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타임스/Science]나치 '원폭 논쟁' 연극서 다뤄

  • 입력 2000년 3월 24일 08시 07분


2차 세계대전 기간 동안 독일의 저명한 과학자였으며 노벨상 수상자인 베르너 하이젠베르크는 자신이 원자폭탄의 원리를 이해하고 있었지만 정말로 원자폭탄을 만들려고 진지하게 생각했던 적은 없었다고 말했었다. 그리고 그는 나치의 원자폭탄 개발계획을 일부러 원자력의 이용이라는 평화적인 방향으로 이끌었다고 주장했었다. 그러나 그가 정말로 그랬을까.

역사가와 과학자들 사이에서 아직도 해결되지 않은 숙제로 남아있는 이 문제가 다음 달 뉴욕에서 개막되는 연극 ‘코펜하겐’의 주제이다. 영국의 극작가 마이클 프레인이 희곡을 쓴 이 연극은 1941년 9월에 하이젠베르크가 역시 노벨상 수상자이자 자신의 스승이었던 덴마크 물리학자 닐스 보어와 코펜하겐에서 가졌던 수수께끼의 만남을 중심으로 짜여져 있다.

이날 두 사람의 만남에 대해서는 하이젠베르크와 보어가 핵분열을 폭탄에 이용할 수 있는 가능성에 대해 논의했다는 것 외에 거의 알려진 것이 없다. 하이젠베르크는 보어로부터 연합군의 폭탄개발 계획에 대해 뭔가 정보를 알아내려고 했던 것일까. 아니면 독일이 전쟁 중에 핵폭탄을 개발할 가망이 없다는 것을 보어에게 확실히 납득시키고 그에게 미국의 학자들도 이 끔찍한 무기를 개발하지 못하도록 설득해달라고 부탁하려했던 것일까. 그것도 아니라면 그는 물리학자들이 자신들의 지식을 무기에 적용하는 것이 도덕적으로 정당화될 수 있는 일인지 스승에게 물어보고 싶었던 것일까.

1962년에 세상을 떠난 보어는 그날의 만남이 있은 직후 하이젠베르크가 자신에게서 정보를 캐내려 했다면서 독일이 핵폭탄을 만들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전쟁이 끝난 후 핵무기 개발에 공개적으로 반대했던 하이젠베르크는 자신이 보어에게 전세계의 물리학자들이 핵무기 개발을 거부할지도 모른다는 가능성을 제기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많은 역사가들과 과학자들은 하이젠베르크의 이야기에 일관성이 없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그가 전쟁 기간 중에 원자 폭탄의 제조에 관해 자신이 나중에 주장했던 것보다 훨씬 더 모르고 있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하이젠베르크는 양심의 가책 때문이 아니라 지식이 부족해서 원자폭탄을 만들지 못했던 것일까.

뉴욕 시립대학의 물리학 교수인 브라이언 슈왈츠 박사는 연극 ‘코펜하겐’이 제기하고 있는 이 같은 의문에 응답이라도 하듯 27일 뉴욕 시립대학 대학원에서 ‘코펜하겐의 제작’이라는 제목의 심포지엄을 개최할 예정이다. 이 심포지엄의 참석자 중에는 ‘코펜하겐’의 극작가 프레인과 연출가 마이클 블레이크모어는 물론, 미국 핵무기 개발계획에 참가했던 존 휠러와 한스 베테도 포함되어 있다.

프레인은 한 인터뷰에서 하이젠베르크가 보어에게 독일이 원자폭탄을 만들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점을 알릴 생각이 조금은 있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국가에 대한 반역을 저지르지 않는 한 그 말을 정확하게 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프레인은 또한 전쟁이 끝난 후 하이젠베르크가 자신이 원자폭탄의 제조법을 몰랐다거나 제조법을 알고 있었는데도 폭탄을 만들지 않아서 독일이 졌다고 인정할 수 없었기 때문에 애매한 말로 얼버무릴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프레인은 ‘코펜하겐’에서 하이젠베르크와 보어가 그날 밤 코펜하겐에서 나눴을 대화의 내용을 각각 다르게 여러 편으로 제시하고 있다. 그리고 각각의 대화 내용은 증명되지도 반박 당하지도 않은 채 가능성의 영역에 그냥 남겨져 있다.

(http://www.nytimes.com/library/national/science/032100sci-bomb-germany.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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