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저]도비도/하루 갯벌체험으로 '평생 추억'

  • 입력 2000년 6월 21일 19시 17분


“야 소라게다.” “망둥이도 있네.” “조개다 조개!”

조용하던 도비도(충남 당진군 석문면 난지도리) 갯벌이 갑자기 소란스러워졌다. 갯벌체험 나온 아이들의 환성과 재잘거림 때문이다.

지난 일요일(18일) 오전9시. 이날 썰물은 한사리(물이 가장 적게 빠지는 날)였는데도 도비도 대호농어민교육복지센터 앞 갯벌은 여의도광장보다 넓었다. 휴일인데다 날씨도 좋아 연육도인 이곳에는 이른 아침부터 사람들이 찾아왔다. 그러나 그 중에서도 가장 가슴설렌 이들은 하루전 도착, 갯벌옆 복지센터숙소에서 하룻밤을 지낸 성신초등학교(교장 심재곤·경기 고양시 덕양구 행신동)의 보이, 걸스카우트 대원 78명(4∼6학년생). 아침 일찍 복지센터 강당에서 갯벌의 생태계를 면밀히 보여주는 다큐멘터리도 보고 전문강사로부터 강의까지 들은 터라 갯벌에 대한 호기심은 누구보다도 컸다.

이제 갯벌에 들어갈 준비는 마쳤다. 면장갑 낀 손에 호미를 들고 다른 손에는 비닐봉투나플라스틱상자를 들었다. 점차 물이 빠지면서 새로운 모습으로 다가오는 바다를 아이들은 죽 지켜봤다. 조금전까지도 섬이었던 바위가 조금씩 드러난 모래톱으로 연결돼 육지가 되었다.검은 돌과 회색의 개흙, 맑은 물이 담긴 작은웅덩이가 많은 넓은 갯벌은 생소한 만큼 호기심을 자극했다. 바람에 실려오는 바다냄새도 좋았다.

갯벌로 돌진한 아이들은 삼삼오오 몰려 다니며 열심히 갯벌을 판다. 굴 조개 소라가 한데 엉겨붙은 돌, 해초가 이끼처럼 뒤덮인 갯벌바닥. 모든 게 신기하기만 했다. 웅덩이의 뻘바닥에 몸을 숨긴 채 살며시 고개를 쳐드는 사각게, 바위를 들추자 햇빛을 피해 꿈틀거리는 소라, 물위를 뛰어 잽싸게 달아나는 망둥이, 소라껍질 속으로 재빨리 몸을 숨기는 소라게 등등…. 아이들에게 갯벌은 또 다른 세계였다.

2시간 뒤. 아이들 손에 들린 비닐봉투와 플라스틱상자에는 갖가지 ‘바다열매’가 담겼다. 인기상은 역시 소라게에게 돌아갔다. 크고 작은 게와 소라 고둥이 대부분이었지만 바지락을 수십개나 캔 아이도 있었다. 집에서 키운다며 병에 넣어 가져간 아이가 있는가 하면 생태계를 보호한다며 갯벌에 돌려보낸 아이도 있다. 모두가 자연의 친구가 된 듯했다.

한 여자어린이의 말이 아쉬움 속에 갯벌을 떠나는 친구들의 귓전을 스쳤다. “나는 갯벌만 연구하는 과학자가 될거야.” 단 두시간의 짧은 갯벌체험. 그러나 아이들에게는 평생 잊지 못할 소중한 체험이리라.

▼도비도 갯벌 진흙대신 모래-바위 많아▼

경기 고양시의 성신초등학교 스카우트대원(보이, 걸) 78명이 지난 주말(17∼18일), 1박2일로 갯벌체험과 환경농업 견학을 한 곳은 대호농어민교육복지센터(충남 당진군 석문면 난지도리). 대호방조제 한중간의 도비도에 있는 연수시설로 숙소 3동(객실 95개)과 운동장, 바다전망대 해수탕까지 갖췄다. 농림부산하 농업기반공사의 대호환경사업소(소장 박종태) 부속시설. 대호방조제로 생긴 간척지에서 비료 농약을 사용하지 않는 환경농업을 시범운영하고 습지에는 생태공원을 조성중이다. 농어업인에게는 교육의 장, 도시민과 청소년에게는 농어업 및 생태체험의 현장으로 이용된다. 이 사업은 유엔개발계획(UNDP)과 공동으로 펼친다.

▽이용 방법:주중에는 전국의 초중고생을 대상으로 2박3일간의 체험프로그램을 운영중. 이경복 운영과장은 “올해 학생단체예약은 이미 11월까지 거의 다 찬 상태”라면서 “개펄체험 오는 가족여행자도 많이 찾고 있다”고 말했다. 객실은 2인(7.4평·4만)∼6인용(16평·6만원)등 4종(1인 추가 3000원). 주변에는 횟집과 식당,슈퍼 등이 있다. 예약 및 문의 △전화0457-351-9353

▽갯벌:도비도는 돌이 많은 섬. 갯벌이 진흙 대신 모래와 바위로 이뤄져 옷을 더럽힐 걱정이나 갯벌에서 나와 흙을 닦아내는 번거로움이 없어 좋다. 갯벌체험시 준비물은 호미 면장갑 운동화와 조개 게 소라 등을 담아갈 플라스틱용기. 투숙객은 체험 후 객실샤워장에서 씻을 수 있다.

▽환경농업:오리농법 우렁이농법 참게농법 미꾸라지농법 등 다양하다. 이 중 논을 휘젖고 다니는 오리의 물질로 잡초를 제거하고 배설물로는 퇴비를 공급하며 해충까지 제거한 뒤 벼수확후에는 다 큰 오리를 팔아 부수입까지 올리는 오리농법이 가장 보편화 됐다. 17일 대호환경사업소는 시범논에서 성신초등학교 어린이 및 교사와 함께 새끼오리 20마리로 환경적응실험을 펼쳤다. 어린이들은 오리를 직접 논에 놓아 준 뒤 오리농법의 환경친화성을 한시간동안 직접 관찰했다. 시범논에는 23일 오리 2000마리가 방사될 계획이어서 이번 주말부터는 이곳에서 오리농법을 견학할 수 있다.

▽도비도 주변:포구에서는 난지도행 카페리, 대소난지도 유람선, 스피드보트 운행중. 인천↔난지도 여객선도 운항(2시간 소요). 서해상 일출 포인트인 왜목마을은 자동차로 10분거리. 대호방조제와 복지센터전망대에서 바라보는 일몰도 아름답다.

▽찾아가기:서울∼서해안고속도로 포승IC∼아산만방조제∼국도34호선(서산 태안방향)∼삽교천방조제∼당진읍∼지방도615호선(대산 석문방향)∼왜목마을∼대호방조제∼도비도. 서울∼당진(135㎞) 편도 3시간 이상 소요.

▽체험여행상품:승우여행사(02-720-8311)는 도비도 대호농어민교육복지센터에서 묵으며 오리농법견학 갯벌체험 왜목마을해돋이 서산해미읍성 관광이 포함된 1박2일(3식 및 왕복교통편 포함) 패키지를 판매한다. 6만9000원(6인 이상 1실)∼8만5000원(2인1실). 기간은 7월8일∼8월26일.

<당진〓조성하기자>summ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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