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경기]"그물 올리면 고기반 쓰레기반"

  • 입력 2001년 4월 26일 02시 11분


25일 오후 3시. 인천 남동구 논현동 소래포구. 조업을 마치고 포구로 돌아온 어선들은 조금 전 잡은 우럭, 꽃게 등 싱싱한 수산물을 공판장에 풀었다. 그러나 어민들의 표정은 밝지 않았다. 6∼7년전부터 어획고가 눈에 띄게 감소한데다 그물에 폐비닐과 목재 등 쓰레기가 자주 걸려 올라오기 때문. 어민 김일수씨(54)는 “그물을 올리면 고기 반, 쓰레기 반”이라며 “쓰레기 더미속에서 고기를 고르고 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실태〓인천 앞바다가 한강을 통해 흘러 내려온 쓰레기로 거대한 쓰레기장으로 변하고 있다. 쓰레기는 한강을 통해 흘러 내려온 비닐류가 대부분. 특히 잘게 부서진 비닐이 새우에 섞이면 골라내기 어려워 어민들뿐만 아니라 구매자들까지 골탕을 먹고 있다.

정확한 바다 쓰레기 실태 조사가 한번도 이뤄지지 않아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인천시는 1년 동안 22만9350t의 바다 쓰레기가 발생한다고 추정한다. 파도를 따라 먼바다로 이동한 쓰레기가 전체의 반 정도라고 감안하면 30년 동안 344만여t의 쓰레기가 인천 앞 바다 바닥에 쌓여 있거나 떠다니고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해양수산부가 매년 거둬올리는 해양폐기물 가운데 16%가 어망이다. 태풍으로 가라앉은 폐어망도 있지만 어민이 처리비용을 물지 않기 위해 고의적으로 바다에 버리는 것도 적지 않다.

▽쓰레기처리비용〓지난 11일 3개 서울시, 인천시, 경기도 등 3개 자치단체장이 ‘인천 앞바다 및 한강수계 쓰레기 처리비용에 관한 협약’을 체결했다.

협약에 따르면 2002년부터 2006년까지 인천 앞바다 쓰레기 처리비용 250억원을 서울시 22.8%, 인천시 50.2%, 경기도 27%씩 분담하게 된다. 또 한강과 임진강 쓰레기 처리비용에 대해서는 오는 9월로 예정된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의 용역결과에 따라 분담비율을 정하기로 했다. 그러나 이 돈은 바다 쓰레기 분포실태조사와 청소전용선 구입에 쓰일 뿐 차단막 설치 등 근본적인 해결책 마련은 아직 요원하다.

▽대책〓전문가들은 한강으로 유입되는 육지 쓰레기를 근절시키는 것이 급선무라고 밝히고 있다. 또 어항마다 폐어망 등 해양폐기물 회수시설을 설치해 효율적인 수거, 처리체계를 갖춰야 한다는 것. 유정석(柳廷錫) 한국해양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인천 강화 북단 4곳에 차단막을 설치해 청소전용선이 쓰레기를 수거해야 한다”고 제의했다.

어부들이 바다 쓰레기를 육지로 가져올 경우 일정액을 보상해주는 것도 한 방법. 일본의 경우 이미 어민과 환경단체가 네트워크를 구축해 항상 상호감시하고 있어 폐어망을 바다에 버리거나 항구에 방치하는 일은 좀처럼 찾아보기 어렵다.

<박정규기자>jangk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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