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제2건국위 정체 석연찮다

  • 입력 2000년 1월 19일 20시 13분


제2의 건국 범국민추진위원회에 몸담았던 인사들이 줄줄이 정부 여당으로 자리를 옮기는 모습은 우리로 하여금 이 단체의 ‘정체’가 과연 무엇이냐는 의문을 갖게 한다. 서영훈(徐英勳)제2건국위상임위원장이 새천년민주당대표로 내정된데 이어 이만의(李萬儀)기획운영실장은 청와대 민정수석실 공직기강 비서관으로 발탁됐다. 신당 창당준비위원회 공동대표 장영신(張英信)씨와 창당 준비위원 김민하(金玟河)씨, 1·13 개각때 행정자치부장관에 임명된 최인기(崔仁基)씨 역시 제2건국위에 속했던 인사들이다. 또 이 단체 상근직원 10명 중 3명이 민주당에 공천신청을 냈으며 지방에서도 제2건국위 소속 인물들의 공천신청이 잇따르리란 보도다.

제2건국위가 집권여당의 ‘전위조직’이나 ‘정치입문 대기소’가 아니냐는 소리가 들릴 만도 하다. 야당인 한나라당은 ‘즉각 해체나 총선때까지 활동 중단’을 요구하고 나섰다. “전국적으로 수천개의 조직을 갖춘 제2건국위가 사실상 관변단체 역할을 하면서 16대 총선 개입의도를 노골화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제2건국위측은 소속 인사들의 민주당 참여는 ‘헌법상 기본권인 참정권 차원’이라고 반박한다.

우리는 야당의 ‘정치공세’나 제2건국위측의 ‘해명’에는 관심이 없다. 문제는 앞으로도 제2건국위가 계속 존재해야만 하느냐는 본질적인 의문이다. 우리는 이미 본란을 통해 ‘운동을 통한 국민의식 개혁’이란 시대착오적 방식이며 따라서 제2건국운동을 계속해야 할 필요성에 대해 강한 의문을 제기한 바 있다. 그리고 그 의문은 순수 국민운동을 지향한다는 이 단체의 인사들이 속속 정치권으로 진입하는 것을 보면서 더욱 깊어질 수밖에 없다.

제2건국위의 지난 15개월을 돌아보면 이 단체가 여전히 국민적 공감대 위에서 실효성 있는 활동을 펴오지 못한 것을 알 수 있다. 출범 당시부터 관제(官製)운동 시비에 올라야 했으며 무리하게 활동영역을 넓히려다가 물의를 빚기도 했다. 뒤늦게 민간주도로 외형을 바꾸면서 몇가지 정책제안을 내놓기도 했으나 전국적인 조직과 막대한 예산에 비추어볼 때는 미미한 수준이었다.

그렇다면 정부 여당은 이제 다시 제2건국위의 정체성과 존재 이유에 대해 국민을 납득시킬 수 있어야 한다. ‘참여민주주의의 실현’같은 추상적인 구호가 아닌 구체적인 필요성을 설명하고 국민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그렇지 못하고 고작 ‘권력의 하위조직’이 아니겠느냐는 의혹만 산다면 없애느니만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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