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세 천사, 4명에 새 생명주고 하늘로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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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완주 뇌사 정진아양 장기기증

뇌사상태에 빠진 네 살배기 여자아이가 4명에게 새 생명을 전하고 짧은 삶을 마감했다.

2일 전북대병원에 따르면 전북 완주군에 살던 정진아 양(4·사진)은 지난해 12월 15일 급성 심장마비로 응급실에 실려 왔다. 소아중환자실에서 집중 치료를 받았지만 끝내 의식을 찾지 못한 채 인공호흡기에 의존해야 하는 뇌사상태에 빠졌다. 딸이 다시 밝은 미소를 되찾기만을 기다리던 부모는 고민 끝에 장기 기증에 동의했다. ‘비록 소중한 딸은 하늘나라로 떠나보내지만 대신 다른 이에게 희망을 주자’는 생각에서 내린 결단이었다.

전북대병원 이식팀은 진아 양 부모의 뜻을 존중해 12월 30일 뇌사판정위원회의 최종 뇌사 판정 이후 심장과 간, 신장 좌우 한 개씩을 적출했다. 간과 신장 한 개는 전북대병원 환자 2명에게 각각 이식했다. 나머지는 서울아산병원과 서울대병원에 보내져 또 다른 2명의 생명을 구하는 데 쓰였다. 진아 양의 신장을 이식받은 전북대병원 환자의 어머니 정모 씨(65)는 “자식이 11년 동안 투병하며 고생해왔는데 이식수술을 잘 마쳐 기쁘다. 큰 선물을 주신 분들께 정말 감사하다. 우리도 힘든 이에게 사랑을 나눠주며 살겠다”고 말했다.

장기 이식수술을 집도한 전북대병원 유희철 교수(간담췌이식외과)는 “어린 딸을 잃은 슬픔이 컸을 텐데도 이런 결정을 내려준 부모님께 경의를 표한다”며 “진아 양이 다른 이에게 희망을 베푼 고귀한 선택은 우리 사회에 본보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진아 양의 아버지(42)는 “항상 미소를 잃지 않던 딸의 일부분이 새 생명을 받은 이들에게도 전해지기를 바란다”며 눈물을 글썽였다. 진아 양의 부모는 수년 전 자신들의 장기도 기증하기로 서약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주=김광오 기자 ko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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