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한류 원조 ‘미르’ 보유 업체
창업자 지분 전량 9200억에 넘겨
中자본, 단순 투자 넘어 경영 관여
성장 둔화 韓게임업계 영향력 커져
박관호 위메이드 창업주. 위메이드 제공
K게임 한류의 원조로 꼽히는 지식재산권(IP) ‘미르’를 보유한 국내 1세대 게임사 위메이드의 최대 주주가 중국계 자본으로 바뀌었다. 거래 규모가 약 9200억 원에 달하는 데다 국내 상장 게임사의 경영권이 중국으로 넘어간 것은 2004년 액토즈소프트 매각 이후 22년 만이다.
그동안 중국 자본은 국내 게임사 지분을 일부 사들이거나 유통망을 장악하는 방식으로 한국 게임업계에 대한 영향력을 넓혀 왔지만, 이번 거래는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간 경영권 인수 방식이라 주목받고 있다.
● ‘텐센트 방식’ 넘어선 中 큰손
지난달 30일 박관호 위메이드 창업자 겸 이사회 의장은 보유 지분 39.33%(1335만738주) 전량을 약 9200억 원에 매각하는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했다. 인수자는 알리바바와 긴밀한 것으로 알려진 홍콩계 투자사가 지분 100%를 보유한 국내 법인 네오펄스다. 잔금 납입일인 10월 30일 이후 네오펄스는 위메이드 지분 40.25%를 확보해 최대 주주로 올라선다.
그동안 중국 자본의 국내 게임사 투자는 이른바 ‘텐센트식 투자’가 일반적이었다. 이는 중국 게임사 텐센트 계열이 크래프톤(14.10%), 넷마블(18.37%), 시프트업(34.48%) 등 한국의 주요 게임사의 2대 주주로 등극하되, 경영에 직접 관여하지 않는 방식을 일컫는 말이다. 네오펄스의 이번 위메이드 투자는 이런 관행을 넘어선 사례다.
중국 자본이 한국 게임사에 주목하는 배경에는 검증된 IP가 있다. 중국 회사 입장에서는 신작을 처음부터 개발하는 것보다 미르처럼 중화권에서 이미 팬덤이 확인된 IP를 확보하는 편이 쉽다. 외국 게임사가 직접 신청할 수 없는 판호(版號·중국 내 게임 서비스 허가권) 규제도 우회할 수 있다. 한한령 이후 자체 개발력을 키운 중국 자본 입장에서 한국 게임사들이 IP와 개발 인력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는 ‘매물’이 된 셈이다.
여기에 게임업계에서는 이번 매각이 한국 게임사들이 중국 시장에 얼마나 의존하고 있는지 보여주는 사례라는 평가도 나온다. 위메이드는 지난해 연 매출의 약 20%가 중국에서 발생했다. 박 의장은 사내 공지에서 “더 큰 시장으로의 확장은 이제 선택이 아니라 생존의 조건”이라며 “미르 IP는 중국에서 여전히 거대한 가치를 만들어내고 있고, 동시에 북미와 유럽이라는 큰 시장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고 했다. ● 역성장 K게임, 굳어지는 중국 의존
적잖은 중국 의존은 이미 국내 게임산업 곳곳에서 자리 잡았다. 시프트업은 2023년 매출의 97%를 텐센트가 서비스하는 ‘승리의 여신: 니케’ 로열티에서 거뒀다. 이후 ‘스텔라 블레이드’의 흥행으로 해당 비중을 56.1%까지 낮췄지만, 중국 유통망 의존이 여전히 크다. 국내 게임 산업의 성장세가 둔화될수록 이런 구조는 더 굳어질 수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한국 게임 수출액은 2023년 25년 만에 6.5% 감소한 데 이어 지난해는 1.3% 증가에 그쳤다. 모바일인덱스 기준 6월 국내 게임 매출 상위 10개 가운데 절반이 중국 기업이 배급한 게임이었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중국 내 시장성이 큰 IP를 보유한 국내 게임사가 또다시 매물로 나올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위정현 중앙대 경영학과 교수는 “지금은 중국의 게임 개발력이 한국과 대등한 수준까지 올라왔다”며 “이제는 중국 게임사들이 검증된 IP만 확보하면 자체 개발 역량으로 얼마든지 새로운 게임을 만들 수 있다고 판단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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