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컬 피플]김현옥 씨, 간호사 출신 첫 부원장

  • 입력 2003년 10월 19일 17시 3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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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년 만에 돌아왔다. 그동안 한국은 너무 많이 변했다. 그러나 간호사로서 할 일은 더 많다. 그래서 그녀는 한국이 좋다.

서울 세브란스병원 김현옥 간호담당 부원장(58). 그는 최근 국내 대학병원 최초로 간호사로서 부원장 자리에 올랐다. 의사가 아니면 오를 수 없는 ‘경지’를 넘은 것. 그는 간호사, 간호지원 인력 등 1400여명의 인사권을 쥐고 있는 실력자다. 간호사에 대한 한국과 미국의 차이를 물었다.

“한국은 의사와 간호사의 커뮤니케이션이 부족하다는 느낌입니다. 아마 남존여비(男尊女卑) 문화, 연장자의 권위, 위상 차이 등이 원인이 아닌가 싶습니다.”

의사와 간호사의 의사소통이 원활해지면 환자에게 큰 이익이 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환자가 아프면 의사는 처방을 하죠. 간호사는 환자의 아픈 부분을 주물러주거나 묻어뒀던 얘기를 들어 주면서 심적 위안을 줍니다. 의사와 간호사가 ‘죽이 맞으면’ 환자만 좋죠.”

그는 “간호사는 절대 친절해야 한다. 그러나 환하게 웃고 겸손한 것이 친절은 아니다”며 “친절은 곧 능력”이란 등식을 내세웠다. 무슨 말일까.

“환자의 요구는 점점 세분화되고 구체적입니다. 사근사근하고 허리를 숙인다고 해서 해결될 일이 아니죠. 병에 대한 정보를 원하면 정보를 주고 신속한 진료를 원한다면 방법을 제시해야 합니다. 의료비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을 묻는다면 역시 그에 맞는 대답을 해 줘야죠. 그게 바로 친절입니다.”

요컨대 ‘맞춤형’이 아니고는 안된다는 얘기다. 그가 간호사들에게 전문성을 강화하라는 지시를 내린 것도 이 때문이다. 요즘 세브란스병원 간호사들은 자신의 의견을 정확하고 간결하게 말할 수 있는 능력을 요구받고 있다.

그는 일주일에 한번 이상 병실을 ‘암행(暗行)’한다. 간호사라면 환자의 의견을 직접 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오늘은 어떤 이야기가 나올까. 부원장실을 나서는 그의 얼굴이 밝아 보인다.

김 부원장은 1970년 연세대 간호학과를 졸업한 뒤 도미, 시카고병원 오하이오주립대 펜실베이니아주립대 보스턴주립대 등에서 간호학을 공부하고 강의를 했다. 90년에는 보스턴 위터 재활병원에서 간호부원장 임상부원장을 거쳐 병원장의 자리에까지 올랐다.때마침 간호 업무를 강화하려던 병원 측은 한국에까지 소문이 퍼진 김 부원장의 명성과 실력을 높이 사 6개월 전 스카우트해 왔다.

김상훈기자 core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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