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눈/니컬러스 크리스토프]테러의 또다른 얼굴

  • 입력 2005년 8월 3일 03시 1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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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르베즈 무샤라프 파키스탄 대통령은 테러와의 전쟁에서 우리(미국)의 소중한 동맹이다. 그러나 테러는 여러 얼굴을 갖고 있다. 테러라고 해서 모두 비행기를 공중 납치하거나 지하철에 폭탄을 설치하는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테러는 대부분 개인적 이해관계가 얽힌 세속적 성격을 띠고 있다. 잠든 샤지아 할리드(32·여) 박사를 깨웠던 강간범이나 그 이후 무샤라프 정부가 취한 납득할 수 없는 태도도 세속적인 것이었다.

나는 6월에 무크타란 비비 씨에 대한 기사를 쓰면서 샤지아 박사에 대해 언급했던 적이 있다. 그녀의 동생이 신분이 높은 다른 부족의 여성과 관계를 가진 데 대한 보복 조치로 집단 성폭행을 당했던 비비 씨는 자신이 받은 보상금으로 학교를 세웠고 여성지원 그룹을 만들었다.

그러나 이때까지만 해도 샤지아 박사는 두려움에 떨며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이제, 샤지아 박사는 처음으로 자신의 얘기를 전하는 데 동의했다.

샤지아 박사는 2년 전 발루치스탄 지역의 파키스탄 국영 석유회사가 남편에게도 일자리를 주기로 약속한 뒤 같은 회사에 의사로 취직했다(남편은 결국 일자리를 얻지 못했다). 샤지아 박사의 가족은 그녀의 안전을 우려했지만 그녀의 거처는 경비병이 있는 공관 안에 있었다.

올 1월 2일. 샤지아 박사는 한밤중에 잠에서 깼다. 처음엔 악몽을 꾸고 있는 줄 알았다.

“누군가가 내 머리채를 세게 잡아끌었습니다. 그는 전화기 줄로 내 목을 졸랐습니다. 저항했지만 그는 수화기로 내 머리를 때렸습니다. 소리치려 하자 ‘닥쳐. 소리 지르면 산 채로 불태워 죽이겠다’고 위협했습니다. 그러고는 전화선으로 손목을 묶고 침대에 눕힌 뒤 강간했습니다.”

그는 샤지아 박사의 방에서 밤을 보냈다. 샤지아 박사를 때리고, TV를 보다가, 또다시 그녀를 강간한 뒤 권력과의 연줄을 자랑하기도 했다. 35쪽에 이르는 비밀보고서는 그날 아침 샤지아 박사가 간호사의 숙소에 들어와 쓰러졌다고 기록했다. “의식이 몽롱한 그녀의 이마는 부어올랐고, 코와 귀에서 피를 흘렸다.”

파키스탄 석유회사 간부들이 갑자기 들이닥쳤다. “그들은 아무에게도 얘기하지 말라고 했습니다.” 샤지아 박사는 치를 떨었다.

한 간부는 그녀가 범죄 사실을 보고한다면 체포될 수도 있다고 협박했다. 파키스탄의 전통법에 따르면 강간당했다고 신고하는 여성은 성인 남성 목격자 4명을 증인으로 세우지 못하면 오히려 간통 또는 간음죄로 체포될 수 있기 때문이었다. 혼외정사를 했다는 ‘논리’가 성립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샤지아 박사는 범죄를 고발할 자신이 없었다. 그 대신 그녀는 가족을 만나게 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러자 회사 간부들은 그녀에게 마취제를 먹인 뒤 카라치 정신병원에 감금했다.

리비아에서 기술자로 일했던 샤지아 박사의 남편 할리드 아만 씨는 열하루가 지나서야 그 소식을 알게 됐다. 샤지아 박사는 차마 남편을 쳐다보지 못했다. 남편은 그런 그녀를 위로하고 경찰에 신고해야 한다고 설득했다. 그게 순진한 결정이었다. 경찰은 이미 고위 군 관리인 강간범과 관련자들의 신원을 확인했지만 이를 은폐하기로 작정한 상태였다.

카라치의 저명한 산부인과 의사인 세르샤 시에드 박사는 “성폭행 피해자들을 만날 때마다 경찰에 가지 말라고 설득한다”고 전했다. 경찰이 한 번 더 성폭행을 하는 일이 많기 때문이다.

불행하게도 지구상의 많은 여성이 이 같은 현실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다음 칼럼에서는 우리의 동맹인 파키스탄의 무샤라프 장군이 어떻게 샤지아 박사에게 또 다른 차원의 테러를 가했는지에 대해 밝히겠다.

니컬러스 크리스토프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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