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이한동총리가 기억할 일

  • 입력 2000년 6월 29일 19시 27분


이한동(李漢東)국무총리 임명동의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가결됐으나 찬성표가 139표로 출석의원 과반을 겨우 3표 넘는 ‘빠듯한’ 통과였다. 이총리 개인의 입장에서는 헌정 사상 처음으로 인사청문회까지 거치고 아슬아슬하게 부결을 면하는 참으로 ‘엄혹한 통과의례’를 치른 셈이다. 그러나 표결이 그렇게 손에 땀을 쥘 정도로 된 데는 그 자신이 쌓아올린 업(業)도 작용한 것임을 알아야 한다.

이총리는 이번 청문회에서 대략 세갈래의 공격을 받았다. 첫째가 정치인으로서의 ‘말바꾸기 행적’이었다. 한나라당을 벗어나 자민련에 입당해 총재가 되는 과정의 발언도 그렇거니와 총선지원 유세에서도 ‘민주당과는 결단코 공조하지 않는다’는 말을 수없이 되풀이하고는 결국 민주당정부의 총리직을 수락했다. 그래서 어떤 경우에는 ‘소신’을, 어떤 경우에는 ‘민의’(民意)를 내세워 허언(虛言)을 합리화하느냐는 비아냥거림도 들었다.

둘째는 권위주의 정권인 5공, 6공을 거치면서 원내총무 사무총장 내무부장관 등 요직을 맡았던 그가 2000년대의 원년, 개혁을 기치로 내건 김대중(金大中)정부의 내각을 이끌 적임자냐는 대목이다. 셋째는 70년대 토지 매입을 위해 위장전입을 하는 등 실정법을 어긴 사실이 드러난 그가 총리로서 국민에게 엄정한 준법을 요구할 수 있겠느냐는 이른바 도덕성의 문제다. 이러한 시빗거리가 바로 ‘총리 적격 논쟁’으로 이어진 것이다.

이총리는 만인의 박수와 축하 속에서가 아니라 뜨거운 논란과 비판 속에 국회의 동의를 얻어 중책을 수행하게 된 만큼 자신의 잘못을 진심으로 참회하고 과거 여느 총리와 다른 각별한 처신과 각오로 국정에 임해 국민에게 진 ‘도의적 빚’을 청산해야 할 것이다.

이총리는 우선 ‘말바꾸기’에 실망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믿음을 쌓아 가는 의지를 행동으로 보여줘야 할 것이다.

이총리는 우선 6·15 남북공동선언이라는 민족사적 과제를 구체적으로 실천해 나가는 데 차질이 없도록 내각을 이끌어 나가야 할 것이다. 나아가 아직도 미진한 각 부분의 개혁과제를 해결하는 데 행정력을 발휘해야 할 것이다. 또 대야 관계에서도 폭을 넓혀 여야가 상생의 정치를 펴나가는 데 보탬이 되도록 지혜를 짜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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