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송문홍]‘창어(嫦娥)공정’

  • 입력 2005년 10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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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개의 태양을 퇴치하기 위해 지상세계에 파견된 예(예)와 항아(嫦娥·중국음 창어) 부부는 이 일을 해결함으로써 오히려 천제(天帝)의 노여움을 사 천계(天界)로 돌아가지 못하게 된다. 예는 억울해 하는 아내의 비위를 맞추기 위해 서왕모(西王母)를 찾아가 복숭아 2개를 얻어 온다. 하나를 먹으면 불로불사(不老不死)하고, 두 개를 먹으면 천신(天神)이 될 수 있다는 복숭아를 항아는 둘 다 먹어 버리고 달나라로 도망을 가는데….” 중국 고대신화에 나오는 이야기다.

▷중국 언론은 2년 전 중국 신화에 등장하는 지고무상(至高無上)의 여왕인 서왕모가 실존 인물이라는 고고학자들의 연구 결과를 보도했다. 과장하기 좋아하는 중국인의 특징으로 볼 때 훗날 “항아도 실존 인물”이라는 주장이 나올지도 모르겠다. 중국의 우주개발 프로젝트 이름이 ‘창어(嫦娥)공정(工程)’이기 때문이다. 중국인들은 달나라에 살고 있는 신화 속 선녀를 21세기에 찾아 나서겠다는 야심을 이 작명(作名)에 담았다.

▷중국은 2년 뒤 달 탐사선인 창어 1호를 발사하고, 2013년까지 달 착륙 후 지구로 귀환하는 유인 우주선 개발을 완료한다는 계획이다. 재작년에 이어 그제 두 번째로 발사된 유인 우주선 선저우(神舟) 6호의 성공은 이 계획이 일정대로 진행되고 있음을 보여 준다. 이번에 ‘신의 배’를 탄 우주인 두 명은 우주에서의 첫 식사로 월병(月餠)을 먹었다고 한다. 월병은 중국인들이 추석 때 보름달을 보며 먹는다는 전통음식이다. 그들은 월병을 씹으며 달나라의 항아를 만날 날을 생각했을까.

▷선저우 6호의 성공에 13억 중국 인구가 흥분하고 있다. 중국 내 56개 민족을 하나로 묶는 국민 통합의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고 한다. 무섭게 성장하는 중국의 국력을 대외적으로 과시하는 최고의 기회가 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가장 신경이 쓰이는 쪽은 아무래도 미국일 것이다. 이러다가 할리우드가 제작하는 우주전쟁 영화 속에 황색 피부의 ‘차이나노트(Chinese Astronaut·중국인 우주비행사)’가 등장할 수도 있겠다.

송 문 홍 논설위원 songm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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