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전종갑/재해대비 ‘국가태풍센터’ 만들자

  • 입력 2005년 9월 5일 03시 02분


코멘트
초대형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휩쓸고 지나간 미국 루이지애나 주의 뉴올리언스. 사망자가 수천 명 수준에 이르면서 아직까지 무정부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이런 가운데 제14호 태풍인 ‘나비’가 심상치 않은 진로를 보이며 우리나라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는 기상청의 예보가 나와 있다. 우리나라는 과연 태풍 등 자연재해 앞에서 안전한가?

지구온난화현상이 가속화되면서 지난 100년 동안 지구의 연평균 기온이 섭씨 0.6도 상승했다. 이와 함께 한반도의 기온도 과거 30년간 약 섭씨 1.2도 올랐다. 특히 이 기간 중 우리나라 주변 해역의 해수면 온도 상승은 섭씨 1.5도로 지구 해수면 온도 상승의 6배나 된다.

기온이 오르면 수분 증발이 활발해지고 자연히 강수량도 늘게 된다. 또 해수면 온도가 오르면 태풍은 강해진다. 태풍의 에너지원은 바다에서 증발한 수증기가 응결되면서 방출하는 잠열(潛熱)이기 때문이다. 태풍이 발생하기 위해서는 우선 해수면 온도가 섭씨 27도 이상으로 유지돼야 한다. 우리나라에 영향을 주는 태풍은 대부분 북태평양 서남부지역에서 발생하는데 여름철 이 지역의 해수면 온도는 섭씨 30도나 된다.

태풍은 북쪽으로 갈수록 세력이 약화된다. 바닷물이 차가워져 에너지 공급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나라 주변 해역의 해수면 온도가 오르면서 열과 수증기 등 지속적인 에너지의 공급이 이뤄져 태풍이 약화되지 않고 대형화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이처럼 기후 변화로 태풍이 점차 대형화되고 강력해져 우리나라는 2002년과 2003년 초대형 태풍 ‘루사’와 ‘매미’로 인해 많은 인명 피해와 각각 5조5000억 원, 4조2000억 원 이상의 경제적 피해를 보았다. 태풍 피해가 갈수록 커지면서 태풍의 발생 초기부터 진로와 강도를 전문적으로 예측하는 것은 물론 태풍 상황에 따른 재해 유형을 예측하고 사전에 대비해야 할 필요가 커지고 있다. 이 시점에서 태풍에 종합적이고 체계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기구로 ‘국가태풍센터’ 설립을 제안한다.

미국의 재난을 거론하지 않는다 해도 세계적으로 기상이변이 빈발하고 있다. 한국은 이러한 재해에서 안전할 수 있으리라는 안이한 생각을 버려야 한다. 좀 더 적극적이고 실질적인 국가 재난방지시스템의 개발이 요구되며 기상재해 때문에 보는 국민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정부의 지속적인 노력이 무엇보다 절실한 때다.

전종갑 서울대 교수·지구환경과학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