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김용하/공적연금 총체적 개혁을

  • 입력 2000년 10월 10일 18시 40분


공무원연금 재정문제의 해결을 위한 정부안의 윤곽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동안 공무원연금 문제는 공무원 복지를 축소시킬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다른 한편으로는 국민의 조세부담 증가를 가져올 수 있다는 점에서 공무원뿐만 아니라 일반 국민의 관심을 모아왔다.

이번 정부 개선안의 골자는 연금급여 축소 및 부담증가로 요약되는 공무원 연금복지 축소와 연금재정 적자보전을 위한 매년 1조원 내외의 국민 조세부담 증가로 요약된다. 행정자치부의 공무원연금 개선안은 공무원연금을 현행 체계대로 유지할 경우 매년 몇조원의 공적자금이 적자보전을 위해 투입돼야 하는 상황에서, 당사자인 공무원의 입장과 조세부담자인 시민의 입장 중간에서 균형을 찾아보고자 노력한 고육지책으로 보여진다.

그러나 이번 개선안은 몇가지 점에서 아쉬움이 있는 개혁으로 평가된다. 먼저 제도개선이 충분치 못해 이번 제도개선으로도 공무원연금은 재정 건실성을 확보할 수 없다는 점이다. 즉 제도개선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사용자로서 마땅히 부담해야 할 보험료 및 퇴직수당 부담금 약 2조5000억원 이외에도 1조원 내외를 적자보전을 위해 지출하지 않으면 수지균형을 이룰 수 없고 정부의 부담은 지속적으로 늘어날 것이다. 따라서 공무원연금은 적립기금을 거의 가지지 않는 단순한 정부의 적자회계 예산제도로 전락하고 말았다.

둘째, 과학성의 부족이다. 현재와 같이 공무원연금 재정이 부실하게 된 것은 엄격한 보험수리적 계산에 기초한 연금설계가 이뤄지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번 연금제도 개선의 과정에서도 공무원연금제도가 안고 있는 미적립 연금부채액의 규모가 어느 정도이고 이는 어떠한 요인에 의해 적립되지 않았으며 앞으로 어떤 방법으로 미적립부채를 상각해 나갈 것인가 하는 청사진의 제시가 필요하다.

셋째, 형평성의 미흡이다. 공무원연금은 공무원만을 위한 후생복지제도지만 일반 국민을 위한 국민연금제도와 어느 정도의 형평성이 유지돼야 한다. 물론 공무원연금 수준을 국민연금수준과 동일하게 할 수 없는 점도 있다. 그동안 우리 사회는 공무원에게 민간 근로자보다도 월급을 적게 주면서 희생과 봉사정신만을 강조해왔다.

이러한 과정에서 공무원연금은 민간 근로자보다 낮은 급여체계를 일부라도 보완하는 기능을 해왔기 때문이다. 따라서 공무원의 급여수준을 민간수준으로 현실화하면서 연금수준도 국민연금과 형평을 맞출 수 있도록 개선해야 하는 것이다.

넷째, 공적연금 전체에 대한 종합적인 해결 노력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사실 군인연금은 이미 77년 공무원연금의 현재 상태와 비슷하게 기금이 고갈돼 매년 7000억원 내외의 공적자금에 의한 적자 보전이 이뤄지고 있다. 또 사학연금은 2020년경에 기금고갈 상태에 진입하며 국민연금은 2040년대에 적립기금의 고갈 상태에 빠지게 된다.

공무원연금 재정이 현시점에서 특히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은 공무원연금의 도입이 국민연금보다 28년 앞서기 때문에 국민연금보다 먼저 문제가 나타나는 것일 뿐이다. 따라서 공무원연금뿐만 아니라 군인연금 사학연금 국민연금도 마찬가지로 미래에 건전성을 유지하면서 세대간 형평성을 이룰 수 있는 연금시스템으로 개선돼야 할 것이다.

결론적으로 말해 공무원연금제도는 장기적 시각에서 근본적인 개선이 필요하다. 임기응변식 제도개선은 공무원연금의 구조적 문제를 더욱더 왜곡시킬 뿐이다. 공무원연금 문제는 공무원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국민의 문제이며 우리나라 장래의 국민생활과 국가경쟁력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차대한 문제이다. 따라서 공무원연금 재정위기는 이러한 문제 발생을 미리 경고하는 신호탄에 불과하다.

이런 차원에서 공무원연금 개선을 단지 공무원연금 문제로 한정하는 일차원적인 해법은 바람직하지 않다. 공무원연금 문제는 공무원의 처우개선, 국민연금제도 등 타 연금제도의 구조개선, 퇴직금제도의 개선 등과 맞물려 있는 고차원적인 방정식임을 인식하고 범정부적이고도 종합적으로 해결하려는 자세가 필요하다.

김용하(순천향대 교수·금융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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