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6자회담 열리고 駐美대사 落馬하고

  • 입력 2005년 7월 27일 03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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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핵 문제 해결의 분수령이 될 6자회담이 재개되는 26일 홍석현 주미 대사가 사의(辭意)를 표명했다. 국가안전기획부(현 국가정보원)의 도청 테이프 보도로 국내 여론이 악화되고 있어 그로서는 피할 수 없는 선택이라고 본다. 그러나 6자회담이 열리는 ‘비상시기’에 주미 대사의 공석(空席)으로 인한 국제사회에서의 나라 망신, 외교적 손실 또한 적지 않다.

6자회담이 열리면 주미 대사는 현지에서 백악관 및 국무부의 회담 관련 인사들과 접촉해 부처별 반응과 입장 변화를 살피곤 했다. 미국이 어떤 방향으로 회담을 끌고 가려 하는지를 파악해 한미 간 의견을 조율하는 채널인 것이다. 주미 대사의 보고는 베이징 협상 팀에 내려가는 지침이 되기도 한다. 6자회담의 핵심이 미국과 북한이라고 볼 때 ‘대미(對美) 채널’이 없는 6자회담 참여는 조타수(操舵手) 없는 항행(航行)에 비유할 수 있다.

워싱턴에서는 당장 대사 유고(有故)사태를 맞아 주미공사가 공식행사에 대신 나서고, 방미 중인 통상교섭본부장과 대사의 면담도 취소되는 등 부작용을 낳고 있다. 신임 대사감을 물색해 아그레망을 신청하고 부임하기까지는 시간이 걸린다. 그만큼 가장 중요한 외교 전선에서 차질이 빚어질 수밖에 없다.

6자회담 개막일에 주미 대사가 하차하는 사태는 청와대 인사검증 시스템의 심각한 결함을 입증하는 것이다. 1997년 안기부 도청문제는 수년 전부터 정가에서 설왕설래(說往說來)하던 스캔들이라는 것이 확인되고 있다. 참여정부의 청와대나 국가정보원이 그런 정보를 모르고 있었다고 해도 문제고, 알고서도 홍 씨를 주미 대사에 기용했다면 더욱 문제다.

홍 씨의 대사직 사퇴와 삼성의 사과문 발표 정도로 이번 사태가 진정되기는 어려울 것이다. 국민은 특히 공익(公益)을 지향해야 할 언론사 사주가 특정기업과 정파의 ‘손발’이 되어 움직였다는 대목에 실망하고 분노하고 있다. 삼성은 사과문을 내면서 “사실과 다르거나 소문에 불과한 것도 있다. 왜곡 과장된 점도 있다”고 했는데 무엇이 다르다는 것인지 그 진상을 소상히 밝혀야 한다. 진실만이 사태를 진정시킬 수 있는 유일한 처방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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