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찬호 ㈜글로브웨이 대표가 6월 초 강원 춘천에서 열린 코리아50K에 출전해 50km 부문을 완주하면서 환호하고 있다. 고등학생 때인 2014년 교환학생으로 간 미국에서 산과 들을 달리는 크로스컨트리를 처음 접한 이 대표는 귀국한 뒤 도로를 뛰다 트레일러닝에 빠져 지내고 있다. 이찬호 대표 제공
17세로 고교생이던 2014년 미국 위스콘신주의 스터전베이고등학교에 교환학생으로 갔다. 당시 미국 친구가 학교 크로스컨트리 러닝팀에 합류하라고 권유했다. 한국에서 달려본 기억이 없었지만, 어린 마음에 친구들과 친해지고 싶어서 얼떨결에 합류했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매일 3시간씩 강도 높은 훈련을 소화했다. 힘들었지만 그 시절이 “인생에서 활력이 가장 높았던 때”라고 회상한다. 1년 뒤 한국에 돌아온 뒤에도 그는 주 3~4회, 5~8km를 달렸다. 지금은 산을 달리는 트레일러닝에 빠져 있다.
방한 외국인 전문 교육 및 여행 업체인 ㈜글로브웨이 이찬호 대표(29)는 미국에 갔던 1년이 인생의 큰 전환점이라고 했다.
“어릴 때 태극권과 쿵후 등 무술을 배우긴 했지만, 한국에서 달려보지도 않았기 때문에 산과 들을 달린다는 생각을 해본 적은 없습니다. 그런데 친구 따라 강남 간다고…. 그 친구가 학교 크로스컨트리 러닝팀 주장이었거든요. 산과 들을 달리는 재미가 너무 좋았습니다. 매일 달렸는데도 힘들지 않았어요. 오히려 힘이 넘쳤습니다.”
귀국해서는 도로를 달렸다. 이 대표는 “인터넷 등 검색을 해봤는데 크로스컨트리와 트레일러닝에 대한 정보가 부족했다. 인터넷 카페에서는 나이 드신 분들이 산을 달리고 있었다. 고등학생 신분이라 나이 드신 아저씨들과 뛰는 게 좀 그래서 그냥 도로를 달렸다”고 했다. 도로를 달리다 보니 마라톤 대회에도 출전했다. 짧은 거리를 달리다 2022년 42.195km 풀코스 마라톤에 데뷔했고, 2024년 가을 3시간 48분의 개인 최고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풀코스는 6회 완주했다.
이찬호 대표(가운데)가 2014년 미국 교환학생으로 갔을 때 친구들과 크로스컨트리 러닝하는 모습. 이찬호 대표 제공2024년 4월 친구들과 함께 대모산과 구룡산, 우면산 등 서울 강남권 산 18km를 달릴 기회가 있었다. 산길을 달리는 순간, 10년 전 미국에서 들판과 숲을 뛰놀던 강렬한 세포가 다시 깨어났다. “그날 날아다닌 것 같았다”는 그는 바로 매장으로 달려가 트레일러닝 조끼와 전용 신발 등 장비를 구입했다. 트레일러닝의 매력에 다시 빠진 이 대표는 혼자 즐기는 데 그치지 않고 주변에 적극적으로 전파하기 시작했다. 건국대 러닝 크루에서 대외 협력부장으로 활동하며, 교류하는 타 대학 러너들에게 트레일러닝의 매력을 적극적으로 알리기 시작했다.
호주에서 유학 온 친구와 의기투합해 2024년 5월, 아차산과 용마산에서 건국대와 숙명여대 러닝 크루원 6명과 함께 첫 모임을 가졌다. 이 대표는 “호주에서 온 샘 파킨슨이 함께 트레일러닝할 친구를 찾지 못했는데, 나에게 연락을 해왔다. 나도 힘을 받았다. 그때부터 트레일러닝을 전파할 사람들을 모으기 시작했다”고 했다. 이후 매회 인원이 늘어 40~50명 규모로 성장하자, 2024년 9월 공식적으로 청년 트레일러닝 커뮤니티 ‘런센스(RUNSENS)’를 만들었다.
이찬호 대표가 6월 28일 서울 남산에서 개최한 ‘프로젝트 일출’ 참가자들 모습. 이찬호 대표 제공“런센스는 달리며, 자연 속에서 달릴 때 깨어나는 감각을 느끼자는 뜻입니다. 산을 달릴 때 다양한 느낌을 받죠. 발을 디딜 때마다 집중해야 하는 촉각, 숲의 냄새, 바람의 느낌, 흙과 바위와 풀밭의 서로 다른 질감 등 온몸의 감각을 총동원하게 만들죠. 그래서 산을 달리는 것 자체로 제 몸이 다시 깨어나는 것 같아요.”
