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의 국정지표를 사무실에 걸어두는 것은 공무원들에게 늘 그것을 보면서 국정운영의 철학을 되새기고 실천하라는 취지이므로 그 자체를 탓할 일은 아니다. 게다가 10년 만에 정권이 바뀌었으니 더 적극적으로 실용정부의 국정운영 방침을 숙지토록 할 필요가 있다. 그렇다고 학생들 말처럼 새 가방 멘다고 공부 잘하나. 쓰던 액자 규격에 맞춰 국정지표 인쇄물을 제작한다고 글씨가 안 보이기라도 하나.
국정지표 인쇄물을 일괄 제작해 내려 보낸 것도 역시 낭비다. 부처나 기관별로 인터넷에서 내려받아 쓰도록 하면 될 일이었다. ‘선진 일류국가-잘사는 국민·따뜻한 사회·강한 나라’라는 국정지표의 정신을 얼마나 성심껏 실천하느냐가 중요하지, 규격이 중요한 것은 아니다. 과거 권위주의 정부에서처럼 꼭 가로 세로 몇 cm로 통일할 일도 아니다.
행정안전부는 국정지표를 디자인한 업체의 이름과 전화번호를 국정지표 관련 공문에 포함시켜 특혜(特惠) 시비까지 낳았다. 실제로 이 업체는 정부기관에서 4000여 개의 액자 제작을 주문받았다고 한다. 행정안전부는 “액자 표준을 새로 정하다 보니 편의를 위해 특정업체를 예시했지만 강제사항은 아니다”고 해명했으나 오해의 소지가 있다.
‘예산 10% 절감’을 선언한 이 대통령은 법무부 업무보고를 받으며 “비용을 아끼기 위해 보고서를 흑백으로 했다”는 설명을 듣고 “이런 업무보고가 실용적”이라고 칭찬했다. 사소한 것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공복(公僕)이라면 한 푼의 세금도 아끼겠다는 자세부터 가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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