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즈업]동물복제연구 앞장 황우성 서울대교수

  • 입력 2000년 10월 12일 18시 44분


나와 똑같은 내가 존재한다면…. 1996년 미국 할리우드에서 만든 영화 ‘멀티플리시티’에 나오는 꿈같은 얘기였다. 그러나 같은 해 복제 양 ‘돌리’가 태어났고, 불과 5년도 지나지 않아 세계적으로 소 원숭이 쥐 돼지 등 다양한 동물이 복제되고 있다. 이 기술을 이용해 백두산 호랑이 같은 희귀동물과 이미 멸종한 매머드를 되살리는 시도도 이루어지고 있다. 기술적으로는 이제 인간의 복제도 가능한 시대가 됐다.

국내 복제기술은 선진국과 비교해도 전혀 뒤지지 않는다. 서울대 황우석교수(수의학과)가 있기 때문이다. 황교수는 지난해 젖소와 한우를 복제한데 이어, 올해 8월에는 인간배아를 복제해 세계 최초로 배반포 단계까지 배양했다. 질병이나 사고로 인해 잃어버린 인체장기를 이 배아를 이용해 길러낼 수 있는 수준에까지 온 것이다.

지난주말 늦은 밤 복제동물을 사육중인 경기 광주의 목장에서 가축을 돌보고 있는 황교수를 만났다. 그는 ‘일이 취미’라고 할 정도로 목장과 학교를 오가는 게 생활의 모두를 이루고 있다.

황교수가 복제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은 1985년 일본에서 연구원으로 일하고 있던 무렵. 한창 우루과이라운드(UR)가 논의되던 때였다. 황교수는 당시 “우리나라의 농촌이 선진국의 경쟁 상대가 되기 위해서는 품질이 좋은 젖소와 한우 등을 복제를 통해 대량으로 생산해 농민에게 보급해야 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혔다.

일본에서 귀국한 뒤 서울대에 자리를 잡은 황교수는 자신의 꿈을 차근차근 실현하기 시작했다. 동물의 복제 연구는 기본적으로 같은 작업을 1만번 이상 반복해야 한다. 수많은 시행착오 속에서 무엇인가를 잡아내야 한다. 황교수가 지난해 체세포 복제에 성공한 것은 그와 한가족처럼 지내는 31명의 연구팀이 쉬지 않고 노력해서 이뤄낸 성과였다.

황교수는 “작년에 미국 시카고 러시의대와 일본의 학자들이 우리의 복제 기술을 배우러 왔다”면서 “우리 연구는 실험실에서만 한두번 복제에 성공하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농민이 실제로 경제성 있는 우량품종 가축을 키울 수 있도록 대량으로 가축을 복제하는 기술을 개발하는 것이다”고 말했다. 그에게는 지금도 농민들로부터 걸려오는 격려전화가 ‘가장 고맙고 끊임없이 힘을 준다’고.

최근 정부가 인간복제 실험을 규제하기 위해 구성중인 생명윤리자문위원회에 황교수가 포함돼 논란이 됐다. 규제의 대상이 되어야 할 황교수가 규제를 하는 위원회 위원으로 위촉됐기 때문에 시민단체가 반발한 것이다.

황교수는 “개인적으로 위원회에 꼭 들어가고 싶은 생각은 없다”고 말하면서도 “위원회에 복제 기술에 반대하는 입장의 사람들이 있는 만큼 이 분야에 정통한 소신을 가진 전문가도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인간배아복제가 인간의 질병치료라는 의학적인 목적을 위해서 필수적이기 때문에 합당한 사회적 합의 내에서 떳떳하게 연구하고 싶다.” 복제 전문가 황교수의 소신이자 희망이다.

<김홍재동아사이언스기자>eco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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