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이훈/뒷북치는 금융사기 대책

  • 입력 2001년 1월 28일 18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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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비 금융기관의 폐해는 어제오늘 얘기가 아니다.

이들은 ‘파이낸스’ ‘컨설팅’ ‘벤처캐피털’ 등의 알쏭달쏭한 간판을 내건 채 “돈을 맡기면 원금 보장은 물론이고 월 2∼5부의 이자를 주겠다”고 국민을 속이고 있다. 곳곳에서 피해자가 속출하고 있다.

지난해 검찰과 경찰에 적발된 사이비 금융기관만 510개, 피해 규모는 1조원 이상으로 추정된다.

이에 따라 금융감독원은 지난주 대책 마련에 나섰다고 발표했다. 사이비 금융기관으로 인한 피해를 막기 위해 내달부터 모니터링 요원을 100명에서 300명으로 늘리고 제도권 금융기관인지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인터넷 사이트를 개설한다는 것이다.

이 발표를 접하면서 ‘왜 이제서야?’ 하는 의문이 든다.

98년 부산지역의 삼익, 삼부 파이낸스가 쓰러져 이 문제가 불거졌을 때 이헌재(李憲宰) 당시 금감위원장은 “금감원은 제도권 금융기관을 감독하는 기관이며 사이비 금융기관을 단속할 의무도 여력도 없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검찰과 경찰이 고유 업무를 놔두고 유사 금융기관 단속에 전념했을 리도 없었다. 자연히 국민의 피해는 점점 커져만 갔다.

비록 늦긴 했지만 금감원이 사이비 금융기관 피해를 막기 위해 발벗고 나섰다는 얘기는 다행스럽다. 그러나 피해자들의 심정을 조금이라도 헤아려 보다 일찍 대처했더라면 지금처럼 문제가 커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금감원이 사이비 금융기관 적발 업무를 시작한 것은 99년 11월부터. 현재 전담 직원은 팀장을 포함해 3명뿐이다. 한 관계자는 “금감원은 감독권이 없기 때문에 고객을 가장해 유사 금융기관에 접근해 정보를 입수한 다음 범죄 혐의가 확인되면 수사 기관에 넘겨주는 수준”이라며 “수사 기관과 업무 협조가 이뤄진 것도 아주 최근의 일”이라고 털어놨다.

정부가 ‘내 일과 남의 일’을 가리며 폐해를 방치하고 있는 동안 사이비 금융기관이 뭔지, 어떻게 가려내는지를 알 도리가 없는 국민은 소중한 재산을 날리며 눈물을 흘려왔다.

이훈<금융부>dreamlan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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