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리포트]YS때 3명서 10명으로

  • 입력 2000년 12월 15일 19시 24분


공안과 특별수사는 대외적으로 검찰 수사업무의 양대 산맥으로 꼽힌다. 공안부는 선거와 노동 대공 대학생사건 등을 처리하면서 국가와 국민생활의 안위(安危)를 책임지고, 특수부는 거액 수뢰사건과 경제 금융사건 등의 수사를 통한 부정부패 척결을 목표로 한다.

따라서 일선 검사들에게 공안부와 특수부는 선망의 대상이고 인사권자들도 각별히 신경을 써서 검사를 배치한다.

본보 법조팀과 순천향대 신문방송학과 이민규(李珉奎)교수팀은 검찰 요직 및 간부 분석과 같은 방법으로 전국의 공안 및 특수부 간부 30여명을 대상으로 지역편중인사 여부를 점검했다.

분석 대상은 공안부의 경우 최고 사령탑인 대검 공안부장을 비롯해 공안기획관과 공안1∼3과장, 서울지검 1차장과 공안1, 2부장, 전국 지검의 공안부장을 모두 포함했다. 특수부는 대검 중앙수사부장과 수사기획관, 중수1∼3과장, 서울지검 3차장과 특수1∼3부장, 전국 지검의 특수부장이 망라됐다. 숫자는 94년을 전후해 기획관 제도의 신설로 변동이 있었다.

분석결과는 검찰의 요직 전체에 대한 분석결과보다 지역별 편차가 더욱 컸다. 김영삼(金泳三)정권 초기인 93년 10월에는 분석 대상 특수공안 분야에서 호남출신 간부는 단 1명뿐이었다. 당시는 문민정부 사정(司正)작업이 본격적으로 진행되던 시점. 따라서 호남출신은 문민정부 사정의 실무 지휘라인에서 철저히 배제돼 있었던 셈이다.

같은 시기 영남출신 검사들은 공안과 특수수사 간부의 76%를 점유하고 있었다. 공안과 사정을 거의 ‘독식’했던 셈이다.

그러나 국민의 정부가 들어서면서 상황은 역전됐다. 호남출신은 김영삼정권 말기 3명(10%)에 불과했다가 98년 3월 7명(21%)으로 늘었다. 올해 7월에는 10명(30%)으로 더욱 늘어 8명(24%)으로 줄어든 영남출신을 앞질렀다.

특이한 것은 과거에는 공안과 특수 중에서 공안의 비중이 훨씬 컸으나 문민정부가 들어서면서 특수쪽으로 무게중심이 이동했다는 점. 과거 군사정권 시절에는 시국 공안 노동 사건 등이 끊이지 않았던 탓에 공안분야가 최고의 요직으로 꼽혔지만 문민정부의 경우 대대적인 사정수사를 벌이면서 특수부가 각광을 받았던 것. 문민정부 당시에는 같은 영남출신 중에서도 지역적 분화가 이뤄져 서울지검 특수부 등 요직중의 요직에는 정권의 ‘성골’인 부산 경남(PK)출신이 대거 등용됐다.

국민의 정부가 들어선 뒤에는 PK출신들은 특수부 요직에서 거의 배제됐으며 대신 호남출신이 서울지검 특수부 등 중요 부서에 중용됐다. 이처럼 권력이동에 따른 특수 공안부 인맥의 변화는 검찰수사 결과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문민정부 이후 특히 선거사범 수사와 정치인 사정에 대해 편파시비가 많았던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 많다. 검사출신의 한 변호사는 “공안 특수부는 정권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민감한 사건들을 처리하기 때문에 신뢰도가 떨어지는 사람을 기용했다가는 정권 차원의 문제가 생길 수도 있어 인사가 특히 민감하게 이뤄진다”고 말했다.

<이수형·신석호기자>sooh@donga.com

영호남 특수 공안 부장검사이상 변동상황

인사시점영남출신검사/전체검사비율영남특수공안간부/전체특수공안간부비율호남출신검사/전체검사비율호남특수공안간부/전체특수공안간부비율
1992. 8357/8674116/2857169/867193/2811
1993.10362/9014022/2976176/901201/293
1995. 3387/9873919/2966198/987203/2910
1997. 327/10933912/3139219/1093203/3110
1998. 3436/11213916/3348230/1121217/3321
2000. 7449/1191388/3324262/11912210/3330

▼검찰 "놀랍다" 본보 심층분석보도에 충격▼

동아일보의 검찰인사 심층 분석기사(15일자 A1·3면 보도)에 대한 검찰 안팎의 반응은 “놀랍다”는 내용이 주류를 이뤘다. ‘지역편중인사’에 대한 느낌은 있었지만 이렇게 수치와 비율로 적나라하게 드러날 것이라는 예상은 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검찰 중견간부와 검찰출신 변호사들은 “언론이 권력기관의 인사내용을 이처럼 정밀하게 분석하고 감시한다면 함부로 인사를 하지 못할 것이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지역감정을 부추기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었다.

서울지검의 한 중견검사는 “지역편중 인사에 대한 불만과 비판이 객관적이고 실증적인 수치와 비율로 입증돼 놀랍다”며 “검찰인사를 속속들이 발가벗긴 것 같다”고 말했다. 대검의 한 검사는 “분석자료를 검찰인사에 참고했으면 좋겠다”며 자료제공 의사를 타진해 오기도 했다.

검사출신의 한 변호사는 “문민정부 때는 재산공개 파문을 빙자해 검찰간부들을 강제퇴진시키면서 자기네 사람들로 새 판을 짰고 국민의 정부 들어서는 대전법조비리 사건을 계기로 검찰간부를 대거 물러나게 하고 대대적으로 물갈이를 했다”며 “두차례의 ‘검란(檢亂)’을 통한 검찰요직 물갈이가 수치로 반영된 것 같다”고 말했다.

한 부장급 검사는 “검찰 인사는 오랜 기간에 걸쳐 검증된 경력과 능력을 기준으로 신중하게 이뤄져야 하는데 급격히 물갈이를 하다보면 이런 요소가 무시되기 쉽다”고 말했다. 이 검사는 “인사의 실패가 전체 검찰역량의 약화로 이어져 검찰 불신의 근본원인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검찰고위간부 출신 변호사는 “중요사건의 주임검사를 출신지역별로 검증해보면 더욱 놀라운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호남출신의 한 중견 검사는 “과거 호남검사들 중에는 차별을 피해서 출신지역과 본적을 옮긴 사람도 있었다”며 “전체 호남검사 수는 보도내용보다 더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검사는 “과거 정권 때 지역편중 인사에 대해서는 언론이 크게 문제삼지 않다가 이제 겨우 3년밖에 안된 호남검찰에 대해 너무 가혹한 것 아니냐”고 불만을 나타냈다.

<신석호·이명건기자>ky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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