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타임스]가장 작은 생명체 '나노브' 국제적 논쟁

  • 입력 2000년 1월 21일 07시 47분


지금까지 알려진 어떤 박테리아보다도 작은 생명체로 보이는 존재가 발견되면서 학자들 사이에 국제적인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이 존재를 발견한 사람들은 이것이 새로운 형태의 미생물이라고 주장하는 반면 일부 학자들은 착각을 한 것에 불과하다고 반박하고 있다.

이 존재를 발견한 사람들은 이를 나노브(Nanobe)라고 부르고 있다. 이는 나노미터(nanometer·10억분의 1m) 단위로 측정될 만큼 작은 생명체라는 뜻이다. 길이가 20∼150나노미터인 나노브는 세포보다 작고 바이러스와 크기가 비슷하다. 바이러스는 번식을 위해 숙주를 필요로 하기 때문에 생명이 없는 기생물로 간주되고 있다. 따라서 나노브는 지구상의 생명체가 독립적인 삶을 영위하기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크기에 대해 새로운 질문을 던지고 있다.

나노브가 처음 발견된 것은 4년 전 호주 퀸즐랜드대 연구팀에 의해서였다. 학자들은 호주 서부의 해저를 약 5km까지 파내려 간 석유 시추공에서 채취된 고대의 사암에서 나노브를 발견했다. 1998년에 처음으로 발표된 나노브에 대한 설명에 따르면, 나노브는 가는 실이 보풀처럼 엉켜 있는 모양을 하고 있으며 번식 속도가 매우 빠르다. 그리고 실험실에서 분석을 할 때마다 DNA의 흔적이 발견되었다. 나노브 연구팀의 팀장인 퀸즐랜드대의 필리파 유윈스 박사는 최근의 연구 결과 나노브가 정말로 생명체임을 보여주는 증거가 더 많이 발견됐다고 말했다. 즉 나노브의 집단 서식지는 외부의 도움 없이 자발적으로 성장하며, DNA를 함유하고 있고, 탄소 산소 질소 등 생명체를 구성하는 원소들을 풍부하게 갖고 있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나노브가 혹시 생명체가 아닐 수도 있음을 염두에 두고 나노브에서 관찰된 것들을 비(非)생물학적으로 설명하려는 시도를 해보았으나 어떤 설명도 관찰결과와 맞지 않았다고 밝히고 있다.

독립적인 삶을 영위할 수 있는 생명체의 최소 크기를 규명하려는 노력이 시작된 것은 45억년 전에 남극에 떨어진 화성 운석에서 4년 전 미생물 화석이 발견되면서부터였다. 20∼200나노미터인 이 화성 화석들은 지금까지 알려진 지구상의 그 어떤 생명체보다도 작았기 때문에 많은 학자들이 외계 생명체의 흔적을 발견했다는 주장에 회의를 표명했었다.

이와 관련해 워싱턴대의 존 바로스 박사는 크기가 너무 작으면 생명체에게 필수적인 효소 시스템과 유전자 시스템이 들어설 자리가 없기 때문에 “100나노미터보다 작은 독립적인 단세포 생물이 존재할 가능성은 없다”고 말했다. 콜로라도대의 노먼 페이스 박사도 바로스 박사와 같은 이유로 나노브가 생명체일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바로스 박사는 너비가 20∼50나노미터인 생명체가 존재할 가능성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니라면서 “단 그런 생명체는 독립적인 삶을 영위할 수도 없고 자기복제도 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나노브가 독립적인 생명체라기보다는 하나의 생명체로서 기능하는 전체의 ‘구성요소’일 가능성이 있다면서 어쩌면 이들은 원시적인 공동체로서 서로 협동하고 있는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http://www.nytimes.com/library/national/science/011800sci-space-nanobes.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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