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로 끝난 ‘여성용 콘돔 유세’

  • 입력 2002년 3월 11일 15시 12분


4, 5월 1, 2차 투표로 치러지는 프랑스 대선에서 재선을 노리는 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 측은 8일 여성의 날을 맞아 기발한 선거운동을 벌였다. 파리 시내 지하철역에 여성용 콘돔 자판기 설치 행사를 가진 것. 프랑스에 남성용 콘돔 자판기는 있었으나 여성용 자판기가 등장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행사를 주도한 시라크 대통령의 여성 대변인 로즐린 바슐로는 여성용 콘돔이 불필요한 임신을 피하게 하고 모성 보호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여성정책에서 보수적이던 시라크 진영이 이런 선거운동을 벌인 것은 최근 대선 경쟁자인리오넬 조스팽 총리 진영으로 여성표 이탈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기 때문. 그동안 시라크는 매력적인 용모 덕에 조스팽에 비해 여성표에서 압도적 우위를 지켜왔다.

하지만 여성용 콘돔 자판기까지 동원한 시라크의 여성표 구애는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했다. 행사에 맞춰 여성단체 회원들이 하나에 2유로(약 2300원)인 여성용 콘돔 판매가가 남성용에 비해 3배나 비싸다고 시위를 벌였기 때문이다. 에이즈 관련 단체인 ‘액트 업(Act Up)’도 성명을 내고 “보수적인 시라크가 여성의 질(膣)을 선거 도구로 이용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한편 11일 루이 해리스 연구소가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1차 투표(4월21일)에서는 시라크가 박빙의 리드를 지키지만, 2차 결선투표(5월5일)에서는 조스팽이 51%를 얻어 49%의 시라크를 누르고 승리할 것으로 나타났다.

파리〓박제균특파원 ph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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