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니스/윔블던]'제왕' 샘프러스 메이저 최다승

  • 입력 2000년 7월 10일 18시 05분


90년 19세28일이 된 한 앳된 청년이 생애 처음으로 US오픈테니스 정상에 올랐다. 그것도 대회 최연소 우승기록을 깨뜨리면서. 그후 10년 그 청년은 마침내 그랜드슬램의 제왕 에 등극했다. 그가 바로 피트 샘프러스(29·미국).

2000년 윔블던 남자단식 결승이 열린 10일 영국 런던의 올 잉글랜드 클럽 센터코트. 샘프러스는 패트릭 라프터(호주)를 3-1(6-7 7-6 6-4 6-2)로 꺾고 우승을 확정지은 뒤 환희의 눈물을 흘렸다. 무표정한 얼굴이 트레이드 마크였지만 복받쳐오르는 감격 만큼은 참을 수 없었다. 이어 코트를 가로질러 관중석으로 뛰어 올라가 92년 US오픈 이후 처음으로 메이저 코트를 찾은 부모와 차례로 포옹을 나눴다. 또 애타게 응원한 애인 브리지트 윌슨과도 기쁨을 함께 했다. 어둑어둑해진 코트에서 카메라 플래시가 반짝이는 가운데 샘프러스는 낯익은 우승컵을 치켜들며 "내 생애 최고의 순간을 맞았다" 고 우승 소감을 밝혔다.

윔블던 통산 7회 우승을 달성한 샘프러스는 1889년 윌리엄 렌쇼(영국)가 세운 대회 최다승기록과 타이를 이뤘다. 하지만 19세기 후반 윔블던은 챔피언에게 다음 대회 결승진출권을 자동 부여, 샘프러스의 금자탑이 훨씬 값지다는 평가. 또 사상 6번째로 대회 4연패를 이뤘다. 최근 8년간 윔블던에서 53승1패와 28연승.

무엇보다도 값진 기록은 통산 메이저 최다승. 자신의 13번째 그랜드슬램 타이틀를 따내 로이 에머슨(호주)이 67년 작성한 종전 기록 12회를 뛰어넘었다. 우승상금 72만달러.

새로운 이정표는 결코 쉽게 세워지지 않았다. 지난해 윔블던 이후 1년 동안 3개 메이저 대회에서 무관에 그쳤던 샘프러스. 윔블던 사나이 라는 별명처럼 이번 대회에 초점을 맞췄지만 2회전에서 발목을 다쳐 꿈을 접어야 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많았다. 그는 부상 재발을 우려해 무리한 플레이를 자제하며 '안전운행' 으로 결승에 올랐다.그러나 결승에서는 비 때문에 경기가 3시간 넘게 중단, 경기 리듬을 잃었고 라프터의 도전도 거셌다. 하지만 그 무엇도 정상을 향한 샘프러스의 야망을 꺾을 수는 없었다.

<김종석기자>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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