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윤승모/사람 바뀌어도 '노른자'는…

  • 입력 2000년 4월 27일 19시 11분


“혹시나 했더니 역시나더라.”

여야의 당선자들로부터 상임위원회 지망을 접수한 한 관계자가 허탈하게 던진 말이다.

젊은 신인 당선자들을 중심으로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과학기술정보통신위 등 과거의 ‘비인기’ 상임위에 ‘소신지원’이 크게 늘어 국회 인기 상임위원회 판도가 바뀔 것이라는 얘기가 한동안 정치권 안팎에 떠돌았다.

지역사업을 챙기기 좋고 ‘로비’도 쏠쏠하게 통하는 것으로 소문난 건설교통위원회(건설교통부 소관), 돈을 만지는 부처를 관장하는 재정경제위원회(재정경제부 소관)와 정무위원회(금융감독위원회 소관) 등 과거 ‘노른자위 상임위’는 지망자가 적어 오히려 한산할 것이라는 예측도 나왔다. “사실이라면, 이는 16대 총선과정에서 거세게 불었던 ‘바꿔’ 열풍을 반영하는 신선한 변화로 평가될 만하다”는 기대를 모으기도 했다.

그러나 민주당이 최근 당선자들을 상대로 16대 국회 희망 상임위를 접수한 결과는 이런 ‘예측’이 성급한 것이었음을 보여줬다. 당선자의 80% 정도가 접수를 마친 27일 현재 지원자가 많은 상임위는 건설교통위 재정경제위 정무위 통일외교통상위 문화관광위 순으로 집계됐다는 것이 당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특히 수도권 출신의 몇몇 당선자들이 환경노동위 등에 1지망한 것을 빼고는 정치 신진들도 대부분 건교위 등 인기 상임위를 우선 지망하고 비인기 상임위를 2지망하는 과거의 행태를 답습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같은 경향은 한나라당 등 다른 당 소속의원들도 별반 다르지 않다는 것.

물론 상임위 선호도가 달라진다고 해서 정쟁 일변도의 정치판이 당장 달라지리라는 보장은 없다. 그러나 의원들의 관심이 다양할 경우 정치 이슈가 그만큼 풍부해질 것이고, 이는 ‘권력투쟁에 모든 것을 거는’ 과거의 정치틀을 바꾸는 계기가 될 것이란 기대를 갖게 하는 건 사실이다. 그러나 16대 역시 그런 기대와는 여전히 거리가 먼 것 같다.

윤승모<정치부> ysm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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