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김범석]누리꾼이 가수를 돕는 길은…

  • 입력 2005년 7월 5일 03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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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간 일본에서 1500억 원 이상의 음반 판매액을 올린 가수 보아. 그녀가 KBS MBC SBS TV 가요 프로그램에 나갈 때 받는 출연료는 회당 20여만 원이다. 인기 그룹 ‘동방신기’의 경우는 더 짜다. 출연료 20여만 원을 멤버 다섯 명이 나눠야 하기 때문이다.

가수 170여 명이 1일 한국방송연기자노동조합 가수지부를 창립했다. 지난달 13일에는 가수 200여 명이 모여 ‘한국가수권리찾기협의회(한가협)’ 선포식을 가졌다. 한 달 새 가수 권익보호단체가 두 개나 생기는 ‘사건’이 벌어진 것이다.

두 단체가 공통으로 주장하는 것은 바로 방송출연료 현실화다. 방송사들의 가수 출연료 등급 규정에 따르면 경력 50년, 70세 이상의 가수가 받는 이른바 ‘최고 출연료’가 50만 원 정도다. 가수 김수희는 “가수 경력 20년에 방송 출연료는 아직도 36만 원”이라고 하소연했다.

가수들이 때아니게 출연료 문제에 한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것은 음반시장 침체 때문이다. 인터넷에서의 불법 다운로드가 성행하면서 음반 판매는 급감했다. 10년 전만 해도 김건모 신승훈 등 인기가수의 음반은 내기만 하면 100만 장 이상이 팔리는 ‘보증 수표’였다. 그러나 올해 상반기 최대 매출을 기록한 그룹 ‘SG워너비’의 음반 판매량은 38만 장에 불과하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음반 홍보를 위해 액수를 따지지 않고 방송에 출연했던 가수들이 출연료 현실화에까지 눈을 돌리게 된 것이다.

그러나 누리꾼(네티즌)들은 가수들의 이런 모습에 대해 “돈만 밝힌다”고 비난하는 분위기다. 한 누리꾼은 ‘휴대전화 컬러링이나 미니홈피 배경음악 등 음반 외 부수입이 많은데 출연료 갖고 야단이냐’고 꼬집었다.

하지만 ‘한가협’ 선포식에 참석했던 이동연 문화연대 사무처장은 “통신회사, 중개업체, 제작사, 기획사 등의 이익을 제하고 나면 가수들의 몫은 5%도 안된다”고 밝혔다.

누리꾼들은 가수들의 ‘아우성’에 귀를 기울일 의무가 있다. 한국만큼 음원(音源)을 공짜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 나라도 드물다. 지금 목에 걸고 있는 MP3플레이어 안에 돈을 주고 산 음악이 몇 곡이나 들어 있나. 그것부터 부끄러워하지 않는 한 갈수록 좋은 노래를 듣기는 어렵게 될지 모른다.

김범석 문화부 bsism@dogn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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