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모건스탠리보고서]"美 인터넷株 90%는 거품"

  • 입력 2000년 4월 24일 19시 26분


‘기업의 가치란 곧 미래 현금흐름의 현재가치다. 지금까지 늘 그래왔듯이 앞으로도 언제나 그러할 것이다.’

미국계 증권회사인 모건스탠리딘위터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이같은 ‘철칙’이 적용되는 주가차별화 과정을 거쳐 “인터넷기업의 30%는 발행가격 이상, 70%는 발행가격 이하에서 주가가 형성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모건스탠리는 “인터넷기업의 주가는 아직 바닥에 도달하지 못했으며 인터넷기업 중 절반 이상은 종전 주가수준을 회복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현재 90%의 인터넷주는 과대평가돼 있으며 나머지 10%는 극적인 저평가상태에 있다”고 주장했다.

한마디로 업종내 1, 2위 기업들을 제외하고는 장기적으로 시장에서 살아남기 힘들다는 얘기. ING베어링증권이 지난달말 내놓은 “앞으로 5년 이내에 한국 인터넷기업의 절반 가량이 시장에서 퇴출될 것”이라는 전망과 같은 맥락이다.

모건스탠리 전망의 이면에는 최근의 인터넷주 투자열기가 기본적으로 80년대 이후의 기술주 열풍과 같은 맥락이라는 판단이 깔려있다.

모건스탠리에 따르면 미국에서는 80년부터 99년까지 신규상장된 1501개의 기술주 종목중 60%만이 상장가격 이상의 주가를 유지하고 있으며 나머지 40%의 주가는 상장가격 이하로 떨어졌다. 그러나 이 와중에도 10루타(수익률 1000%)를 친 종목이 123개나 됐으며 5%의 기업이 시가총액의 77%를 차지했다.

인터넷주도 이와 마찬가지 양상을 보이고 있다. 4월 20일 현재 미국의 371개 상장인터넷종목중 51%가 상장가격 이상에서, 49%가 그 이하에서 거래되고 있다. 10루타를 친 종목이 27개에 이르며 5%가 전체 부(富)의 74%를 창출하고 있다.

모건스탠리의 전망은 결국 최근 증시의 새로운 흐름인 ‘실적 중시의 주가평가’를 지렛대로 삼아 이같은 차별화 추세가 가속화된다는 얘기다.이는 한국에서도 마찬가지라는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특히 중단기적으로 실제 수익을 낼 수 있는 사업모델을 가진 기업들과 인터넷인프라스트럭처 부문에서 자금흐름이 좋고 사업초기 단계에 있는 업체들의 위험프리미엄이 높아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편 인터넷주가 급격한 조정국면에 돌입하게 된 것은 투자자들의 주식평가 기준 변화와 수급여건의 급격한 악화가 맞물렸기 때문이라는 것이 모건스탠리의 분석.

인터넷주가 높은 수익률을 가져다줄 것이라는 기대가 매수열기를 이끌어내 주가가 오르자 신규공급이 폭발적으로 늘면서 시장의 질을 떨어뜨리고 위험과 변동성을 높였다는 것이다.

작년에 미국 인터넷기업들이 신규상장, 유무상증자 등을 통해 조달한 자금 규모는 300억달러로 98년 30억달러의 10배, 97년의 10억달러의 30배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보통신업종이 작년에 조달한 자금은 40억달러에 그쳤다.

<이철용기자>lc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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