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金종빈 총장, 끝까지 검찰 독립 수호해야

  • 입력 2005년 10월 13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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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정배 법무부 장관이 어제 검찰총장에 대한 지휘권을 발동해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고발된 강정구 동국대 교수를 불구속 수사하도록 지시했다. 법무부 장관이 헌정 사상 처음으로 검찰총장 지휘 감독권을 발동한 것은 여권 고위층과 이병완 대통령비서실장의 발언 등에 비춰 노무현 대통령의 뜻에 따른 것이 확실해 보인다. 청와대와 여당이 이처럼 이 사건에 집착하는 것은 국보법을 사실상 무력화하려는 의도로 읽힌다.

국보법은 바로 북한의 위협으로부터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지키기 위한 법률이다. 인권 측면에서 일부 조항에 문제가 있다면 국회의 논의와 표결을 거쳐 고치는 것이 옳지, 법률 자체를 사문화(死文化)시키는 것은 법치주의에 어긋난다.

이 비서실장과 문희상 열린우리당 의장은 강 교수의 발언에 대해 표현의 자유, 학문의 자유에 포함된다고 주장했다. 헌법은 국민의 모든 자유와 권리는 국가안전보장 질서유지 공공복리를 위해 필요한 경우 법률로 제한할 수 있다는 유보조항(37조)을 두고 있다. 표현의 자유, 학문의 자유는 국가의 안전보장을 위협하는 행위까지 허용하는 무제한적인 것이 아니다.

천 장관의 지휘권 발동은 검찰의 독립성을 해친 나쁜 선례가 될 것이다. 검찰청법은 ‘법무부 장관은 구체적 사건에 대해서는 검찰총장만을 지휘 감독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는 검사가 수사하는 사건에 대한 ‘정치인 장관’의 부당한 개입을 검찰총장이 막도록 하기 위한 장치이다. 법무부 장관은 대통령의 지휘를 받는 각료이다. 개개의 사건에 대한 법무부 장관의 지휘권 발동은 대통령이 주요 사건에서 검찰총장의 업무를 수행하는 것과 다름없다. 따라서 사건 처리의 정치적 중립성도 보장하기 어렵다.

천 장관이 얼마 전 특정 사건 수사에 관해 수사팀을 질책하면서 “앞으로 지휘권을 적극 발동할 것”이라고 공언하자, 김종빈 검찰총장은 “부당한 지휘까지 승복할 필요는 없다”고 밝힌 바 있다. 2년 임기가 법률로 보장된 김 총장은 일각에서 거론하는 ‘용퇴’로 대응할 일이 아니다. 끝까지 일선 검사들의 수사 의견을 관철하기 위해 노력함으로써 검찰의 정치적 독립을 수호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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