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먹을수록 작아지는 행복… 60대이상 5.74 최저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4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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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 충전 코리아]
세대별 행복-불안지수는

“오로지 대학, 대학…. 공부 못하면 인간 취급도 안 해줘요.”(고교생 김모 군·17)

“서울 송파구 세 모녀 자살사건을 보며 남의 일 같지 않았어요. 건강, 직장 잃으면 한순간에 훅 가는 거죠.”(주부 박수진 씨·48)

“이젠 쓸모없는 사람 같아. 하루 종일 말 한마디 나누지 못하는 날도 많아.”(퇴직자 이승훈 씨·69)

세계 속에서 한국의 위상은 높아져 가는데 서민의 삶은 고단하다. 물질적 ‘웰빙’과 정신적 ‘힐링’은 다른 이야기만 같다. 우리나라 각 세대는 이 시대의 행복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 5060 사회적 관계 단절 상실감

주부 이명자 씨(59)는 “남편을 2년 전에 간암으로 떠나보낸 뒤 혼자 살면서 늘 외로움을 느낀다”며 “쥐꼬리만큼 모아둔 노후자금도 바닥나 하루하루가 힘들다”고 호소했다. 이 씨 같은 중년층 가운데는 경제적 어려움과 사회적 관계 단절에 따른 상실감이 컸다.

동아일보와 리서치앤리서치(R&R)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둘 중 한 명은 행복을 느끼지 못하고 있었다. 나이가 들수록 행복도와 만족도는 더 떨어졌다. 10대와 20대에서 10점 만점에 6.69점이었던 행복지수는 60대 이상에서는 5.74점으로 떨어졌다. 장년 이후 삶에 대한 행복감과 만족감이 다시 높아져 ‘U자형’을 보이는 선진국과 차이가 나는 부분이었다. 우리나라의 행복을 위해선 중장년층을 위한 국가 차원의 정책이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가족, 교우, 이성, 조직 내 관계 등에서도 연령이 높아질수록 만족도가 떨어졌다. 가족관계에 ‘만족한다’는 10∼30대가 80%를 넘는 반면 60대 이상은 60% 수준이었다. 특히 조직 내 관계에 만족한다는 60대 이상은 38.5%에 머물렀다. 사회학 전문가들은 “고령화시대를 맞아 60대 이상을 위한 재취업 대책을 서둘러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 행복을 위해 필요한 건 ‘건강·가족·돈’

회사원 조상현 씨(38)는 “인정하긴 싫어도 인생의 70∼80%는 결국 돈”이라며 “주거, 건강, 노후, 교육, 여가 등 일상의 고민은 대부분 돈 때문이고 행복을 지키려면 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리서치앤리서치가 여론조사와 별도로 3월 24일 10대부터 60대 이상 모든 연령층 총 210명을 대상으로 세대별 행복과 불안에 대해 온라인 조사한 결과 행복의 필수조건으로 ‘건강, 가족, 돈’을 꼽았다. 응답자들은 대부분 조 씨처럼 돈을 행복 유지의 수단으로 생각했다. 노후를 위해 필요한 돈은 적게는 3억 원부터 많게는 수십억 원까지 있어야 한다고 답했다. 지방의 4년제 대학을 중퇴하고 취업을 준비 중인 김모 씨(24)는 “학벌과 스펙이 지워지지 않는 꼬리표처럼 달라붙어 취직을 제대로 할 수 있을지 고민이다. 또래 친구들 가운데 상당수는 나 같은 불안감을 안고 산다”고 말했다. 여론조사에서도 불행의 원인에 대해 10대와 20대는 ‘학벌’과 ‘명예’를 많이 꼽았다. 우리 사회가 여전히 학연 지연에 얽혀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 3040 삶에 대한 불안감 높아

여론조사 응답자 가운데 ‘현재 삶에 대해 불안감을 느끼느냐’라는 질문에 ‘불안하지 않다’는 응답은 30.3%에 그쳤다. ‘불안하다’는 23.2%, ‘보통’은 45.5%였다. 특히 삶에 대한 불안지수는 30대와 40대에서 각각 10점 만점에 5.11점, 4.96점으로 다른 연령대보다 높았다. 회사원 김유권 씨(34)는 “취직하고 곧 아이도 생겨 행복한 한편으로 불안감도 적지 않다. 집도 사고 양육비도 필요한데 직장에서 얼마나 버틸지, 갑자기 예기치 않은 사고가 나지는 않을지 걱정이다”라고 말했다.

사회범죄, 국가안보, 예기치 못한 사고, 자연재해 등 여러 위험 요소별로는 사회범죄에 대한 불안감이 40.3%로 가장 높았다. 여성이 더 불안해했다. 주부 김미숙 씨(42)는 “흉악범죄와 관련한 뉴스가 쏟아지면서 밤늦게 혼자 다니기도 두렵고 아이가 조금만 늦어도 초조해진다”며 “아이들을 상대로 한 범죄는 관용을 베풀지 말고 사형 등으로 엄벌해야 한다”고 말했다. 자연재해와 관련해서는 “지진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았다. 2011년 발생한 동일본 대지진의 영향 때문으로 보인다.

김재영 redfoot@donga.com·장선희 기자
#행복지수#불안지수#사회적 관계#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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