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는 것이 힘]'미인대회'

  • 입력 2000년 8월 11일 11시 23분


최근 발표된 그룹 자우림 3집 앨범 '더 원더랜드'을 보면 '미쓰코리아'란 곡이 있다.

'마음껏 훑어 봐/늘 그랬던 것처럼 내 몸을 봐/더듬어 봐 살펴 봐/(중략)이 나라의 군인과 사춘기 소년의 환상이 되어 줄게/우스운 나의 모습은/우스운 나의 웃음은/세계의 평화 위해 어색하게 웃음 짓는 미쓰코리아'

가사에서 알 수 있듯 이 노래는 여성의 미를 상품화하는 미인대회에 대한 싸늘한 조소와 풍자를 담고 있다. 최근 '안티 미스 코리아 대회'가 생길 정도로 미인대회에 대한 사회적 인식은 예전같지 않다. 국위를 선양하는 '미의 사절'이란 것은 모집광고 문구에서나 볼 수 있는 상투적인 표현이 됐다.

각종 축제나 마을 행사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인을 선발하는 것은 고대부터 내려오던 오랜 전통이다. 하지만 최근과 같은 미인대회가 생긴 것은 불과 50년 밖에 되지 않는다. 미국 뉴욕에 있는 미스 유니버스 국제본부가 51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롱비치에서 처음 미인대회를 연 것이 현대 미인대회의 효시. 이후 미인대회는 폭발적인 인기를 끌며 1년도 채 안돼 참가자가 수십배로 늘어났다. 우리나라에서는 57년 한국일보사 주관으로 '미스 코리아 대회'가 열리기 시작했다.

요즘 미인대회는 미스 유니버스, 미스 월드 등 세계 미인대회에 진출하기 위해서라기 보다는 연예계를 진출하기 위한 일종의 통과의례로 여기는 경우가 많다. 이런 현상은 80년대 이후부터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지만, 유래를 거슬러 올라가면 의외로 미스 코리아 초창기에도 연예계 진출 사례를 발견할 수 있다.

원로가수 H씨의 부인 K씨는 58년 준미스코리아였다. 그녀는 같은 해 영화 <눈물>에 출연해 미스코리아 출신 연예인 1호를 기록했다.

우리와 달리 연예계 진출 경로가 다양한 미국의 경우는 의외로 '미스 아메리카'나 '미스 USA' 출신 스타가 그리 많지 않다.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미인대회 출신의 스타라면 76년대 인기 TV시리즈 <원더우먼>으로 국내에서도 인기가 높았던 린다 카터, 첫 흑인 '미스 아메리카'로 화제가 됐다가 포르노잡지 펜트하우스의 누드모델이었던 전력이 밝혀져 왕관을 박탈당했던 가수겸 배우 바네사 윌리엄스가 있다.

김재범 <동아닷컴 기자> oldfie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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