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이광수/투기성 단타매매에 경제 멍든다

입력 2001-01-27 18:47수정 2009-09-21 0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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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턴가 우리 사회에는 투기와 투자를 거의 동일시하는 듯한 잘못된 분위기가 만연돼 있다. 투기는 사행심이 전제된 단기적 ‘대박’에 대한 막연한 기대의 발로다. 그러나 투자는 좀 더 장기적인 예상수익이 보장될 수 있다는 믿음에 기반한 건전한 경제행위다.

요즘 시중에는 주식을 하지 않거나 관심이 없는 사람은 시대에 뒤떨어지기라도 한 것처럼 ‘왕따’ 취급하는 좋지 않은 풍조가 팽배해 있다. 물론 주식에 적당 비율의 자산선택(포트폴리오)을 하는 것은 건전한 투자이며 유망한 기업의 발전과 국가경제 성장의 초석이 되고 알찬 기업과 부실한 기업간의 적자생존에 의한 기업 구조조정에도 큰 몫을 하게 된다. 그러나 최근 도를 더해 가는 이른 바 얼치기 ‘묻지마 투자’는 투자가 아니라 사행성 도박의 범주에 드는 게 아닌가 싶다.

우리 경제가 어려워진 원인으로는 미국의 경기둔화, 원유가 급등, 국내증시 하락, 자금시장 경색, 국내경기 침체 전망에 대한 국민의 지나친 심리적 우려감 등이 있겠으나 더 심각한 문제는 생산적이고 앞을 내다보는 장기적 투자마인드의 부족일 것이다.

이처럼 비생산적인 투기의식이 조성된 이면에는 정부도 상당한 책임이 있다. 작년에 발표된 4만개 이상 벤처기업 적극지원 육성 약속, 또 금년 초 주식시장의 의도적 부양책 표명 등으로 기술개발과 국제경쟁력 제고에는 전념치 않고 주가 조작에만 혈안이 된 기업인과 사이비 벤처 사장 등을 양산하는 데 정부가 크게 영향을 미친 것이다.

회사의 이익 창출은 소홀히 하고 하루종일 단타매매(데이트레이딩)에만 열중하고 있는 샐러리맨들의 정서는 잘못돼도 한참 잘못된 문화다. 오죽하면 기업들이 서둘러 회사 컴퓨터의 주식 관련 사용을 금지하는 사내규칙을 강화했겠는가.

어느 학습지 교사는 고백적 자서전인 ‘주식투자 죽어도 하지 말라’에서 평생 월급쟁이로 안먹고 안입고 모은 3억원이라는 거금을 전부 날리면서 간곡하고도 처절한 호소로 주식무용론을 말했다. 건전한 장기적 투자가 아니라 한탕주의식 투기를 말한 것으로 생각된다. 그가 내놓은 과학적인 계량통계에 의하면 70%가 손해보고 30%가 버는 것이 주식시장의 현실이라고 한다. 추측컨대 허망한 꿈을 꾸고 요행을 노리며 초단위로 클릭하는 투기적 개미군단족이 투자자의 70%이고 나머지 30%는 앞선 정보로 실속을 차리는 기관투자가와 외국인투자자일 것이다. 손익의 양극화 현상이라고 하겠다.

이제 우리는 금년 상반기의 어려움을 슬기롭게 탈피해 다시 선진국 대열에 진입하기 위해 매진해야 한다. 그러려면 노력하지 않고 일확천금을 노리는 사행심만 가득한 단기적 투기행각은 버려야 한다. 진실로 전망있고 건실한 기업에 투자하고 부동산투자도 실수요자 중심의 투기없는 거래 정착으로 장기적이고도 합리적인 투자 마인드가 모두에게 깃들어야 한다. 건강한 투자문화의 정착만이 국가경제를 발전의 초석 위에 올려놓을 수 있을 것이다.

이광수(대천실업 전무·경원대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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