런센스는 서울 남산과 인왕산, 아차산, 서울 둘레길, 북한산 둘레길 등 수도권 산을 달리고 있다. 이 대표는 “우리 클럽 회원은 과반이 대학생, 90% 이상이 20대 청년이다 보니 초보자들이 많다. 수준에 맞게 나눠 즐겁게 달리고 있다”고 했다.
이 씨는 2024년부터 트레일러닝 대회에도 출전하기 시작했다. 문경 레전드 트레일(36km)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난이도 극상’을 표방하는 이 대회에 크루원 6명과 함께 출전했는데, 가파른 오르막이 쉼 없이 이어지는 극한의 코스였음에도 단풍이 물든 문경새재와 조령산의 풍경이 너무 아름다워 “단순히 힘들었다”는 말로는 표현이 부족하다고 했다. 현재까지 완주한 가장 긴 레이스는 코리아 50K(강원 춘천)이며, 조만간 100km에도 도전할 계획이다.
이찬호 대표가 6월 초 강원 춘천에서 열린 코리아50k에 출전해 즐겁게 달리고 있다. 이찬호 대표 제공이 대표는 단순한 참가자를 넘어 대회 개최자로서의 꿈도 키우고 있다. 매 정각 출발해 정해진 거리를 반복하는 ‘백야드 울트라(Backyard Ultra) 트레일러닝’ 형식의 이벤트를 런센스 자체적으로 기획·운영하며 경험을 쌓고 있다. 백야드 울트라 트레일러닝은 예를 들어 산 6.7km, 3.3km 코스를 일정 시간 안에 반복해서 달리는 대회다.
런센스는 6월 28일 서울 남산에서 정해진 시간이 되면 망설임 없이 ‘일단 출발해’라는 의미를 담은 ‘프로젝트 일출’ 이벤트를 성공적으로 개최했다. 전국 각지에서 모인 러너들 50여 명이 참여한 가운데 진행된 이번 행사는 등수를 매기지 않는 비경쟁으로 치러졌다. 더운 날씨와 트레일러닝 입문자들을 배려해 20분 내로 1.7km의 남산 산길 코스를 완주하고 휴식까지 마치는 라운드를 18회 반복하는 런센스만의 독특한 방식으로 변형해 운영했다.
이 대표는 해외 무대 도전도 준비 중이다. 크루 회원들과 함께 오사카 마라톤에 참가한 데 이어, 일본 가나가와의 트레일 대회 출전도 계획하고 있다. 또한 남산 한양도성 해설사 교육을 받으며 달리는 코스 하나하나에 역사의 의미를 더하고 있다. 젊은 트레일러너들을 위해 협찬도 적극적으로 받고 있다.
이찬호 대표가 4월 열린 파타고니아 제주트레일런에 참가해 달리고 있다. 이찬호 대표 제공“대학생이 많다 보니 고가의 아웃도어 장비를 완벽히 구비 하기엔 경제적인 부담이 너무 컸어요. 그래서 런센스가 아웃도어 전문 브랜드와 손잡고 ‘청년 트레일러너 양성 플랫폼’으로 도약을 꿈꾸게 됐습니다. OSK(아웃도어스포츠코리아), 로시뇰 코리아 등이 장비 후원을 해줘 청년들의 트레일러닝에 대한 경제적 부담을 덜어주고 있습니다. 특히 OSK 유지성 대표의 지원이 든든합니다. 유 대표는 ‘런센스가 한국 트레일러닝계 세대교체 바람의 중심에 있다’며 격려와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습니다.”
이 대표는 주 4회 로드 러닝을 기본으로, 1회에 5~10km를 달린다. 일주일에 한 번은 20km 이상의 LSD(Long Slow Distance)를 소화한다. 산은 주 1~2회 달린다. 크루 모임은 토요일과 일요일 아침이며, 가끔 평일에도 ‘번개 모임’으로 달린다. 그는 최근부터 달리기 전후 스트레칭 체조를 충분히 하고, 보강 운동까지 하고 있다.
이찬호 대표(왼쪽에서 두 번째)가 5월 서울 남산에서 열린 ‘OSK FAMILY RUN’ 행사에 참여해 포즈를 취했다. 이찬호 대표 제공“올 5월 TNF 100km에 출전했다 27km 지점에서 갑자기 발목을 다쳤어요. 정말 당황했죠. 젊다고 막 달리면 안 되겠다고 생각했죠. 우리 러닝크루 내에서 입상 성적이 좋은 회원을 보면서 달라졌어요. 그 친구는 하루 한 시간씩 스트레칭을 하더라고요. 시간 나는 대로 각 관절 근육을 키우는 보강 운동도 하고 있었죠. 그래서 그 친구가 부상이 없다는 것을 알고 저도 몸을 충분히 풀고 발목 무릎 등 관절 근육을 키우는 보강 운동을 꾸준히 하고 있습니다.”
이 대표는 ‘부상 없는 질주’를 강조했다. “아무리 젊고 몸이 좋아도 다치면 달릴 수 없어요. 그럼 사는 게 즐겁지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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