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 카에다 공중분해냐 위장白旗냐

  • 입력 2001년 12월 12일 17시 56분


미군과 반 탈레반군의 공세에 견디다못해 항복을 선언한 알 카에다 조직은 결국 공중분해되고 말 것인가. 붕괴될 것이라는 관측이 유력하지만 전 세계에 거미줄처럼 얽혀있는 그들의 조직망이 쉽사리 해체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더 많다.

알 카에다는 일단 탈레반이라는 보호막이 사라졌고, 배수진을 치고 있던 산악지대마저 반 탈레반군의 맹공을 받게되자 더 이상의 저항은 불가능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일부 세력이 항복을 거부하고 저항하고 있고, 항복선언으로 일시 공격을 멈추게 한 후 지도부를 빼돌릴 가능성은 있으나 대세를 돌이키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본 것.

문제는 필리핀에서부터 캐나다에 이르기까지 세계에 산재해 있는 알 카에다 조직. 전문가들은 오사마 빈 라덴과 아프간의 알 카에다 본부가 붕괴된다고 해도 이를 알 카에다 조직이 궤멸될 것으로 보는 것은 위험천만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알 카에다 조직원들 상당수가 알 카에다가 운영하는 캠프에서 훈련을 받고 각자 자기나라로 돌아가 조직의 이념과 투쟁의지를 간직한 채 이슬람교도로서 정상적인 생활을 하고 있기 때문에 드러나지 않을 뿐이라는 것이다.

영국의 아랍계 일간지 알 하야트의 모하마드 살라는 “정말 위험한 것은 아프가니스탄의 알 카에다 전사들이 아니라 아프간 외부에 있는 조직”이라고 말했다.

이런 점에서 “빈 라덴은 알 카에다의 도구에 불과하며 이 조직을 움직이는 실세들이 따로 있다”는 사우디아라비아 나예프 내무장관의 최근 발언은 의미심장하다. 알 카에다 조직의 자금줄 또한 민간기업과 자선단체 등을 내세운 위장된 점조직으로 이뤄져 있어 이를 차단하려는 미국의 노력도 예상 밖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 결국 표면상으로는 아프간 내 알 카에다 세력이 붕괴됐다고 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앞으로 보이지 않는 알 카에다와의 더 어려운 전쟁이 시작됐다고 할 수 있다.

<박윤철기자·외신종합>yc9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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