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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2년 7월 25일 18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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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억만장자 투자자인 버크셔 해서웨이의 워런 버핏 회장은 24일 뉴욕타임스 기고문에서 스톡옵션과 연기금 수익을 기업 회계부정의 대표적 속임수로 지칭하면서 CEO들의 자발적인 개혁 노력을 강력히 촉구했다.
90년대의 닷컴 붐에 편승하지 않고 전통적인 장기 가치투자를 고수해 온 버핏 회장은 특히 “미 상원이 94년 재무회계기준심의회와 아서 래빗 전 증권거래위원회 위원장에게 압력을 넣어 스톡옵션을 비용처리토록 하는 입법 노력을 무산시켰다”고 밝히고 “상원은 이 같은 결정을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음은 기고 요지.
엔론과 월드컴의 사례에서 극명히 드러난 기업 회계 중 확실한 속임수는 바로 스톡옵션과 연기금 수익이다. 연기금 펀드를 운영하는 스탠더드 앤드 푸어(S&P) 500지수 편입 기업들은 최대 11%까지의 높은 목표 수익률을 책정해 회계 장부에 기재할 수 있다. 수익률이 1%만 올라가도 기업의 연간수익이 1억달러 이상 증가할 수 있기 때문에 기업들은 되도록 높은 수익률을 책정한다. 문제는 증시하락 등으로 펀드 운영 사정이 좋지 않아 실제 수익률이 저조해도 회계상으로 이를 전혀 가늠할 수 없다는 데 있다. 더 파렴치한 속임수는 스톡옵션을 비용처리하지 않는 것이다. 스톡옵션은 현찰 거래가 아니기 때문에 비용이 들지 않는다고 주장하는 것은 눈감고 아용하는 격이다. 현찰 거래가 아닌 연기금 수익은 꼬박꼬박 기업 수익에 포함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누구보다 CEO들이 이 같은 부조리를 척결하는 데 앞장서야 한다. 지금 당장 부정확한 수익률 기재를 중단하고 스톡옵션을 비용처리토록 지시하라. 존경과 신뢰 회복은 이를 위한 실천이 있을 때만 가능하다.김정안기자 cred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