정부가 국민행복영향평가 제도를 도입할 것을 제안했다. 예컨대 환경영향평가나 성별영향평가처럼 국가 정책을 국민 행복을 높이는 방향으로 끌고 가야 한다는 것. 공공정책의 최종 목표는 국민의 행복감을 높여 행복한 대한민국을 만드는 것이기 때문이다.

황태훈 기자 beetlez@donga.com
#변미리#스트레스#노후불안#속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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