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발 교통선진국]'지능형 제한속도 감응시스템'

  • 입력 2000년 12월 4일 18시 52분


스웨덴 스톡홀름 서북쪽에 위치한 볼랑에. 이곳에서는 지능형 제한속도 감응시스템(Intelligent Speed Adaption·ISA)이 부착된 1000여대의 차량이 운행되고 있다. ISA는 운전자가 제한속도를 넘어 과속하는 것을 방지하는 장치.

이곳에서 스웨덴 도로관리국 연구소의 도움을 얻어 ISA 부착차량을 시험삼아 타봤다.

차량 내부는 일반 차량과 크게 다를 바 없었다. 다만 도로의 제한 속도를 표시해 주는 단말기 하나가 눈에 띄었다.

시동을 걸자 단말기에 ‘30’이라는 숫자가 찍혔다. 연구소 내부의 차량 제한 속도가 시속 30㎞라는 뜻. 연구소를 빠져나와 도로로 진입하는 순간 아무런 조작을 하지 않았는데 단말기 숫자가 50으로 바뀌었다. 도로 옆으로 제한 속도가 50㎞라는 교통표지판이 보였다.

운전자가 차량 속도를 급히 올려 50㎞를 넘자 곧바로 경보음이 울렸다. 속도를 50㎞ 이하로 낮추자 경보음이 사라졌다. 시내를 조금 벗어나 곧게 뻗은 길이 나오자 숫자가 70으로 변했는데 운전자가 70㎞ 이상으로 속도를 높이자 역시 경보음이 울렸다.

이를 무시하고 속도를 84㎞(70㎞의 20% 이상)까지 올리자 참기 힘들 정도로 경보음이 시끄럽게 울렸다. 운전자가 여기서 더 속도를 내고 싶어도 가속기에 자동적으로 제동이 걸려 과속이 어려워진다.

운전자 구스타프슨은 “이 장치를 시범적으로 부착한 주민의 90% 이상이 과속 방지에 효과가 크다며 만족해한다”고 말했다.

ISA시스템에는 인공위성, 휴대전화, 컴퓨터 등 최첨단 기술이 필요하다. 우선 인공위성의 위성항법장치(GPS)를 통해 차량의 속도와 위치를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

차량 내 컴퓨터는 전자 지도와 인공위성에서 보내는 차량의 위치정보를 통해 지도상 차량의 위치를 알게 된다.

지도에 입력된 제한 속도 정보와 비교해서 차량 속도가 이를 넘어서면 즉각 경보음을 울리게 된다. 전에는 GPS로 차량 위치를 확인할 때 10∼20m 정도의 오차가 발생하는 등 정확도가 떨어졌지만 요즘은 오차가 1∼4m에 불과하다.

한 속도가 시속 50㎞인 도로가 눈으로 얼어붙었을 경우 차량 제한 속도를 자동적으로 30㎞로 낮춰 준다.

볼랑에 등 스웨덴의 4개 도시는 차량 6000여대에 이 시스템을 시범운행중인데 스웨덴 정부는 ISA시스템 상용화에 3년간 900만크로네(약 100억원)를 투입할 예정.

ISA시스템은 과속 방지 분야만 관련 기술이 개발된 상태지만 앞으로 무궁무진하게 발전할 가능성이 있다. 예를 들어 차량의 정확한 위치 파악이 가능하기 때문에 교차로 건널목에서의 사고를 방지하고 도로 소통 상황이나 목적지까지의 길 안내도 가능하다.

스웨덴 교통관리국 페르 웨너 실장은 “도로 내 안전시설을 설치하고 법적 규제를 만드는 것보다 이런 첨단기술로 교통 안전을 추구하는 것이 비용이 덜 들면서 교통소통을 원활히 하고 안전도를 높이는 데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자문위원단〓내남정(손해보험협회 이사) 설재훈(교통개발연구원 연구위원) 유광희(경찰청 교통심의관) 이순철(충북대 교수) 임평남(도로교통안전관리공단 교통사고종합분석센터 소장)

▽특별취재팀〓오명철차장(이슈부 메트로팀·팀장) 이인철( 〃 ·교육팀) 송상근( 〃·환경복지팀) 서정보(문화부) 이종훈(국제부) 송진흡(이슈부 메트로팀) 신석호기자(사회부)

▽손해보험협회 회원사(자동차보험 취급 보험사)〓동양화재 신동아화재 대한화재 국제화재 쌍용화재 제일화재 리젠트화재 삼성화재 현대해상 LG화재 동부화재

<볼랑에〓서정보기자>suhchoi@donga.com

▼전문가 기고/"볼보-사브 내년부터 기본장착"▼

92년 미국에 유학가서 처음 구입한 중고차량이 올스모빌의 ‘칼레’라는 중형차였다.

이 차에는 당시 우리나라 차량에 없는 순항 제어(Cruise Control)장치가 달려 있었다. 이 장치는 고속도로를 오래 주행할 때 가속기를 밟지 않아도 속도를 일정하게 유지해 준다.

당시 브레이크를 밟지 않고도 차가 스스로 교통상황에 맞게 속도를 조절하면 한국의 교통상황에 적용할 수 있을 텐데 하는 생각도 했었지만 그 때는 먼 훗날의 꿈으로만 느낄 뿐이었다.

그러나 그런 꿈이 다가오고 있다. 감응식 순항제어시스템(ACC)이 개발돼 상용화를 눈앞에 둔 것. 올 6월에 일본에서 열린 지능형교통시스템(ITS)을 위한 국제표준화회의에 참가했을 때 ACC가 탑재된 차량을 직접 시승할 기회를 얻었다.

미쓰비시의 프라우디아(현대자동차의 에쿠스와 동일한 모델)로 교토∼오사카 고속도로에서 테스트를 했는데 평균 시속 100km의 속도를 유지하며 자동으로 속도조절을 하면서 15㎞ 구간을 안전하게 주행하였다. 운전자인 필자는 아무런 피로도 느끼지 못했다.

스웨덴의 지능형 제한속도 감응시스템(ISA)은 겨울이 길고 눈이 많이 내려 항상 노면이 얼어붙으면서 사고가 많이 일어나는 스웨덴의 특성을 감안한 것.

인공위성과 차량내 컴퓨터의 전자지도를 이용해 차량 위치와 제한속도를 단말장치에 표시해 과속을 방지한다.

스웨덴은 최근 ISA를 수천대의 차량에 탑재하여 시험중인데 이르면 내년부터 볼보와 사브의 몇 개 차종에 기본사양으로 탑재될 전망이다.

우리나라는 ISA분야에서 막 첫걸음을 뗀 단계지만 교통개발연구원을 중심으로 연구가 활발하므로 정부와 자동차 업계의 전폭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문영준(교통개발연구원 ITS연구2팀장) yjmoon@koti.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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